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수기' 사외이사 시대 끝낸다..'거버넌스 스토리' 강조한 최태원
최태원 SK 회장이 '파이낸셜 스토리'에 이어 '거버넌스 스토리' 강조에 나섰다. SK 그룹이 글로벌 스탠다드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이사회 경영을 강화하자는 게 골자다.
'거버넌스 스토리'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G에 해당하는 거버넌스, 즉 지배구조를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혁신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과 전략을 말한다. 최 회장이 올 초 주요 경영화두로 제안한 이후 각 사별로 주주, 구성원 등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며 '거버넌스 스토리'를 구축해나가고 있다는 게 SK 측 설명이다.
3차례 토론 끝에 SK 각 관계사 이사회는 독립된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서 권한은 물론 책임을 다 할 수 있도록 이사회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혁신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를 위해 △교육프로그램 등을 통한 사외이사 역량 강화 △전문성 등을 갖춘 사외이사 후보 발굴 △회사 경영정보 공유 및 경영진과의 소통 확대 등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7일 열린 3차 워크숍에서는 SK(주) 등이 올들어 이사회 산하에 '인사위원회'와 'ESG위원회'를 신설해 △대표이사 평가 및 후보 추천 △사내이사 보수 적정성 검토 △중장기 성장전략 검토 등 핵심 경영활동을 이사회에 맡기는 등 이사회 중심 경영을 하고 있는데 적극 공감하고, 다른 관계사 이사회에도 이같은 방안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SK 그룹은 올 연말부터 CEO 평가와 보상을 각사 이사회에서 결정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인 김종훈 사외이사는 지난 7일 3차 워크숍에서 "사내이사들은 CEO와의 관계 등으로 경영권 감독에 한계가 있는 만큼 사외이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전문성뿐 아니라 회사 경영에 대한 적극적인 주인의식과 참여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K(주) 이사회 주주소통위원인 이찬근 사외이사는 "국내외 주주 및 투자자 등을 만나보면 지주회사와 자회사 간 이해 충돌 여부, CEO 평가 및 보상 프로세스 등에 대한 관심이 많은 듯 하다"며 "충분한 소통과 정보 제공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회장도 "거버넌스 스토리의 핵심은 지배구조 투명성을 시장에 증명해 장기적인 신뢰를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사외이사들이 CEO와 함께 IR 행사(기업설명회)에 참석해 시장과 소통하고, 내부 구성원들과도 소통을 많이 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또 워크숍을 계기로 그룹 관계사 사내·외 이사들이 수시로 지배구조나 경영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전문 역량도 키울 수 있는 '소통 플랫폼' 구축 방안도 제안했다.
SK 측은 "이사회의 독립성과 경영 투명성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도 늘고 있다"며 "지난 8월 열린 SK㈜ 이사회에서 사내이사인 최태원 회장과 이찬근 사외이사가 해외 투자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지만 나머지 이사들이 찬성해 해당 안건이 가결된 것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열린 SKC 이사회에서는 2차전지 음극재 시장 진출을 위해 영국 실리콘 음극재 생산업체와 추진한 합작법인 투자 안건이 일부 이사들의 반대로 부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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