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8년 도망다닌 '김미영 팀장' 검거..필리핀에 한국경찰이 있다고?

오진영 기자 2021. 10. 1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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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34만건(2019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지난 4일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400km 떨어진 나가시티. 코리안데스크 장성수 경감과 필리핀 현지 경찰·이민청 직원들이 담배를 피우던 한국인을 덮쳤다. 그는 체념한 목소리로 "담배 한 대만 태우고 가겠다"며 "체포에 협조할 테니 수갑은 차 안에서 채우면 안 되겠느냐"고 물었다. 이 중년 남성이 보이스피싱 총책으로 활동하며 수백억원을 가로챈 이른바 '김미영 팀장'이다.

2011년부터 보이스피싱 행각을 벌여 온 '1세대' 보이스피싱 조직의 총책(우두머리) 박모씨(50)가 8년간의 도피생활 끝에 필리핀에서 붙잡혔다. 박씨는 보이스피싱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김미영 팀장'을 사칭해 거액의 현금을 편취했으며 조직의 일제 검거를 피해 해외로 도피생활을 이어 왔다. 경찰관 출신의 '전문가' 솜씨에 당한 피해액만 수백억원에 달한다.

'김미영 팀장'을 붙잡는 데에는 경찰청이 필리핀 현지에서 시행 중인 '코리안데스크' 장성수 경감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 현지 강력 사건 수사 공조와 한국인 범죄자 체포를 위해 파견된 장 경감은 2주간 탐문과 잠복을 거듭하며 박씨를 붙잡기 위해 필리핀 전역을 샅샅이 뒤졌다. 지금 이 시간에도 현지 교민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장 경감을 11일 머니투데이가 전화로 만났다.
'김미영 팀장 봤다' 한 마디에 2주간 잠복…보이스피싱범 잡은 '끈기의 수사'
필리핀 마닐라로 도주한 이른바 '김미영 팀장' 사칭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A씨의 검거 당시 모습. /사진 = 경찰청 제공

박씨 일당은 2011년 1월부터 '신용불량자도 대출이 가능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수백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피해자들에게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금융기관의 '김미영 팀장'을 사칭한 메시지를 수신한 피해자들이 상담 전화를 걸면 자동응답전화(ARS)를 이용해 대출 상담을 하는 척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빼냈다. 이렇게 빼낸 정보는 돈을 가로채는 데에 사용됐다.

2012년부터 필리핀에 콜센터를 개설하는 등 점차 이들의 수법이 대담해지자 충남 천안동남경찰서는 조직 2대 총책 김모씨(당시 34) 등 28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하는 등 일제 검거에 나섰다. 그러나 경찰관 출신이었던 총책 박씨와 주요 간부들은 수사망을 피해 필리핀으로 잠적했다. 특히 박씨는 가명을 2개나 사용하는 등 치밀하게 도피생활을 이어갔다.

8년간 숨어 지내던 박씨의 검거에는 2012년부터 경찰청이 필리핀 현지에서 운영중인 '코리안데스크' 장 경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코리안데스크는 현지 교민들을 향한 범죄나 도피생활 중인 한국인 범죄자의 송환을 위해 설치된 일종의 파견 경찰관이다. 장 경감은 2019년부터 필리핀 마닐라 경찰청에서 코리안데스크로 근무하고 있다.

'김미영 팀장을 봤다'는 첩보를 입수한 장 경감은 직접 발로 뛰며 필리핀 전체를 샅샅이 뒤졌다. 수사권을 가진 현지 경찰이 아니기 때문에 한계점을 갖고 있었으나 '반드시 잡고야 만다'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었다. 필리핀은 섬이 7000개에 달하는데다 무비자 입국이 가능해 한번 잠적할 경우 추적이 쉽지 않다. 장 경감은 2주 넘도록 잠복과 탐문을 반복하며 '김미영 팀장'의 뒤를 쫓았다.

결국 지난 4일 나가시티에서 '김미영 팀장'과 유사한 인상착의를 가진 사람을 찾아냈다. 장 경감은 주거지까지 뒤를 쫓는 한편 현지 교민과 긴밀하게 접촉하면서 본인이 맞는지 수차례 확인했다. 장 경감은 "사진도 오래 전의 사진인데다 인상착의가 크게 달라졌을 수도 있어 확인을 거듭했다"며 "저항할 것으로 생각하고 만반의 준비를 했으나 순순히 협조해 신속한 검거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대표해 필리핀 누비는 '코리안데스크'…"현지 교민 인사 들을 때마다 보람"
필리핀에 파견된 코리안데스크와 현지 수사기관이 공조해 마닐라에서 1조 3000억대 규모의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 조직 총책 A씨(40대)를 검거하는 모습. / 사진 = 경찰청 제공

현재 필리핀 코리안데스크는 마닐라 경찰청에 있는 장 경감을 비롯해 카비테·앙헬레스·바기오·세부 등 6개 도시에 7명이 근무하고 있다. 필리핀 코리안데스크는 최근 1조3000억원대 규모의 사이버도박 운영조직 총책을 검거하고 국내 최대 성매매 알선사이트 운영자를 체포하는 등 큰 성과를 거뒀다. 연평균 10명대의 현지 한국인 피살자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이후 2명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2008년부터 14년째 경찰복을 입고 있는 장 경감은 올해 말 3년간의 코리안데스크 근무를 끝내고 귀국한다. '해외 교민들을 돕는다'는 취지에 반해 근무를 자청했으나 어려움을 겪을 때가 더 많았다는 게 장 경감의 소감이다. 현지인들이 장 경감에게 협조하지 않거나 현지 환경이 한국에 비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19(COVID-19)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어린 자녀와 아내가 귀국해 홀로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견디고 있다.

그러나 장 경감은 이날까지도 직접 현장을 발로 누비며 현지 교민을 돕고 범죄자 체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밤을 새우거나 휴가를 보내지 못할 때도 잦지만 '한국을 대표해 필리핀에 갔다'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묵묵히 일선을 누빈다. 혹시 얼굴이 알려지면 수사에 지장이 있을까 해 사진 촬영도 거절했다.

장 경감은 "현지에서 범죄자를 체포할 때면 모든 고생이 한순간에 씻기는 기분"이라며 "교민분들의 감사 인사를 들을 때마다 큰 보람을 느낀다"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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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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