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아우성 "NDC 40% 달성하려면 감산 외 답 없어"

함정선 2021. 10. 1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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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40% 감축안 제시
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등 기반 부족해
"2030년 단기목표 달성하려면 감산해야"
탄소저감 준비 여력 부족한 중소기업 지원도 필요

[이데일리 함정선 박순엽 김호준 기자] 정부가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로 감축하는 안을 내놓으며 산업계에서는 당장 감산 외에는 답이 없다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

특히 산업부문의 탄소 배출 가운데 약 40%를 차지하는 철강업계와 18%에 이르는 석유화학 업계는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는 정부의 감축 목표를 따라갈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일 2030년 NDC를 40%로 확정하고, 11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이 목표를 발표할 예정이다.

산업계는 그동안 탄소 저감을 위한 기술개발과 설비구축 등에 나서왔지만 이번 목표 상향으로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온실가스 배출 감소 방향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문제는 속도라고 지적이다.

NDC 40%는 2030년이라는 단기 목표로, ‘2050 탄소중립’과 달리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 등에 곧바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술확보나 재생에너지 등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목표만 높아짐에 따라 이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가장 손쉬운 감산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철강업계 기술개발에만 수십조원…탄소배출권 가격 폭등 우려도

먼저 산업계는 탄소를 감축할 수 있는 기술 등을 개발할 수 있는 시간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철강업계에서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탄소를 줄이는 획기적인 신기술로 손꼽히지만, 아직 초기 단계에다가 이를 구현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에만 5~7년이 걸린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을 구현하는 데 30조~40조원이 소요될 것이라며 이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포스코 외 나머지 기업들로서는 수십조원을 들여 이 같은 기술을 개발하기도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현장, 설비투자 등 기반을 검토하고 나서야 어느 수준으로 탄소를 감축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데, NDC 목표상향이 너무 급히 진행돼다보니 아직 감축 계획도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탄소배출권 가격 역시 불안정한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당장 기업들이 NDC 상향 기준을 따르기 위해 탄소배출권 거래에 나서며 가격이 급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최근 3개월간 탄소배출권며의 가격이 3배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탄소배출권 가격 안정화 방안부터 마련해야 한다”며 “탄소배출권 가격이 오르면 기업의 비용도 올라 수출 기업으로서는 가격 경쟁력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을 지낸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산업계에서는 그동안 할당됐던 탄소 배출량이 줄면서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야 하는 등 부담이 커져 힘든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탄소배출권을 살 수 없거나 가격이 너무 비싸게 되면 감산 이외에는 답이 없다”고 말했다.

철강업계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
신재생에너지 기반 부족에…‘전기료 인상→가격경쟁력 약화’ 악순환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으나 산업계의 전기료 사용 인상에 대한 고민도 여전하다. 국내의 지리적 여건 등 상황을 고려할 때 재생에너지 공급이 산업계의 수요를 충족할 만큼 단기간에 확대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재생에너지의 경우 비용 역시 지금의 산업 전기료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석유화학 업계 한 관계자는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싶어도 당장 인프라가 없어 이를 선택해 쓸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에너지저장장치(ESS)와 같은 기반 마련부터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산업계 단체들도 NDC 상향이 기업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잇따라 우려를 표하고 있다. NDC 40% 목표가 산업계에서는 사실상 달성하기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우태희 상근부회장 명의의 논평을 통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탄소중립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점에는 공감한다”면서도 “2030년까지 불과 8년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NDC를 40%까지 상향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에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논평을 내고 “이제 약 8년밖에 남지 않은 2030년까지 획기적인 온실가스 감축 기술이 적용되기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달성하기 힘든 무리한 목표치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중견중소기업 준비할 여력도 없어…“중소기업 지원정책 필요”

이와 함께 탄소중립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준비할 비용 등 여력이 없는 중견·중소 업계의 타격은 더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 대다수(80.6%)가 ‘탄소중립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다만 탄소중립 대응 여부에는 절반 이상(56.2%)이 ‘준비계획 없음’이라고 답했다. 이어 ‘준비계획 중’(28.8%), ‘준비됨’(15.1%) 순이었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중앙회는 최근 ‘중소기업 탄소중립·ESG위원회’(이하 탄소중립위원회)를 출범시키고 탄소중립에 따른 대응 방안을 공동으로 모색하기로 했다.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신용문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뿌리산업 업체들을 비롯해 사실상 모든 업종 중소기업이 탄소중립 경영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업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현실적인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내놨으면 한다”고 말했다.

함정선 (min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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