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인 칼럼]환승진보와 윤석열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2021. 10. 1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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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당신의 X는 당신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환승연애’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표현이다. 지금 일부 진보 진영의 모습이 딱 이 꼴이다. 문재인에게 실망하고 이재명을 선택하는 것도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과연 ‘환승진보’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잠깐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 문제를 살펴보고 가자. 뉴스타파 보도에 의하면 이 부회장은 스위스 UBS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조세회피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다. 이상하다. 계좌 개설 용도라면 그냥 본인 명의로 개설하면 될 것 아닌가? 돈세탁과 탈세 의혹이 떠오른다. 국회 기재위 의원들은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제53조에 따른 해외 금융계좌 신고와 적절한 세금 납부가 제대로 되었는지 국감에서 철저히 따져야 한다.

삼성생명 징계 건도 점입가경이다. 삼성생명은 삼성SDS에 대한 지체상금 청구권을 아무런 이유 없이 포기했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업법 제111조 위반으로 징계를 청구했으나 금융위원회는 차일피일 미루다가 법령해석심의위원회를 방패막이로 내세웠다. 이 위원회는 지난 8일 징계가 잘못되었다는 취지로 결정했다고 한다.

논리가 희한하다. 지체상금 청구권 행사를 포기한 것은 채무면제일 수는 있지만, 보험업법 제111조가 금지한 자산의 무상양도가 아니기 때문에 괜찮다는 것이다. 완전한 말장난이다. 지체상금 청구권을 포기한 것은 자산을 무상으로 양도한 것과 완전히 동일하다. 이런 식이라면 삼성생명이 계열사에 돈을 빌려주고 이를 회수하지 않아도 감독당국은 손놓고 있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즉시 진상을 조사하고 사태를 바로잡아야 한다.

이재명의 의혹이 너무 많아
진보진영 선택 점점 어려워지고
그래서 일부에선 윤석열 보지만
별의 순간 퇴색하고 여기도 엉망
‘환승진보’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이제 이재명 의혹을 살펴보자. (정치인에 대해서는 지면상 존칭을 생략한다)

첫째 의혹은 ‘변호사 비용 20억원 대납설’이다. 이 사건은 사실관계 확인이 핵심이고 이미 검찰에 고발이 접수되었으니 검찰의 수사에 따라 그 향배가 결정될 것이다.

둘째 의혹은 대장동이다. 이 의혹의 첫번째 논점은 외환은행이다. 외환은행은 메리츠종금 컨소시엄에, 하나은행은 하나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대단히 이례적이다. 동일한 금융지주회사 내의 두 은행이 서로 다른 컨소시엄에 참여하여 경쟁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더 있다. 외환은행이 하나은행 컨소시엄에도 타인자본 제공자로 참여하여 800억원의 대출 의향서를 제출했다는 풍문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해상충 상황이 아닌가? 이 상황이 입찰의 공정성을 침해한 것이라면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은 ‘청렴이행서약서’ 제1항의 담합 금지 조항을 위반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 과연 이재명은 성남시장으로서 대장동 계약 승인 시 감독 권한을 충실하게 행사했는가?

대장동의 두번째 논점은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초과이익 환수다. 이재명은 페이스북에서 2017년 8월 변경인가를 통해 1120억원의 사업비를 추가로 환수했다는 점을 제시했다. 문제는 그 해법이 또다시 확정 금액을 일부 추가 환수하는 것이어서 초과 이익이 환수되지 않는 구조 자체는 불변이라는 점이다. 이재명은 이익배분 방식은 변경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공모지침서 제38조 제1항에는 “사업이익과 배분” 등은 “사업 목적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상호 협의를 통해 사업계획을 조정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래서 일부 진보세력은 윤석열을 본다. 여기도 엉망이다. 별의 순간은 퇴색하고 섣부른 보수회귀만이 득세 중이다. 이래선 안 된다. 윤석열이 집중해야 하는 곳은 맘 붙일 곳 없는 중도층이다. 이들에게 ‘규제완화’와 ‘줄푸세’는 해답이 아니다.

그럼 윤석열은 어찌해야 하는가? 우선 가족과 비선을 확실하게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내내 뭉개고 있는 ‘특별감찰관’을 부활하겠다고 할 수도 있다. 두 번째로는 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재벌 개혁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것이 공정과 상식이다.

문제는 윤석열 캠프에 이런 개혁 비전을 만들 만한 사람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책적 능력에 관한 한 그래도 유승민 캠프가 제일 나아 보인다. 그래서 윤석열은 유승민이 아무리 까칠하게 굴어도 그를 껴안아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그 캠프의 정책을 수용하고 캠프의 정책팀을 무리없이 합류시킬 수 있다. 물론 더 넓게 개혁적 인사를 발굴해서 규합해야 한다. 현실은 어떤가? 서로 항문침을 두고 싸우고 있다. 진짜 휴다 휴.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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