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317] 초자연적인 힘, 주술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컨텐츠학 2021. 10. 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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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자연적인 힘, 그러니까 상식을 뛰어넘는 어떤 힘을 부리는 능력이 주술(呪術)이다. ‘주(呪)’의 사전적 의미는 저주하다, 빌다, 다라니라는 뜻을 지닌다. 주문을 외우거나 기도하는 행위도 주술에 포함된다. 신라 문무왕 때 신라로 쳐들어왔던 당나라 수군을 감포 앞바다에서 풍랑을 일으켜 수장했던 방법이 ‘문두루 비법’이었다. 밀교 신인종(神印宗)의 고단자인 명랑 법사가 낭산 언덕에다 임시로 제단을 설치하고 제단을 빙 둘러서 유가명승(瑜伽明僧) 12명을 배치하였다. 이 승려들로 하여금 주문을 외우게 하였다. 그러자 갑자기 바다에서 풍랑이 일어나서 당나라 수군이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주술로 당나라 해군을 격파한 셈이다. 주문을 외우자 바람이 불고 파도가 쳐서 적군의 배가 난파되는 모습을 낭산 언덕 위에서 신라의 문무왕을 비롯한 수많은 군인과 승려가 두 눈으로 바라다보았을 것이다. 축구 경기장 관중석에서 선수들 뛰는 모습을 바라다보는 것처럼 말이다.

삼국지 제갈공명이 자신의 명이 짧다는 것을 알고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서 제단을 쌓고 하늘의 별 28개에 기도했다는 대목도 주술에 속한다. 고려 시대에도 불교 승려 중에 특별히 주금사(呪噤師)가 있었다는 기록도 보인다. 주문 주특기 승려다. 국가적 재난이 있으면 이 주금사들이 파견되었다. 불교에서 많이 외우는 ‘천수경’도 신묘장구대다라니다. 주문이다. 알타미라, 라스코와 같은 3만~4만년 전 동굴 벽화에 그려져 있는 야생 소를 비롯하여 여러 동물 그림도 주술적 용도라고 해석한다.

프랑스의 쇼베 동굴은 입구에서 들어가면 중간에 수십 미터의 절벽을 내려가야 벽화가 있는 지점에 접근할 수 있다고 한다. 칠흑 같은 어둠이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수십 미터 절벽을 어떻게 내려갔을까. 원시인들에게 죽음의 공포를 겪게 하는 극기 훈련 코스였다고 짐작된다. 그 죽음의 공포를 통과한 다음에 벽화가 그려진 장소에 도착하여 거대한 소를 창이나 돌도끼로 때려잡는 퍼포먼스를 한 공간으로 이해된다. 이 동굴들은 원시인의 신전이었다. 동물을 잡을 수 있는 초자연적인 힘을 얻기 위한 훈련장이자, 주술사 양성 코스였다고 이해된다. 현재까지 이 주술적 전통을 보존한 종교가 바로 부두(voodoo)교다. ‘살아있는 시체’라는 뜻의 좀비(zombie)가 부두교 용어다. 내가 좋아하는 UFC 정찬성 선수의 별명이 ‘코리안 좀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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