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철옹성 '아자디'..이런 '무덤'에서도 한 번 웃어보자

축구 대표팀 '결전의 땅' 입성

[경향신문]

이란 테헤란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에 10일 도착한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이 숙소로 이동하고 있다. 대표팀은 12일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조별리그 A조 경기 이란과 결전을 앞두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해발 1273m, 조금만 뛰어도 ‘헉헉’
A매치 원정 2무5패…‘악몽의 땅’
관중 입장 불투명, 큰 걱정 덜어
국제 제재 영향 VAR 없어 변수

전세기 지원 등 힘입어 필승 각오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원정팀의 무덤’ 아자디 스타디움을 넘어서기 위한 한국 축구대표팀의 여정이 시작됐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9일 출국해 이란 테헤란에 도착했다. 한국은 12일 오후 10시30분 이란과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4차전을 치른다.

이란전은 월드컵 본선행 도전의 가장 큰 고비다. 이란은 FIFA 랭킹에서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22위에 올라 있다. 36위의 한국과도 꽤 차이가 난다. 통산 상대 전적도 한국이 이란에 9승9무13패로 밀린다. 현재 순위도 이란이 3승(승점 9점)으로 1위, 한국이 2승1무(승점 7점)로 2위를 달리고 있다.

무엇보다 ‘원정’이라는 것이 더 큰 부담이다. 한국은 이란 A매치 원정에서 2무5패로 단 한 번도 승리한 적이 없다. 원정팀에 ‘악몽’인 아자디 스타디움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이란과 일전을 치를 아자디 스타디움 전경. 위키피디아 캡처

아자디 스타디움은 1974년 테헤란 아시안게임 개최를 위해 1971년 준공됐다. 아자디 스포츠 콤플렉스 안에 위치한 다목적 경기장이다.

테헤란이 평균 고도 1000~1300m나 되는 고원지대에 있는데, 아자디 스타디움은 그중에서도 높은 곳에 있어 해발고도가 1273m나 된다.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구장 쿠어스필드(1610m)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치악산의 주봉인 비로봉(1288m)과 비슷할 정도의 고도여서 공기가 건조하고 밀도 또한 희박하다. 선수들이 조금만 뛰어도 호흡에 문제가 생긴다.

최대 8만여명에 달하는 이란 팬들이 경기가 있을 때마다 경기장을 가득 채우고 일방적인 야유를 쏟아붓는 통에 원정팀 선수들이 받는 압박감도 상당하다.

코로나19 사태로 관중 입장 여부가 불투명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비디오 판독(VAR)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또 하나의 변수다. 이란이 국제 제재 대상 국가여서 영국산 공식 VAR 장비가 반입되지 못했다.

한국 올림픽대표팀이 2004년 3월17일 아테네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이란 원정을 떠나 1-0으로 승리한 적이 있는데, 당시 올림픽대표팀은 아자디 스타디움에 적응하기 위해 1주일 정도 해발 1800~2000m에 달하는 중국 쿤밍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넘어왔다. 대표팀 소집 시간이 짧은 A매치는 이렇게 할 수가 없다. 대한축구협회는 전세기를 띄우는 등 최선의 지원을 다해 선수들의 피로를 최소화시키고 있다.

선수들의 투지는 어느 때보다 단단하다. 황의조(보르도)는 테헤란 도착 후 협회를 통해 “전세기를 타고 편안하게 도착했다. 남은 기간 잘 준비해 (경기도) 잘하겠다”고 말했다.

수비수 이용(전북)도 “시리아전을 뛰어 근육 피로도가 조금 있다. 힘들어도 모든 선수가 함께 극복해야 한다”며 “이란 원정에서 늘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반드시 이겨 월드컵 본선 진출을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