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분위기 사라진 北 노동당 창건일, 왜?

조영빈 2021. 10. 11.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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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열병식도, 열광적인 자축 행사도 없었다.

10일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은 북한은 지난해와 달리 차분하게 축제를 즐겼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 겸 당 총비서의 업적을 소개하고, 충성심을 독려하는 내용으로 당 창건일 기사를 채웠다.

북한은 지난해 75주년 당 창건일에 첫 심야 열병식을 열고,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까지 띄우며 시끌벅적하게 기념일을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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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10일 당 창건 76주년 조용히 넘어가
정주년 아니고, '이중 기준' 철폐 명분 쌓기
선전매체들 "관계 개선 남측에 달려" 압박
북한 노동신문은 10일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당의 역사를 조명하는 사진 여러 장을 실었다. 신문은 "간고한 시련 속에서 우리 인민은 당과 운명을 함께하며 역사에 다시 없을 기적을 창조했다"고 밝혔다. 노동신문 뉴스1

대규모 열병식도, 열광적인 자축 행사도 없었다. 10일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은 북한은 지난해와 달리 차분하게 축제를 즐겼다. 남북관계 개선의 공을 던진 문재인 정부에 결단만 거듭 촉구하는 등 당분간 무력 행동을 자제하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 겸 당 총비서의 업적을 소개하고, 충성심을 독려하는 내용으로 당 창건일 기사를 채웠다. 노동신문은 1면 사설을 통해 “인민의 운명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것은 우리 당의 최대 중대사”라며 애민을 강조했다. 또 다른 기사에서는 지난해 8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봉쇄된 개성에 식량ㆍ생활비를 특별 지원하고, 수해지역을 찾아 주민들을 위로한 김 위원장의 ‘위민헌신’을 부각했다. 불꽃놀이 외에 대규모 행사 소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형형색색 축포가 밤하늘을 수놓은 1년 전 창건일과는 뚜렷이 대비되는 행보다. 북한은 지난해 75주년 당 창건일에 첫 심야 열병식을 열고,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까지 띄우며 시끌벅적하게 기념일을 축하했다. 미국이 보란 듯, 22륜짜리 초대형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전략 무기들도 대대적으로 공개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해 10월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녹화 보도한 장면. 전투기들이 발광다이오드 불빛을 뿜으며 비행(왼쪽)하고, 낙하산 부대가 밤하늘에서 대형 인공기를 펄럭이며 하강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당 창건일을 조용히 기념한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올해가 작년처럼 ’정주년(5ㆍ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이 아니라 정치ㆍ군사적 이벤트에 심혈을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지난달 9일 정권수립일에 이미 열병식을 개최한 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군사 능력을 과시할 ‘명분’이 마땅치 않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북한은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등 9월에만 네 차례나 미사일 시험 발사를 감행하면서도 ‘국방과학 발전 5개년 계획’에 근거한 통상적 군사 훈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관계를 개선하고 싶으면 이를 ‘도발’로 평가하는 남측의 ‘이중 기준’을 철폐하라는 게 북한의 요구 조건이다. 하지만 선택지를 내밀고도 당 창건일에 맞춰 다시 무력 도발에 나설 경우 이중 잣대를 버리라는 북측의 논리는 궁색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이날 두드러진 움직임은 “대화에 앞서 남측의 이중적 태도를 철회하라”는 선전매체들의 압박 정도였다. 대남매체인 조선의오늘은 “타방에 대한 편견적 시각과 불공정한 이중적 태도, 적대시 관점과 정책들을 먼저 철회하는 것이 악화된 북남관계 수습을 위한 중대 선결 과제”라고 강조했다. 대외용 주간지 통일신보도 사설에서 남측의 무력 증강과 대미 추종을 남북관계 악화의 원인으로 꼽으며 “북남관계가 어떻게 되는가는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면서 문 정부에 재차 결단을 촉구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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