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의원님들, 공부 좀 하세요
올해도 어김없이 국내 기업인들이 줄줄이 국정감사장에 불려갔다. 일명 ‘플랫폼 국감’에 불려나온 몇몇 기업인을 상대로 날카로운 지적이 나오긴 했지만, 대부분은 상임위원회 중복 호출에 무한 대기, 비슷한 질문 세례가 반복됐다. 심지어 담당 분야와 관련 없는 엉뚱한 문제점을 추궁하고 화내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7일 산자중기위에서 벌어진 삼성전자 노태문 사장(무선사업부장) 증인 심문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분야 수장이 불려나온 건 바로 지난달 이마트24 편의점에서 삼성 스마트워치인 갤럭시워치를 판매하는 이벤트를 했는데, 국민 88%에게 지원된 25만원 상당의 국민지원금을 사용해 구매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는 이유에서다. 소상공인을 위해 써야 하는 재난지원금을 대기업이 챙겨간다는 질책이 이어졌다. 그러자 노 사장은 “작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이마트 측과 협의해 진행한 건”이라며 “그땐 국민지원금을 알지 못한 시기”라고 답했다. 의원들이 연거푸 물어도 “협의 시점은 국민지원금을 고려할 시기가 아니었다”는 노 사장의 답변만 돌아왔다. 지난 7월에 지원금 지급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으니, 답답하지만 납득할 만한 대답이었다.
그러자 한 의원이 “미국이 반도체 영업 핵심 기술을 요구하고 있는데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며 물었다. 노 사장은 “저는 반도체를 담당하고 있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답변했다. 지난해 연매출 236조원의 삼성전자는 사업부를 반도체·가전·영상·스마트폰 등 네 개로 나누어 각각 사장을 두고 있다. 노 사장은 이 중 스마트폰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이어 다른 의원이 “지난 7월 여당 대표가 삼성전자를 방문했을 때 삼성이 탄소 중립을 위해 원전을 지원해 달라고 건의했다”며 자료 화면까지 띄우며 추궁했다. 노 사장이 “저는 처음 보는 자료”라고 답하자, 그 의원은 “어떻게 사장 결재 없이 문서가 나가느냐”고 다그쳤다. 노 대표는 “삼성전자에는 여러 사업 분야가 있고 각각 대표가 있기 때문에 모르는 내용”이라고 했다. 비슷한 추궁은 계속 이어졌다. 그러자 노 사장은 재차 “저는 모바일을 맡고 있고, 반도체는 분리돼 있다”고 다시 설명해야 했다.
답답한 문답을 본 개미 투자자 사이에서도 “삼성전자 주식만 사 봤어도 사장이 여러 명이라는 걸 다 아는데 의원들만 모른다”는 반응이 나왔다. 삼성전자의 잘못을 지적하겠다고 벼른 의원들이 기초적인 사항조차 확인 안 하고 엉뚱한 임원만 혼냈다는 것이다. 만약 의원들이 반도체 문제를 집중 추궁하고 싶었다면 반도체 담당 사장이나 임원을 불러 제대로 묻고 답을 들으면 되는 일이었다. 추신. 의원님들, 국감 스타가 되고 싶으시다면 제발 공부 좀 하고 질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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