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번엔 "배당금 절반 그분 것", '대장동 녹취록' 전모 밝혀야
대장동 의혹의 핵심은 ‘공공의 탈을 쓴 투기 세력의 천문학적 이익 독점이 누구의 비호 아래 이뤄졌는가’이다. 이른바 ‘대장동 녹취록’은 이 의혹을 풀어줄 수 있는 유력한 증거로 꼽히고 있다. 녹취록을 만든 회계사 정영학씨는 대장동 사업의 설계자 중 한 명이자 개발 이익 644억원을 배분받은 천화동인 5호의 실소유주로 사건의 실체를 잘 아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검찰에 제출된 녹취록은 언론 보도를 통해 내용 일부만 전해지고 있다. 그럴수록 의혹과 혼란이 커지고 있다.
화천대유 소유주 김만배씨가 천화동인 1호의 배당금(1208억원)에 대해 “절반은 ‘그분’ 것이다. 너희도 알지 않느냐”는 취지로 말했다는 보도가 9일 나왔다. 녹취록 내용을 전한 것이다. 그동안 녹취록 보도는 성남시 측에서 대장동 사업을 총괄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관련된 내용이 중심이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측근으로 알려진 유 전 본부장이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이고 배당금 중 700억원을 받기로 김만배씨와 합의했다는 것이다. 민간업자에게 떼돈이 몰리도록 개발 사업을 설계해준 대가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유씨는 김씨보다 네 살 아래이기 때문에 김씨가 언급한 ‘그분’은 유 전 본부장의 윗선일 가능성이 있다.
녹취록 내용은 대장동 의혹의 실체를 드러낼 유력한 단서가 될 수 있지만, 당사자들은 내용을 부정하고 있다. 김만배씨는 입장문에서 “녹취록에 근거한 각종 의혹은 대부분 허위”라며 “정 회계사가 녹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일부러 허위 사실을 말했다”고 했다. 누군가 대화를 녹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녹음을 막거나 불리한 말을 안 하는 것이 상식이다. 일부러 자신에게 불리한 말을, 그것도 거짓으로 하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
검찰의 늑장 부실 수사 속에서 녹취록 내용이 단편적으로 흘러 나오면서 국민은 점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11일 김만배씨 소환 조사 후 검찰은 이런 혼선을 정리해 줘야 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정치력 얻은 머스크, 오픈AI 때리는데 MS까지 함께 친다
- 박진 “동맹은 돈 아닌 가치, 한국은 ‘머니 머신’ 아니다”
- 尹 대통령, 아태 청년 지원 'APEC 미래번영기금' 설립 제안
- “Korea’s defense industry now proposes new approaches we can learn from,” says Lockheed Martin
- “우크라전 조력자 中에 반격”...나토 항모들, 美 공백 메우러 아·태로
- 무릎 부상 장기화된 조규성, 오랜만에 전한 근황
- 박성한 역전적시타… 한국, 프리미어12 도미니카에 9대6 역전승
- “한국에서 살래요” OECD 이민증가율 2위, 그 이유는
- 연세대, ‘문제 유출 논술 합격자 발표 중지’ 가처분 결정에 이의신청
- ‘정답소녀’ 김수정, 동덕여대 공학 전환 반대 서명…연예인 첫 공개 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