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82]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단어, 정직
미국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의 일화가 말하듯이 미국인들은 정직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한다. 물론 그들이 실제로 정직하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보면 자신에 대해 굳이 말할 필요가 없는 내용을 언급함으로써 난처한 상황을 감수하는 장면들이 은근히 많다. 청교도적 전통 때문인지 모르나 미국의 가정과 학교 교육은 정직을 최우선으로 강조한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다르다. 그들은 거짓말하는 사람보다 속는 사람이 바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거짓말을 현실로 보고 그것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유대인은 어떨까? 유대인 속담에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진실 중에도 입에 담아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는 말을 떠올리면 이방인으로 생존해야 했던 이 민족의 고단했던 역사가 자연스럽게 오버랩된다.
‘정직이야말로 최선의 방책’이라고 벤저민 프랭클린은 말했지만 그렇게 말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그런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던 버나드 쇼의 말에 더 공감이 간다. 이러나 저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인간 사회에서 정직만큼 어렵고 고통스러운 단어는 없을 성싶다.
단 한 방울의 피로 200여 개의 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사업 아이템으로 한때 ‘여자 스티브 잡스’라고까지 불리며 최연소 자수성가 여성 억만장자의 반열에 올랐던 엘리자베스 홈스가 희대의 사기꾼으로 전락한 지 3년 만에 재판이 재개되었다. 이 현대판 신데렐라 신드롬에 동원된 조연들의 리스트-헨리 키신저, 조지 슐츠, 빌 클린턴, 조 바이든에 이르는-만으로도 이 젊은 여제의 추락이 몰고온 파문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서른이 되기 직전의 빌리 조엘은 비범하게 노래한다. “정직함이란 너무 외로운 단어/ 모든 사람들은 너무 진실하지 않아요./ 정직함은 좀처럼 듣기 어렵고요./ 하지만 그것은 내가 그대로부터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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