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비싼 로켓 여행 대신에..풍선 타고 우주 구경 '뜬다'

이정호 기자 2021. 10. 10.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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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월드뷰가 제작한 대형 풍선을 타고 성층권까지 올라가면 펼쳐질 풍경 상상도. 지구의 곡면과 검은 우주가 한눈에 들어온다. 월드뷰 제공
미국 우주관광기업 ‘월드뷰’
풍선 사용 관광용 비행체 공개

2015년 개봉한 미국 영화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에선 독특한 악당이 등장한다. 온난화에 시달리는 지구를 구하려면 인구를 인위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망상에 빠진 정보통신 분야의 대부호 발렌타인(새뮤얼 L. 잭슨)이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실천하기 위해 대담한 발상을 한다. 무료 통화와 인터넷을 즐기게 해주겠다며 전 세계인에게 ‘유심칩’을 나눠준 것이다. 유심칩은 발렌타인이 정한 시점에 특수 신호를 발산해 인간의 폭력성을 자극하도록 설계됐다. 서로 죽고 죽이다 보면 인구도 저절로 줄지 않겠느냐는 게 그의 사악한 생각이었던 것이다.

이 계획을 실행하려면 우주에 떠 있는 인공위성으로 유심칩을 작동시켜야 하는데, 비밀 정보기관인 ‘킹스맨’이 이를 저지하려고 나선다. 킹스맨 요원 록시(소피 쿡슨)가 풍선을 타고 성층권으로 날아가 소형 미사일로 인공위성을 파괴하고, 그사이 나머지 요원들이 발렌타인의 본부를 접수한다는 작전이었다. 성층권으로 풍선을 타고 사람이 올라가는 일은 물론 영화적인 상상이다.

그런데 앞으로 몇 년 안에 그런 일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세계일주 크루즈 여행 비용에 근접한 1인당 5만달러(6000만원)를 부담하면 동그란 지구와 검은 우주를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여행이 등장한 것이다.

■ 2024년 풍선 타고 ‘우주 구경’

지난주 미국 우주관광기업 ‘월드뷰’는 2024년 초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운송 수단의 모습을 가상 영상으로 제작해 인터넷에 공개했다. 이 회사가 고안한 기술은 날개나 로켓을 쓰지 않고, 헬륨을 가득 채운 풍선을 사용하는 관광용 비행체이다. 최대 크기가 축구장만 한 풍선에 호빵처럼 동그랗고 도톰한 객실을 끈으로 매달았다. 탑승 인원은 승무원 2명과 관광객 8명이다.

여행이 시작되면 풍선은 지면을 떠나 고도 30㎞까지 상승한다. 국제선 항공기의 순항 고도보다 3배나 높은 곳으로, 성층권에 해당한다. 탑승자들은 이곳에서 동그란 지구와 검은 하늘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과학적으로 고도 100㎞ 이상을 뜻하는 우주 영역은 아니지만, 우주에 온 듯한 기분을 충분히 낼 수 있는 것이다. 객실은 안락하다. 공기가 부족하고 추운 곳을 비행하는 만큼 기압과 온도를 인위적으로 높였다. 월드뷰는 “식사와 고성능 카메라도 제공된다”고 밝혔다. 보통 우주선과는 달리 창문이 아주 커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고, 우주복을 입을 필요도 없다.

■ 고도 낮지만 ‘가성비’로 승부

실제 우주 영역은 아니지만
고도 30㎞ 성층권까지 상승
둥근 지구와 검은 우주 감상
로켓에 비해 적은 비용 장점
별다른 훈련받을 필요 없어

‘풍선 여행’이 주목되는 가장 큰 이유는 낮은 가격이다. 월드뷰는 탑승 비용을 1인당 5만달러로 잡았다. 고급 승용차 한 대 값이 여행 한 번에 들어가는 셈이지만, 현존하는 어떤 우주관광 프로그램보다 싸다. 리처드 브랜슨이 이끄는 민간우주기업 ‘버진 갤럭틱’이 올해 실행한 우주관광 비용은 45만달러(5억3000만원)였고,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은 입찰을 통해 2800만달러(330억원)에 티켓을 팔았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4명분의 좌석을 약 2억달러(2380억원)에 판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버진 갤럭틱과 블루 오리진은 로켓을 이용해 고도 90~100㎞, 스페이스X는 580㎞까지 올라갔다. 대기권 영역인 고도 30㎞까지만 올라가는 월드뷰와는 달리 탑승자들은 ‘우주’에 간 것이다. 무중력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이점이다.

하지만 기존 업체들은 관광객에게 제공하는 여행 시간이 짧다. 버진 갤럭틱은 한 시간 남짓, 블루 오리진은 10여분이다. 스페이스X를 이용하면 3일간 우주에 머물 수 있지만, 탑승 전 훈련 기간이 6개월에 이르는 게 문제다. 반면 월드뷰가 준비하는 ‘풍선 여행’은 12시간 동안 비행하는 데다 이렇다 할 훈련도 필요 없다.

월드뷰는 “여객기 안에서 승무원들이 시연하는 수준의 간단한 안전교육이 탑승 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낮은 탑승권 가격까지 감안하면 풍선 여행의 ‘가성비’가 괜찮은 셈이다. ‘풍선 여행’이 인류의 또 다른 레저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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