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엔비디아 넘어서.. 세계 최고 AI반도체 2년 뒤 선보일 것"
4차 산업 혁명 이끌 고난도 기술 결정체
국산 범용 AI반도체 '워보이' 개발
4년반 전력투구, 개발비 150억원
미국 엔비디아 제품보다 성능 뛰어나
1000억 더 투자해 '워보이2′ 개발 예정
지난달 중순 국내 토종 스타트업이 세계 최고 권위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성능 경연대회에서 세계 최강자인 미국 엔비디아 경쟁 제품(Nvidia T4)을 넘어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 시스템 반도체 역사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정덕균 서울대 석좌 교수, 전 반도체공학회장)이란 평가가 나왔다. 이 같은 성과를 일구어낸 주인공은 퓨리오사AI 백준호(44) 대표이다. 서울대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석사를 마치고 미국 반도체기업 AMD, 삼성전자 등에서 반도체 설계 엔지니어로 일하다 지난 2017년 퓨리오사AI를 창업했다. 영화 매드맥스의 주인공 여전사 이름을 따 회사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창업 4년 반 만에 남다른 성과를 일구어낸 백 대표를 만나 AI 반도체 개발 과정과 향후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AI 반도체가 뭔지 좀 쉽게 설명해주세요.
“스마트폰 안에는 CPU(중앙처리장치)라는 게 있습니다. 사람의 두뇌에 해당하지요. CPU가 많은 앱들을 돌리고 정보 저장소가 필요하니까 메모리가 함께 들어있습니다. 하지만 자율주행 같은 복잡한 과제를 수행하는 덴 한 번에 한 개씩 연산처리하는 CPU 방식으로는 안 됩니다. 우리가 개발한 AI 반도체 워보이(Warboy)는 인간의 뇌를 모방한 인공 신경망을 칩 내부에 심고, 뇌의 연산, 판단 기능을 수학적 모델로 구현한 소프트웨어를 결합시켜 사람의 뇌와 비슷한 기능을 하게 만든 겁니다. 기술적으로 초고난도 영역에 속합니다. 사람 뇌의 신경망을 모방했다고 해서 NPU(Neural Processing Unit)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자율주행차의 경우 AI 반도체가 운전자 역할을 하는 셈이죠.”
-인공지능 하면 2016년 세상을 놀라게 한 알파고가 떠오르는데, 비교해서 설명하면?
“이세돌 9단과 바둑 대결에서 이긴 알파고는 CPU 1200개, GPU(그래픽처리장치) 1070개, 920테라바이트(TB=10의 12제곱 bytes)의 기억장치가 동원되고, 전기도 12기가와트(1GW는 10만 가구가 하루 사용하는 전력)나 썼다고 하는데, AI 반도체가 발전하면 AI 반도체 칩 몇 개만으로도 알파고 정도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됩니다.”
-AI 반도체의 용도는?
“자율주행차 외에 의료분야 영상 진단, 음성 서비스, 클라우드 분야에도 AI 반도체가 필요해 용도는 무궁무진합니다.”
-이번에 화제가 된 엠엘퍼프(MLPerf) 성능 테스트는 어떤 방식으로 하나요?
“엠엘퍼프는 구글·마이크로소프트·삼성전자, 스탠퍼드·하버드 등 빅테크 기업과 대학들이 설립한 비영리단체 ML코먼스가 매년 여는 대회입니다. 표준화된 기준을 제시해 AI 반도체의 성능을 평가하는 곳으로 AI 반도체 성능 평가에서 최고 공신력을 갖고 있습니다. 성능 테스트는 이미지 식별, 객체 인식(저해상도·고해상도), 음성 인식, 텍스트 이해능력 등 8개 분야가 있는데, 저희가 개발한 AI 반도체 워보이(Warboy)는 이미지 식별, 객체 인식 분야 테스트에 참여해 미국 엔비디아 T4 제품(판매가격 개당 300만원대)보다 더 나은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예를 들어 이미지와 물체를 식별하는 데 있어서 워보이가 T4보다 응답 속도가 더 빨랐습니다. 대단치 않아 보일 수도 있지만, 시가총액이 600조원 이상이고, 연구개발비만 매년 10조원 이상 쓰는 팹리스 최강자 엔비디아와 견줄 수 있는 범용 AI 반도체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워보이를 개발하는 데 어느 정도 시간, 비용이 들었나요?
