그림으로 만나는 묵상의 세계
"그림 앞에 서면 눈이 환해집니다. 침침했던 눈에서 무엇인가 걷히면서 보이지 않던 것이 보입니다. 그림은 제 눈이 어두워 보지 못하고, 제 몸이 무거워 들어가지 못했던 신비의 세계를 열어줍니다."
장 수녀는 "그림이 틀에 박힌 기복적 기도로는 가까이 가보지도 못할 세계를 열어준다"고 말한다.
밀레의 '만종'에서 부부는 곡식이 담긴 바구니 앞에서 기도한다. 하지만 원래 그림에는 바구니 안에 '죽은 아기'가 있었다고 한다. 아기의 싸늘한 시신 앞에 선 그들의 자세에는 한없는 고요함이 깃들어 있다. 깊은 고통 속에서 고요히 기도하는 부부 뒤로 해가 넘어간다.
이 풍경 속에서 장 수녀는 고통마저 녹이는 불, 깊어가는 저녁, 겨울에도 꺼지지 않는 내면의 불을 발견한다. 기도는 이들에게 그 불을 더 타오르게 하는 기름이 된다. 장 수녀는 아들 예수를 잃은 마리아의 그림에서는 애끓는 어머니의 고통을 넘어선 평온한 승화를 발견한다. 그 승화는 세상의 수많은 고통을 보듬어 주는 강력한 치유의 힘이 된다.
장 수녀가 그림에서 끊임없이 찾아내고자 하는 것은 깊은 절망에서 희망을 길어내고 죽음 안에서 삶을 길어내고자 하는 힘이다. 어떻게 보면 이는 종교의 핵심 교리이지만 일반적인 삶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수도자의 그림 이야기는 깊고 묵직하게 우리 안의 잠들었던 감각세포를 깨워준다.
[허연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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