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8일째 연락없는 기시다..문 대통령 임기 내 한일관계 개선 '난망'

정대연 기자 2021. 10. 1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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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G7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12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 양자회담장 앞에서 스가 일본 총리를 비롯한 참가국 정상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콘월|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간 전화 통화가 기시다 총리 취임 1주일이 넘도록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이 먼저 과거사 문제 해법을 가져올 것을 요구하는 일본이 한국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시다 총리 취임을 계기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문재인 정부 구상도 실현이 어려워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일본 100대 총리에 취임한 기시다 총리에게 축하 서한을 보내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자”며 “양국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기본 가치를 공유하고 지리적·문화적으로 가장 가까운 국가로서, 이웃 나라다운 협력의 본보기를 보여줄 수 있도록 소통하며 협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기시다 총리가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선출된 지난달 29일과 기시다 총리의 취임 후 첫 국회 소신표명 연설이 있었던 지난 8일에도 “미래지향적 관계”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 취임 8일째인 11일까지도 일본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취임 이튿날인 지난 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통화했다.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7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시진핑 중국 국가주석(8일)과도 통화했다. 일본이 속한 ‘쿼드’ 동맹국인 미국·호주·인도와 주변 주요국인 러시아·중국 정상에게 먼저 연락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외교당국 간 정상 통화 일정을 조율 중”이라며 “아직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기시다 내각이 앞선 스가 내각 때보다도 한국을 외교 우선순위에서 뒤로 미뤄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9월 스가 총리 취임 때는 취임 9일째에 한·일 정상이 통화했다. 그래도 당시에는 중국·러시아보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기본 가치를 공유하는 한국과 먼저 통화가 이뤄졌다.

기시다 내각의 한국 상대 외교정책 기조가 이전 아베 신조·스가 요시히데 내각 때와 다르지 않을 것임은 지난 8일 기시다 총리의 소신표명 연설에서 이미 드러났다. 이때 한국에 대한 언급은 “한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서도 그간의 일관된 입장에 입각해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촉구할 것”이라는 두 문장에 그쳤다. 한국이 강제징용·위안부 문제에 대한 수용 가능한 해법을 가져와야 만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이다. 이는 스가 전 총리의 지난해 10월 첫 소신표명 연설과 흡사하다. 오히려 스가 전 총리 때 “한국은 매우 중요한 이웃 나라”라는 표현에서 ‘매우’가 빠진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이 우선 마주 앉아 양국 간 현안 해법을 함께 모색하자는 입장을 반복해 내놓고 있지만 일본이 꿈쩍도 하지 않으면서 문 대통령 임기 내 한·일 관계 개선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중 벌어진 일본과의 관계 악화 문제에 대한 해결 실마리를 퇴임 전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높다. 이에 지난 6월 영국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와 지난 7월 도쿄올림픽 때 한·일 정상회담을 추진했으나 일본의 소극적인 태도로 끝내 무산됐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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