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균형 - 최승필 [임혜자의 내 인생의 책 ①]
[경향신문]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 참는다.”
요즘 세태를 풍자한 말이다. 각자의 이익을 위해 갈등이 칼날처럼 맞서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안건들을 살펴보면 그야말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시대’임을 실감한다. 이익 갈등이 가치 분열로 심화되면서, 국가가 해결하지 않으면 ‘공유지의 비극’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법치국가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과연 법대로 하면 되는 것일까? 한 손엔 칼, 한 손엔 천칭저울을 들고 저스티스(Justice)를 구현한, 정의와 법의 여신 디케(Dike)가 만약 이 시대에 부활한다면?
맨 먼저 두 눈을 가린 붕대부터 풀어버리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지위나 이념에 치우치지 않기 위해 눈을 가리는 것보다 더 엄중한 일이 급변하는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해서 미증유의 격랑을 헤쳐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법의 균형>은 이해충돌을 조율하는 법의 지도를 보여준다. 이익과 이해 사이에서, 혁신과 규제 사이에서, 위기와 위험 사이에서 법은 균형을 찾는다. 천사의 얼굴을 한 법과 악마의 얼굴을 한 법이 교차하면서 나침반 바늘처럼 공평과 정의라는 정방향을 찾아나선다. 혼돈의 시대에 법도 눈치 빠르게 다른 세상을 준비해야 함을 알려준다.
저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법이라는 그릇이 아니라 그 안에 담을 합의라는 음식”이라고 말한다. 법이 정의와 균형을 달성하는 주요한 수단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수용성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책은 담고 있다.
정치가 생물이듯이 법도 펄펄 살아서 시대의 흐름과 함께 호흡해야 국가가 내 편이 될 수 있다.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초갈등의 시대에 쾌도난마 같은 통찰을 갖게 해준 책, <법의 균형>은 어느새 나의 권익이 되었다.
임혜자 | 국민권익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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