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 독주의 매력은 외롭지만 자유로운거죠"

오수현 2021. 10. 1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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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
현악4중주 단체 리더에서
4개월만에 독주회로 컴백
15일 예술의전당서 연주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36)은 한국 대표 현악4중주 단체인 노부스 콰르텟 리더인 동시에 솔리스트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실내악 단체 연주자에서 솔리스트로 전환이 어렵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어차피 음악을 연주한다는 점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고 무심한 듯 말한다. 지난 6월 노부스 콰르텟의 쇼스타코비치 현악4중주 15곡 전곡을 연주한 이후 4개월여 만에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3곡 전곡을 들고 솔리스트로 돌아온 그를 지난 6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연주회는 오는 15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이번 독주회는 2019년 5월 이후 2년5개월 만이에요. 전체적으로 보면 7대3 비율로 노부스 콰르텟과 솔리스트 활동을 병행하고 있어요. 하지만 현악4중주를 하든, 바이올린 소나타(피아노와 2중주)를 연주하든 어쨌든 음악이에요."

하지만 넷이 함께 연주하는 것과 혼자 연주하는 것은 연주에 임하는 방식과 태도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솔리스트로 연주한다는 건 엄청나게 자유로운 일이죠. 곡에 대한 해석 자체를 의논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음악적으로는 너무 자유로운데, 무대에 서면 허허벌판에 선 것처럼 외로워요(웃음)."

그가 이번 독주회에서 연주할 작품은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1~3번이다. 엄밀히 말하면 바이올린과 피아노, 악기 2대를 위한 작품이다. 피아니스트의 독주회처럼 그야말로 혼자 펼쳐내는 연주는 아닌 것이다.

"피아노는 해머가 현을 때려 소리를 내는 일종의 타악기고, 현악4중주에선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모두 현으로 소리를 내죠. 그래서 소리를 블렌딩(혼합)한다는 측면에서 현악4중주는 수월한 측면에 있는 반면, 바이올린과 피아노는 쉽지 않아요. 하지만 다르다는 건 음악적으로 또 다른 가능성이기도 해요. 서로 다른 소리를 내는 악기의 합을 잘 맞춰 나가는 게 중요한 만큼, 이번 브람스 연주는 피아니스트(일리야 라시콥스키)와 반반씩 짊어지고 간다는 느낌으로 연주할 생각입니다."

김재영은 한 작곡가를 소위 들이파는 연주자다. 그가 이끄는 노부스 콰르텟은 최근 쇼스타코비치 현악4중주 15곡 전곡은 물론 지난해 멘델스존 현악4중주 6곡 전곡 연주에 도전했다. 솔리스트로서 그는 올해 브람스를 파헤치고 있다.

"사실 특정 작곡가 작품만으로 프로그램을 짜는 연주회는 마케팅 측면에서 달갑지 않을 거에요. 하지만 청중들의 선호를 고려해 이런저런 곡으로 프로그램을 꾸리는 게 음악가로 만족이 되지 않아요. 한 작곡가를 완전히 탐험해서 제 것으로 만들고 싶거든요. 그럴 때 굉장한 성취감이 느껴져요. 올해는 제게 브람스의 해에요. 지난주 지방에서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도 연주했어요. 흔히 브람스는 두터운 소리를 내야한다고 하는데 저는 꼭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일반적인 경향보단 저만의 해석을 담아 연주할 생각이에요."

김재영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거주지를 독일 베를린에서 한국으로 옮겼다. 음악과 삶을 바라보는 관점에 변화가 있었다.

"예전 음악계 선배들이 '네 삶이 음악보다 우선'이라는 조언을 하시곤 했는데 그땐 잘 이해가 안 갔어요. 저는 음악에 제 인생을 200% 불사르며 살았어요. 그런데 어느덧 서른 후반 나이에 이르면서 음악과 삶의 밸런스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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