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보여주는 이재명·노무현·박근혜.. 보수는 완패 중 [박은주의 돌발]

박은주 에디터 2021. 10. 1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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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검색하면 영화 '아수라'가 '턱'
실제론 진보 인사 평판 되살리는 '다큐'가 다수
박정희, 박근혜, 이명박은 주로 '조롱' 다큐
문화전쟁, 보수는 완패 중

기자가 등록한 아이디로 넷플릭스에 ‘박근혜’를 검색하니 영화가 여러편 뜬다. 다큐멘터리 ‘공범’(영화설명에는 대한민국 언론을 망가뜨린 주범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이라고 표현돼있다), 대장동 사건의 최대 수혜 영화 ’아수라’, JTBC 토크쇼 ‘썰전’, 고 노무현 대통령을 다룬 다큐 ‘노무현입니다’, 광주민주항쟁이 소재인 영화 ‘26년’, 김어준이 제작한 세월호 다큐멘터리 ‘그날 바다’.

‘이재명’이란 검색어를 넣으니 첫번째로 ‘아수라’가 뜬다. 이어 ‘오징어게임’, 멜로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기업 검찰 언론의 비리를 다룬 ‘내부자들’, 악귀와의 혈투를 그린 ‘경이로운 소문’ 등이다.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 어디를 검색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이런 영상들은 대중의 관심도의 반영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편향을 만들어낸다.

영상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에 박근혜, 이재명이라는 검색어를 넣었을 경우 추천되는 영상물. 아이디 보유자의 시청습관에 따라 개인별로 결과가 다르게 노출된다. /넷플릭스캡쳐

‘노무현 신화’ 만든 다큐 영화들, ‘노동자 정치인 노회찬’ 추억하는 다큐도 개봉

“6411번 버스라고 있습니다. 매일 새벽 ‘6411번 버스’를 타고 아주머니들이 직장인이 있는 강남의 빌딩에 출근하지만, 이들은 한 달에 85만원을 받는 ‘투명인간’으로 살고 있습니다.“ 지난 2012년 당시 노회찬 진보노동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제목을 따온 다큐멘터리 영화 ‘노회찬 6411′이 개봉한다. 노동자를 위해 헌신한 노회찬을 다루는 영화라고 한다. 10월 둘째주, 공중파 영화소개 프로그램에서는 “3년 전 슬프게 퇴장한”이라 표현했다. 3년 전 일이란, 드루킹으로부터 약 4000만원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 2018년 7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을 말한다.

비슷한 경로를 밟은 정치인이 또 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다. 10주기를 전후로 영화가 쏟아져나왔다. ‘2016년 ‘무현, 두 도시 이야기’, 2017년 ‘노무현입니다’, 2019년 ‘노무현과 바보들’ 그리고 ‘시민노무현’, 여러편의 영화가 나와 대중들을 설득하면서 ‘노무현 정신’이라는 상징 자본은 현실의 막강한 정치세력으로 다시 태어났다. 2019년에 나온 ‘물의 기억’은 결이 좀 다르다. 봉하마을에서 노 전 대통령이 펼치고 싶어했다는 ‘생명 농업’이라는 주제로 확장된다. ‘노무현 정신’은 나날이 다채로워진다.

2017년 개봉해 극장상영에서만 200만명 가까운 흥행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한 인물에 대한 광범위한 연민, 진보의 ‘영웅 신화’ 제조 전략, 진보 영화인들의 헌신, 그를 뒷받침하는 국가 예산지원과 대중의 펀딩, 여러 요소가 어우러진 결과다.

‘다큐멘터리’가 보여주는 참혹한 이미지의 보수 대통령들

MBC나 KBS의 보도 편향성은 논외로 치고, 일단 ‘다큐’라는 영상물에서 다른 대통령은 어떻게 다뤄지는지 봤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다룬 다큐멘터리 ‘해원’의 소개글이다. <1946년 미군정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남한 주민 78%가량이 사회주의를 원했고...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 이승만 정권은 친일파와 우익인사를 기용해 정치적 걸림돌이 되는 집단과 민간인을 학살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다룬 다큐멘터리 ‘서산개척단’의 소개글은 이렇다. <57년간 묻어둔 피맺힌 진실...1961년 박정희 정권은 ‘대한청소년개척단’의 이름으로 전국에서 청년과 부녀자들을 납치해 개처럼 다뤘다.> 다큐멘터리 ‘뻑큐멘터리 박통진리교’는 지지자들이 본다면 심한 모욕감을 느낄 것이다. 진지한 다큐멘터리는 인혁당 피고들의 사형집행과정을 다룬 다큐 ‘4월9일’이 있다.

박정희-박근혜 대통령을 함께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미스 프레지던트’는 ‘조롱’의 극대치다. 포스터를 보면 마치 ‘지지자’가 만든 것처럼 보이 지만 실제로는 ‘태극기 부대’ 조롱에 가깝다. ‘다이빙벨’ 이상호씨가 만든 ‘대통령의 7시간’은 최태민 최순실 부녀, 박근혜 대통령이 주요 키워드다. ‘대통령의 7시간’은 2019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다. 국정원댓글 사건과 박근혜 탄핵사태를 다룬 ‘더 블랙’, 이명박 대통령을 다룬 다큐멘터리 ‘MB의 추억’도 보수 지지자들이 보기엔 속이 편치 않을 것이다.

영화 '미스 프레지던트'의 포스터. 영문 제목이 ''Mis President'다. 미혼여성을 가리키는 미스(miss)가 아닌 나쁜(mis)'이란 표기를 사용했다.

외계인, 혹은 외국인이 한국 정치를 ‘넷플릭스’ ‘왓챠’ 다큐멘터리로 배운다면, ‘보수 지옥, 진보 천국’이라는 말이 떠오르게 돼 있다. 한마디로 진보 완승, 보수 완패다.

이런 가정을 해본다. 윤미향 의원과 윤희숙 전 의원을 비교해서 보수의 누군가가 다큐멘터리를 만들 수 있을까. 곽상도 전 의원의 ‘문준용 취업 의혹및 각종 특혜, 문다혜 이주, 조국 자녀 비리’ 저격 과정을 보수의 누군가가 나서서 다큐로 만들수 있을까.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이나 크라우드 펀딩은 고사하고, ‘윤희숙이 철없이 그만두는 바람에 보수의 피해가 얼마나 큰가’ ‘곽상도 아들 퇴직금 50억원은 용서가 안된다’ 같은 진영 내 비판을 받느라 정신을 못 차릴 것이다.

오류가 발생하면 진보는 시스템 탓을 하고, 보수는 개인의 부족함을 돌아본다. 진영의 선이 아닌, ‘절대적 선악’ 개념을 탑재하는 것이 보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노회찬 전 의원이 보수 인사였다면, 결코 그런 영상물은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문화 전쟁에서 이렇게 족족 패하면서도, 여전히 한국의 보수가 진보와 그런대로 비슷한 전력으로 싸우고 있다는 게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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