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 숨은 공간, 확장해드려요".. 만연한 아파트 불법개조

고성민 기자 2021. 10.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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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의 숨은 공간을 확장해 드립니다."

그러나 숨은 공간을 확장한 '3평 넓은 집'의 유혹에 빠졌다간 형사처벌을 받고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어 입주민 주의가 필요하다.

1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아파트 입주박람회에선 인테리어 업체들이 가벽을 허물고 피트 공간을 수납공간으로 꾸며주겠다고 홍보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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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의 숨은 공간을 확장해 드립니다.”

아파트 입주일에 맞춰 가전과 인테리어 공사 등 입주 관련 물품·서비스를 공동구매하는 아파트 입주박람회에선 이런 홍보를 하는 인테리어 업체가 많다. 아파트 일부 가구 내부에는 ‘피트(PIT) 공간’이라 불리는 텅 빈 면적이 가벽 뒤에 숨어 있는데, 이 벽을 허물고 수납공간으로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숨은 공간을 확장한 ‘3평 넓은 집’의 유혹에 빠졌다간 형사처벌을 받고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어 입주민 주의가 필요하다.

수도권의 한 생활숙박시설 입주박람회에서 인테리어 업체가 홍보한 ‘수납공간공사’ 개요. 가벽을 허물고 피트 공간을 수납공간으로 꾸며 주겠다는 제안이 담겼다. /독자 제공

1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아파트 입주박람회에선 인테리어 업체들이 가벽을 허물고 피트 공간을 수납공간으로 꾸며주겠다고 홍보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초 입주한 수도권의 한 생활숙박시설 입주박람회에서도 이런 은밀한 제안이 오갔다. 평면도에서 ‘X’자로 표시된 피트 공간은 배관이 들어있고 가벽으로 막혀 있는데, 이 ‘숨은 공간’을 확장해주겠다는 것이다.

입주민들은 온라인 카페에서 “인테리어 업체 얘기를 듣고 귀가 솔깃했다”, “너무 탐나는 공간”, “실거주한다면 공사해도 되지만, 세입자가 위법행위로 신고할 수 있으니 임대인이라면 조심해야 한다”는 등의 정보를 공유했다.

이 단지뿐만이 아니다. 올해 입주한 수도권 한 아파트 입주자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서도 피트 공간이 종종 화제로 떠올랐다. 입주박람회에서 이같은 ‘숨은 공간’을 알게 됐다는 입주민들은 “혹해서 찾아봤는데 불법이라 고민된다”고 적었다. 올해 입주한 부산 한 신축아파트 주민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관리사무실은 비내력벽(가벽)이라 철거 가능하다고 해 김치냉장고를 놓으려 하는데, 불법이라 고민”이라는 취지의 글을 온라인에 게시했다.

안양의 한 인테리어 사무실 관계자가 불법 개조된 피트 공간을 원상복구하는 모습. 그는 “이전 집주인이 피트 공간 가벽을 철거해 창고처럼 써 왔고, 의뢰인인 매수자가 원상복구 공사를 요청했다”면서 “신축 아파트 입주박람회에서 피트 공간 불법 개조 영업이 많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독자 제공

피트 공간은 건축 설비나 각종 배관을 설치하고 통과시키기 위해 만든 2~3평 남짓한 곳이다. 꼭대기 층부터 지하까지 이 피트 공간이 수직으로 연결된다. 설계에 따라 같은 아파트라 하더라도 피트 공간이 있는 가구도, 없는 가구도 있다.

집을 조금이라도 넓게 쓰려는 주민들은 비밀스럽게 벽을 허물고 피트 공간을 창고나 수납공간으로 쓰는 일이 많다. 그러나 피트 공간 확장은 공용 공간을 개인이 전용해 사용한다는 점에서 불법이다. 불법 확장 공사 사실이 적발되면 피트 공간을 원상복구해야 하고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 처분을 받는다.

특히 피트 공간은 화재 발생 시 유독가스와 불길의 통로가 된다는 점에서 무단 확장이 안전에도 위협이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창근 조선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피트 공간은 건축 설비를 위해 구획해놓은 것”이라면서 “구조를 무단으로 변경해 임의로 내장 마감 공사를 하고 박스 같은 물품을 갖다 놓으면 방화(防火)가 제대로 되지 못하고 유독가스나 화재의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사유지다 보니 단속이 쉽지 않고, 비교적 저렴한 금액(200만~300만원)으로 3평 남짓한 면적을 넓히려는 욕심이 이어져 불법 개조가 끊이지 않는다. 2019년 경남 창원 의창구 유니시티 아파트에선 피트 공간 확장 공사를 하던 한 인테리어 시공업자가 벽이 무너지며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불법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조 교수는 “프라이버시 문제로 지자체 단속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결국 입주민들이 이런 불법 개조를 스스로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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