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日 '경제안보의 칼' 어디로 향하나
전략물자 확보·기술유출 방지 대응
美·中 대립 내세우며 韓 표적 가능성
일본 특유의 '성동격서' 경계해야
일본 정부의 경제안보 드라이브가 심상찮다.
현재 경제안보 이슈는 일본 정치·경제·사회의 화두가 되고 있다. 이를 주도하는 세력이 자민당이고, 그 핵심이 자민당 정무조사회(정책위원회 격) 산하 신국제질서창조전략본부다. 신국제질서를 창조하겠다니 조직 이름부터 간단치 않다.
전략본부는 지난해 6월 기시다 총리의 정무조사회장 시절에 발족했다. 우익 성향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아소 다로(麻生太郞) 전 총리와 함께 3A로 불리는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자민당 간사장이 좌장(座長)을, 고바야시 경제안보상이 사무국장을 맡았다.
일본 경제안보의 지향점은 전략본부의 지난해 12월 제언과 지난 5월 중간 정리에서 드러난다. 경제안보 관점에서 일본 산업경제의 취약성과 우위성을 파악한 뒤 취약성을 해소해 일본의 전략적 자율성을 높이고 우위성은 지원해 일본의 전략적 불가결(不可缺)성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정보통신, 에너지, 교통·운수, 의료, 금융 5개 핵심 분야에서 일본의 취약성을 파악해 각각 연구개발, 자원 안정확보, 해상수송 안정화, 백신·치료약 개발 지원 강화, 사이버보안 강화 등을 추진함으로써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한다. 또 분야별로 해저케이블(정보통신), 심해자원조사기술(에너지), 시속 500㎞ 주행 속도의 초전도 리니어 정비 촉진(교통·운수) 등 일본의 우위성을 활용해 국제사회에서 전략적 불가결성을 유지·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일본 기업에서는 경제안보를 과도하게 앞세운 일본의 정책이 한·중 반발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 교류를 희망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전략본부는 경제안보 대응은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한계가 있다며 민관 일체화 대응을 주장하고 있다.
일본은 미·중 대립을 경제안보 정책 추진의 주이유로 삼고 있으나 여러모로 우리에게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다. 일본 정부가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의 일본 내 생산을 유도하기 위해 천문학적 자금을 들여 대만 업체를 유치하려는 것에서 보듯이 한국이 직면한 국제경쟁 구도가 더욱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 특유의 성동격서(聲東擊西)를 경계해야 한다. 경제안보 드라이브가 한국을 표적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 전략본부는 5월 중간 정리 문건에서 한국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2004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한국의 농축우라늄 시설을 사찰했을 때 특허 공개된 우리나라(일본)의 핵 관련 기술이 활용되고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특허제도 정비를 통한 기술유출방지를 제언했다.
2019년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와 화이트국(수출절차 우대국) 배제 조치도 보다 큰 틀에서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일본 조치가 단순히 과거사와 관련한 한·일 현안에서 비롯된 것인가. 당시 안보상 이유를 든 것을 가볍게 보지 않았나. 일본 기업의 피해를 감수하면서 한국을 압살하려고 한 것은 전략적으로 한국을 배제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미 아베 정권 이래 일본 정부는 한국을 일본과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동지국에서 제외한 사실도 있다. 일본이 뽑아 들 경제안보의 칼끝이 어디로 향할지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김청중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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