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가을이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2021. 10. 1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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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런 가을이면 자주 듣는 노래가 있다. 이연실의 가을 노래가 그것이다.

“깊어가는 가을밤에 낯선 타향에/ 외로운 맘 그지없이 나 홀로 서러워/ 그리워라 나 살던 곳 사랑하는 부모 형제/ 꿈길에도 방황하는 내 정든 옛 고향/ 명경같이 맑고 푸른 가을 하늘에/ 등불가에 젖는 달빛 고즈넉이 내릴 제/ 줄지어 가는 기러기 떼야…”

이연실은 더 이상 가을에 어울리는 목소리가 없다는 듯 처연하게 이 노래를 부른다. 깊은 가을밤에 듣고 있으면 금세 가을이 목까지 차오른다.

사실 이 노래는 기왕에 있는 동요 두 곡을 이어 불렀다. 존 오드웨이의 ‘여수’와 ‘스와니강’, ‘올드 블랙 조’ 등으로 유명한 포스터의 ‘기러기’가 원곡이다. 원래 동요로 더 유명하지만 이연실은 새로운 편곡으로 마치 한 곡의 노래처럼 소화하여 부른다. 1975년 ‘이연실의 고운 노래 모음집 1’에 실렸던 이 노래는 여러 차례 리메이크되면서 변화를 거듭한다.

이연실의 또 다른 가을 노래인 ‘가을밤(찔레꽃, 엄마 엄마)’은 그냥 듣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난다.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 날 가만히 따 먹었다오/ 엄마 엄마 부르며 따 먹었다오.”

1930년 ‘신소년’ 잡지에 발표했던 이원수의 ‘찔레꽃’을 이연실이 개사, 박태준의 동요 ‘가을밤’의 멜로디를 빌려 불렀다. 메들리로 이어지는 “엄마 엄마 나 죽거든 앞산에 묻지 말고/ 뒷산에도 묻지 말고 양지쪽에 묻어 주”는 미국민요 ‘클레멘타인’에 노랫말을 붙여 구전돼온 노래다. 마지막에는 “울 밑에 귀뚜라미 우는 달밤에/ 기럭기럭 기러기 날아갑니다”로 이어지는 ‘가을밤’으로 마무리된다. 윤복진 작사, 박태준 곡이다. 같은 멜로디에 노랫말이 여러 가지로 변형된 건 윤복진이 월북시인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귀뚜라미가 베갯머리로 찾아온다. 가을이 한복판이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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