“우리나라 최고의 반도체 설계 인력 30~40명이 4년 반 동안 전력투구해 만들었습니다. 개발비는 150억원 정도 들었습니다. 창의성, 근본 원리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만 AI 반도체 설계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영화·음악 산업이 고도화됐듯이 반도체 산업도 고도화됐고, 반도체 산업 생태계에 많은 역량이 쌓인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개발 인력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60%, 하드웨어 엔지니어가 40%입니다.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관련 대기업에서 5~10년씩 경력을 쌓은 직원이 많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중엔 아마존, 구글 등에서 오신 분도 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고 어느 한 군데 구멍이 생겨도 전체가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인력을 굉장히 엄선해 뽑습니다.”
-그런 이력을 가진 사람이 왜 스타트업에 오나요?
“전 직장보다 더 나은 대우를 제공하고, 스톡옵션 같은 인센티브도 줍니다. 엔지니어의 세계에선 내가 개발하는 제품이 얼마나 미래 가치가 있느냐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번에 워보이를 개발하고 테스트 과정에서 습득한 기술과 노하우는 상당히 고도화된 것입니다. 이런 경험을 한다는 것 자체가 엔지니어로선 엄청난 기회지요.”
-향후 계획은?
“워보이 시제품을 100개 정도 만들었습니다. 미국에 출장 가서 미래 고객을 만나 성능 테스트 결과를 설명하고, 시제품을 주고 한번 써보라고 마케팅을 할 계획입니다. 내년에 제품 양산에 들어가 국내외 수요처에 판매할 예정이고요. 차기 AI 칩 개발도 이미 착수했습니다. 2023년 상반기에 시제품이 나올 겁니다. 두 번째 칩은 성능 테스트의 모든 카테고리에서 최고 레벨의 AI 반도체가 될 것입니다. 지난 5월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800억원을 투자받았는데 추가 투자를 유치해 개발비만 1000억원 이상 투입하고, 인력도 2배로 늘릴 계획입니다.”
-그만한 인력이 우리나라에 있나요?
30대 초·중반 인력 중엔 창의성, 외국어 구사능력,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 면에서 출중한 인재가 많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뜨거운 교육열 덕을 보고 있습니다. 수평적 조직 문화를 만들고 유기적인 협업 틀만 잘 구축하면 맘껏 역량을 발휘합니다. 젊은 엔지니어들의 역량을 믿기에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겁니다.”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 역할만 하고. 제품 생산과 판매는 대기업에 맡기는 비즈니스 모델은 생각 안 해봤나요?
“회사의 운명을 남에게 맡기는 순간 그 제품의 경쟁력도 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더 큰 꿈을 갖고 ‘퓨리오사’라는 독자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로 성장시키는 것이 저의 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尹 대통령, 아태 청년 지원 'APEC 미래번영기금' 설립 제안
- “Korea’s defense industry now proposes new approaches we can learn from,” says Lockheed Martin
- “우크라전 조력자 中에 반격”...나토 항모들, 美 공백 메우러 아·태로
- 무릎 부상 장기화된 조규성, 오랜만에 전한 근황
- 박성한 역전적시타… 한국, 프리미어12 도미니카에 9대6 역전승
- “한국에서 살래요” OECD 이민증가율 2위, 그 이유는
- 연세대, ‘문제 유출 논술 합격자 발표 중지’ 가처분 결정에 이의신청
- ‘정답소녀’ 김수정, 동덕여대 공학 전환 반대 서명…연예인 첫 공개 지지
- “이 음악 찾는데 두 달 걸렸다” 오징어게임 OST로 2등 거머쥔 피겨 선수
- “이재명 구속” vs “윤석열 퇴진”… 주말 도심서 집회로 맞붙은 보수단체·야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