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비핵화]④북미 비핵화 협상, 기싸움에 1년 허비..언제 재개?

노민호 기자 2021. 10. 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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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화 먼저하자"에 北 "적대시정책 철회 먼저" 주장 반복
전문가 "대북 인도적 지원 계기 협상 재개 가능성 남아 있어"

[편집자주]지난 2018년 이후 한반도 문제의 최대 화두는 '북한 비핵화'였다. 연이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로 군사적 긴장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던 북한은 그해 2월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시작으로 '대화' 공세에 열을 올렸고, 이듬해까지 남북·북미·북중·북러정상회담을 잇달아 열어 비핵화 문제를 논의했다. 그러나 2019년 2월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뒤 관련 협상은 사실상 중단됐고, 이 사이 북한은 전술핵무기 개발 등 핵·미사일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뉴스1은 그동안의 '북한 비핵화' 관련 경과와 향후 전망 등을 짚어보는 기사를 연속으로 싣는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재개가 여전히 안갯속이다. 미국은 '조건 없는 대화'란 대원칙에 북한이 호응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은 잇단 무력시위 속에 '적대시정책 철회'란 조건을 내세우며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북미 간 줄다리기 속에 지난 1년이 허비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출범 4개월 만인 올 4월 이른바 '잘 조정된 실용적 접근'이란 기조 아래 새로운 대북정책을 발표했다. 외교적 접근과 유연성을 강조한 바이든의 대북정책은 북한과의 '접점'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실패한 '일괄타결' '탑다운' 방식 대북접근과 달리, '바텀업'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데다, 이는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주창해온 '단계적·동시적' 방법론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단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지난 2019년 2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간의 두 번째 정상회담이 결렬된 데 따른 여파가 생각보다 꽤 컸다. 현재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최소한의 성과'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대화를 위한 대화'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북한은 올 들어서만 최소 7번의 무력시위를 감행했다. 핵실험과 대륙간탄도시마일(ICBM) 시험발사 유예 약속은 일단 이어가고 있지만 지난달 28일엔 추후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 시험발사에 나서는 등 '레드라인'(한계선)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계속 미국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지난다 28일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을 시험발사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이처럼 북미 간 교착 국면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다시 튀어나온 게 문재인 대통령의 한국전쟁(6·25전쟁) 종전선언이다. 문 대통령은 최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이 참여하는 종전선언을 거듭 제안했다.

이에 북한도 "좋은 발상"(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라고 호응하면서 종전선언을 통해 남북한과 북미 간의 교착국면도 타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기도 했지만, 지난 2018년 문 대통령이 처음 종전선언을 언급했을 때와 달리 이번엔 북한이 종전선언의 '조건'(대북 적대시정책 및 2중 기준 철회)을 들이밀고 있는 상황이다.

김 총비서는 특히 지난달 29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선 "새 행정부 출현 이후 8개월 간 행적이 명백히 보여준 바와 같이 우리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위협과 적대시정책은 조금도 달라진 게 없다"며 "오히려 그 표현 형태와 수법은 더 교활해지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접근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미국의 일방적이며 불공정한 '편 가르기'식 대외정책으로 인해 국제관계 구도가 '신냉전'으로 변화되면서 한층 복잡다단해진 게 현 국제정세 변화의 주요 특징"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김 총비서의 이 같은 주장에도 미국은 꿈쩍하지 않는 모양새다. 어쨌든 대화를 통해 '모든 사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게 바이든 행정부의 기본입장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바이든 행정부는 대화 이전엔 '대북제재 완화' 등 북한이 요구하는 적대시정책 철회도 있을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 내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1.9.22/뉴스1

미 정부는 우리 외교부의 정의용 장관이 대북제재 검토 완화 필요성을 주장한 데 대해 한미 간의 '통일된 목소리'를 주문하며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미 모두 각자의 '최대치'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다만 어떤 식으로든 '명분'만 마련되면 대화가 재개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협상은 서로의 이익과 주장에 대한 접점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협상을 통해 일부 양보가 이뤄질 것임을 미국도 안다"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그러나 미국은 북한을 견인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먼저 주는 게 아니라 단계적으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라며 "북미 간 교착이 계속될 거라곤 보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신 센터장은 "대북 인도적 지원이 북미 간 대화 재개를 촉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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