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가지 반찬에 민물장어까지.. 편의점 도시락이 달라졌다

배동주 기자 2021. 10. 11. 07: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CU 롤유부초밥플래터 9900원, GS25 1만1900원 도시락도
코로나19 등교 제한 등으로 주요 고객층 직장인으로 변화
고급화 바람 계속할 전망.. 식당 못지않은 '한 끼 플랫폼'

경기도 수원에 사는 직장인 장은석(32)씨의 하루는 편의점에서 시작된다. 아침 8시쯤, 매일 회사 앞 편의점에 출근도장을 찍는다는 그는 아침과 점심 식사를 모두 편의점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장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식당에서 포장을 하거나 주문해 먹었지만, 지금은 무조건 편의점부터 찾는다”며 “맛과 질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편의점 도시락에 붙었던 ‘3000원대 저렴한 한 끼’는 옛말이 됐다. 편의점 도시락은 단순히 반찬 가짓수가 늘어난 것을 넘어 중식이나 양식까지 즐길 수 있는 든든한 식사로 고급화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직장인들이 식당 대신 도시락을 찾으면서 편의점들이 도시락 차별화에 나선 결과물이다.

소비자가 서울 시내 한 편의점 매장에서 도시락을 고르고 있다. / 연합뉴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 업계 1위 CU가 편의점 도시락 고급화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 상반기 코로나19 확산으로 오피스 상권 소재 점포의 도시락 매출 증가를 확인한 CU 운영사 BGF리테일(282330)은 ‘도시락 리뉴얼 마스터플랜’을 시작했다. 상품력 초격차를 올해 사업 목표로 정한 이건준 대표가 도시락 리뉴얼을 직접 챙겼다.

BGF리테일은 올 들어 9월까지 오피스 상권 도시락 매출이 전년 대비 9.9%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주택가 매장의 도시락 매출은 7.8% 증가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내식 수요 증가로 도시락 매출이 늘어난 가운데 오피스 상권 매출 증가가 특히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CU는 6가지 이상 반찬이 든 정찬 도시락 ‘풍성한15첩반상’ 가격을 6000원으로 책정하고 1만원에 가까운 ‘롤유부초밥플래터’ 등의 도시락도 출시·판매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한식, 양식, 중식으로 나뉜 ‘시그니처 도시락’을 4900원에 출시했다. 연내 반찬 가짓수를 더 늘린 프리미엄 도시락으로 상품 구성을 더욱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편의점 업계 2위 GS25는 7일 11가지 반찬이 든 ‘뭘좋아할지몰라다넣어봤어 도시락’을 출시했다. 가격은 5500원이다. 지난 5월에는 ‘갈비살구이 도시락(9900원)’, ‘민물장어 도시락(1만900원)’, ‘메로구이 도시락(1만1900원)’ 등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들 도시락은 직장인의 점심 식사 평균 비용인 7700원(2019년 기준)보다 비싸다.

편의점 도시락은 2005년 GS25가 출시한 ‘추억의 도시락’이 시작이었다. 밥과 반찬으로 구성된 정찬 형태 도시락은 6년이 지난 2011년 등장했다. 역시 GS25가 ‘6찬 도시락’이라는 이름으로 내놨다. 가격은 추억의 도시락과 6찬 도시락 각각 2000원대 3000원대로 책정됐다. GS25 정찬 도시락 기준 반찬 가짓수와 가격 모두 약 2배로 늘어난 셈이다.

GS25 관계자는 “비대면 소비, 재택근무 등으로 제대로 된 한 끼를 즐기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프리미엄급, 정찬류 도시락의 판매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007070)에 따르면 지난 3분기 판매 가격이 5000원을 넘는 도시락 매출 비중은 전체의 22.5%로 집계됐다. 2018년 3분기 7.5%와 비교하면 3년 새 3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GS25가 11가지 반찬을 담아 출시한 ‘뭘좋아할지몰라다넣어봤어도시락’. / GS리테일 제공

세븐일레븐은 그간 김수미·한영실·도시락의정석 등 다양한 브랜드로 채웠던 도시락 카테고리를 ‘한끼연구소’로 통합하고, ‘들기름비빔밥’, ‘로티의소풍도시락’ 등 5000원대 도시락을 내놓고 있다. 이마트24는 지난 9월 말 호텔 셰프, 파티셰 출신의 전문 인력을 영입해 딜리셔스랩이라는 식품 개발팀을 새로 꾸렸다. 기존 프레시푸드팀의 확대·개편으로 도시락, 샌드위치 등에서 맛의 깊이와 풍미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편의점 도시락은 원래 중·고등학생, 대학생이 주요 고객층이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등교 제한으로 주요 고객층이 직장인으로 넘어갔다”면서 “비교적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직장인은 값이 나가도 맛과 질을 택한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도시락 고급화는 매출과 수익성 측면에서 편의점에도 이익”이라고 했다.

편의점 도시락 고급화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밥솥 없이 밥심을 원하는 ‘노팟(No-pot)족’ 증가와도 맞물려 있다. 통계청 양곡 소비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양곡 소비량(66.3㎏)은 2019년에 견줘 1.3% 줄었지만, 같은 기간 식사용 가공 처리 조리식품 제조업의 쌀 소비량은 4.6%(4528t) 증가했다.

업계에선 현재 9% 남짓인 도시락 등 간편식 매출 비중이 일본 편의점 수준인 20%까지 성장하리라고 기대한다. 박성희 한국트렌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편의점 도시락은 4900원이 일종의 가격 저항선으로 여겨졌지만, 이젠 웬만한 식당 못지않은 ‘한 끼 플랫폼’으로 올라서고 있다”면서 “시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