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2년째 학교 밖 청소년들은 불안하고 두렵다"

노경민 기자 2021. 10. 11.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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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기순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이사장
학교밖 청소년 매년 증가..'꿈드림 축제' 등 비대면 활로 모색
이기순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이사장이 <뉴스1>과 '코로나19 속 학교밖 청소년 현황'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1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학령기 인구 감소에도 학교밖 청소년은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혼란스럽고 불안한 마음을 가진 청소년들이 많아졌습니다."

이기순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이사장은 <뉴스1>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 속에 제도권 밖에 놓인 학교밖 청소년들의 위기를 이렇게 진단했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은 여성가족부 산하의 준정부기관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의 성장을 돕는 역할을 맡고 있다.

주로 학교밖 청소년 또는 학교·가정 폭력을 당하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심리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다양한 체험 활동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이기순 이사장은 코로나19 사태 2년 동안 청소년들과 함께하면서 이들로부터 미래 불확실성에 대한 우울감이 감지되고 있다고 느꼈다.

청소년들이 한창 사춘기를 맞을 나이인지라 각자 바라는 지원 방향도 제각각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진로가 다양해지고 청소년들이 하고 싶은 영역도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이사장은 개발원을 통해 청소년들이 학교 밖에서도 다양한 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민·관 기업 및 기관들과 협업해 진로취업, 문화예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전문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다음은 이기순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은 어떤 일을 하는 기관인가. ▶'청소년복지지원법'에 따라 설립된 여성가족부 산하 준정부 기관이다. 상담·복지 지원을 통해 청소년의 올바른 인격 형성과 조화로운 성장을 돕는 것이 목적이다. 전국 시·도 및 시·군·구에 위치한 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 청소년쉼터, 청소년자립지원관 등 청소년복지시설 운영을 총괄 지원하고 있다. 고민이 많은 청소년부터 우울·불안 등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청소년까지 상담을 통한 다양한 심리 지원을 하고 있다. 학교폭력, 미디어중독, 정서·행동장애 청소년 등 여러 가지 청소년 문제 해결을 위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매년 현장에서 사업을 수행할 3000여명의 청소년상담사가 개발원을 통해 배출된다. 청소년과 전문가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함으로써 학교밖 청소년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학교밖 청소년들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나. 이들에 대한 지원 대책이 있다면. ▶매년 학령기 인구가 감소하고 있지만 학교밖 청소년 수는 증가하고 있다.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수가 지난 2017년 4만7600여명이었다면, 2020년에는 5만2200여명으로 늘어났다. 같은 시기 청소년수는 도리어 70만여명 감소했다. 가정불화 등 복합적인 이유 때문이다. 학교에서 따돌림·폭력을 당해 등교를 거부하는 학생들, 경쟁이 치열한 학업 분위기에 거부감을 느껴 스스로 학교를 나오는 사례도 있다. 이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매우 낮아 개인의 삶의 질 하락은 물론 사회적 부담 또한 가중돼 자신의 삶을 개척할 수 있도록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다.

최근 개발원이 전국의 9~24세 청소년 862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이후 느껴온 감정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는 청소년들이 많았지만, 올해에는 감염병 장기화로 무기력감, 우울증 등 부정적 감정이 기본 정서로 자리 잡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코로나19로 겪는 스트레스 중 타인에 대한 분노가 가장 많았으며, 대면수업 공백에 따른 학업·진로에 대한 불안감, 대인 관계에 대한 고충도 적지 않게 나왔다.

보통 학교에 다니면 아침에 일어나 등교하는 규칙적인 생활 패턴을 유지하는데, 학교밖 청소년들은 이러한 점이 매우 어렵다. 코로나19라는 위기로 인한 무력감을 학습하고, 대인관계 단절로 외로움, 고립감도 상당하다. 스트레스나 위기로부터 성장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학교밖 청소년들이 각자 바라는 바가 다양할 텐데, 지원에 어려움은 없는지. ▶예전보다 진로가 다양해지고 청소년들이 하고 싶은 영역이 확대됐다. 학교 밖에서도 다양한 전문적인 프로그램과 다양한 자원을 보유한 민·관 기업 및 기관들과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학교밖 청소년의 욕구를 교육장학, 진로취업, 문화예술 등 영역으로 나누어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각 분야별 전문 서비스를 지원하는 외부기관을 발굴하고 있다. 학교밖 청소년들 중 학업을 지속하는데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경우 장학금 지원, 예체능 교육을 접하기 힘든 청소년에게 악기 연주, 회화 등 전문 강사의 수업을 연계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54개 기관과 연계해 약 28억원의 재원 창출 성과를 거뒀다.

―올해 9월부터 학교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저연령의 학교밖 청소년들이 대거 유입될 가능성이 큰데. ▶기존에는 청소년의 동의를 받은 후 정보 연계를 받을 수 있었지만, 법 개정으로 초·중등생 등 의무교육 대상자인 경우 청소년 동의 없이 정보를 연계 받을 수 있게 됐다. 개발원도 고등학교 연령에 집중된 지원 서비스를 저연령 대상으로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만 12세 이하의 학교밖 청소년 대상의 체계적 프로그램과 매뉴얼을 보급해 이들의 진로 준비와 사회성 발달을 지원할 예정이다.

학교밖 청소년 중 진로 미결정 청소년의 비율도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진로 탐색 프로그램은 부족한 실정이다. 코로나19 이후 학교 재학생을 위한 진로지도 콘텐츠는 다양하게 제작되고 배포되는 현실과 대비된다. 진로가 결정되지 않은 청소년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과 온라인 콘텐츠를 개발할 계획이다.

―꿈드림 축제가 3년째를 맞이했다. 올해 특별히 기획된 것이 있다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거리두기 문화로 청소년들 간 물리적 거리는 멀어졌지만, 체험 행사와 소통의 장을 확대해 서로 간의 유대감을 더 깊게 형성했다. '나를 표현해보는 프로필 영상', '온라인 백일장' 등 자신의 장기를 선보이는 공모전과 '학교 밖을 다녀오겠습니다', '꿈드림 세바시' 등 소통 콘서트 및 선생님에 대한 진솔한 인터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비대면 경향은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학교밖 청소년 지원 비대면 사업 확대 계획이 있다면. ▶위드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며 교육·상담·체험 등 디지털 서비스 환경으로의 전환을 체계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청소년 교육, 심리 상담, 직업 체험 등 디지털 서비스 환경으로의 전환을 발 빠르게 준비하고, 물리적 한계를 넘어 새로운 교육 플랫폼으로 떠오르고 있는 '메타버스 꿈드림 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메타버스 기반 꿈드림센터를 통해 학교밖 청소년의 발굴 영역을 확대하고, 디지털 세상에서 청소년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언제,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은둔형 청소년을 발굴하는 통로로도 활용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학교밖 청소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코로나19 이후 혼란스럽고 불안한 마음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 청소년들이 많았으리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검정고시로 학력을 취득하고,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자신의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 학교밖 청소년들의 소식을 듣고 있다. 학교를 벗어나 또래 친구들과 다른 선택을 했지만, 그 선택을 통해 자신의 꿈을 주도적으로 개척해나가며 멋진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기다. 친구를 만나기 힘든 상황이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노력하는 청소년들을 보며 응원하겠다.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청소년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상에 발맞춰 온·오프라인 맞춤형 지원을 확대하겠다.

blackstam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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