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사람을 대하는 방법
[경향신문]
손과 발에 수갑을 채운다. 수갑이 채워진 손발을 다시 밧줄을 사용해 등 뒤로 당겨 묶는다. 서 있는 자세에서는 불가능하다. 얼굴을 바닥에 향하도록 눕혀야 한다. 밧줄로 당겨진 무릎이 하늘로 치켜세워지고, 정강이와 허벅지가 들린다. 활처럼 묶인 몸의 모양이 새우를 닮아서 일명 ‘새우꺾기’라고 불린다고 한다. 바닥에 누워 자세를 따라 해보았다. 손발이 묶여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당장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얼굴로 피가 몰려 머리가 멍해지고 눈이 새빨개졌다. 몇 분 버티지 못했다. 차가운 바닥에 얼굴을 대고 거친 숨을 몰아쉬다 눈물이 났다. 아프기도 했지만,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빼앗긴 굴욕적인 기분이었다.
얼마 전 외국인보호소에서 새우꺾기 고문을 당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그는 하루에만 무려 4시간24분 동안 그 자세로 묶여 있었다. 머리에 억지로 헬멧을 씌우고 박스 테이프로 칭칭 감긴 채 바닥에 쓰러져 거친 숨을 내쉬고 있는 모습이나 화장실 변기 앞에서 쪼그려 앉아 몇 번을 고꾸라지는 모습은 너무 충격이었다. 고문이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보호소의 인식과 답변이었다. 보호소 관계자는 피해자가 평소 보호소 내 기물을 파손하거나, 자해를 시도해서 어쩔 수 없었다면서 새우꺾기가 법과 지침에 따라 합법적으로 행해진 조치라고 했다. 법무부는 사건과 관련 없는 피해자의 과거 전과기록이나 보호소 내 피해자의 영상과 사진을 보도자료를 통해 외부에 공개했다. 면담 과정에서 ‘요즘 외국인에 대한 부정적인 댓글이 많다’며 이 사건을 언론에 공개하지 말아 달라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정부의 모습은 절망적이다. 그나마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 법무부 장관이 이번 사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고, 제도개선을 고민하겠다고 답변한 것에 작은 기대를 걸게 된다.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고문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누군가를 괴롭히고 싶은 직원의 일탈이라거나, 피해 외국인이 유별나서 발생한 일이 아니다. 그렇게 접근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오히려 현장을 더 망치게 될 것이다. 정작 제도에는 손도 대지 못하고 말단 직원만 징계하고, 몇 년 지나면 형식적 보고문서가 될 상급기관의 관리감독 강화나 종사자 인권교육을 늘리는 식의 구닥다리 처방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열악한 외국인 수용시설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지금의 보호소는 인권이 침해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도록 설계되어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대안을 외면한 채, 현장 직원들에게 무조건 안에서 몸으로 막아내도록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열악한 시설과 부족한 예산은 결국 고문을 제도화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이주배경 인구가 전체의 5%를 이미 넘어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공식적인 다인종 국가인 한국에서 법 밖의 이주민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들을 지금처럼 한곳에 잡아 가두는 방법이 아닌, 인권친화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대안이 논의되어야 한다. 아무리 범죄자라도 사람에게 고문이 허용하는 제도는 없어져야 한다.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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