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선출] 문대통령과 경선 거치며 '서먹'..文 "지명 축하"(종합)
文대통령, 코로나 초기 "李처럼 해야" 호평..李, 수락 연설서 "존경하는 문대통령님"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조소영 기자,김상훈 기자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0일 더불어민주당의 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로 선출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연이 관심을 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민주당 당원으로서 이재명 지사의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을 축하한다"며 "선의의 경쟁을 펼친 다른 후보들에게도 위로와 격려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 후보는 이날 마지막 서울 지역 경선에서 승리가 확정된 후 감사 연설에서 "김구 선생의 일념, 김대중 대통령님의 신념, 노무현 대통령님의 열정, 문재인 대통령님의 마음으로 정치에 임하겠다"며 문 대통령을 언급했다.
이어 "내년 3월 9일, 반드시 승리하겠다"며 "그리고 두 달 후 대통령 취임식장에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굳게 손잡고 함께 서겠다"고 밝혔다.
사실 문 대통령과 이 후보는 변호사 출신이라는 공통점 외에는 정치적으로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다.
특히 '주류'인 친노(親노무현) 핵심 인사로 두 번이나 대선 후보로 선출됐던 주류 출신 문 대통령과 달리 이 후보는 민주당 소속의 수많은 기초자치단체장(경기 성남시장) 중 한 명이자, 당내 역학구도에서도 '비(非)주류'에 속한다.
뚜렷한 접점이 없던 두 사람의 인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5년 전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촛불정국 때였다.
당시 이 후보는 제1야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과 촛불집회를 함께 하며 박 전 대통령 하야와 탄핵·구속 등을 연이어 요구, 촛불민심을 잘 대변하는 정치인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정치적인 포부를 키워온 이 후보는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하며 문 대통령과 '씻을 수 없는' 인연을 만들게 된다.
이 후보는 대선 경선 토론회에서 문 대통령을 거칠게 몰아붙이며 문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이를 통해 자신만의 '사이다' 정치스타일을 한층 더 공고히 했지만, 당내 친문 세력과 친문 지지층과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상황이 됐다.
이러한 '친문 진영과의 정서적 거리감' 문제는 4년이 흐른 이번 경선까지도 잊을 만하면 이 후보를 짓누르는 아킬레스의 건 중 하나가 됐다.
이를 의식한 이 후보도 이번 대선 경선에 임하며 여러 차례 '4년 전 일'을 반성하며 친문 구애 행보를 이어왔다.
지난 7월에는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 2017년 대선 경선 때를 회상하며 문 대통령으로부터 위로 받은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지난 19대 대선 경선 당시 문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것을 언급하며 "막상 (경선에서 공격) 당해보니 (문 대통령에게) 너무 죄송하다. 내 업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청와대에서 열린 수도권단체장 회의 이후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차 한잔 주면서 위로해줬다"고 뒷얘기를 전했다.
경선 토론회에서도 자신의 '흑역사'로 2017년 경선을 꼽으며, 문 대통령에 미안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 후보는 "지금 생각해도 낯 뜨거운 상황들이 있었다. 페이스메이커로 참여했었는데 지지율이 올라가니 '이게 내 실력인가 보다' 착각해 오버 페이스를 했다. 당시 문재인 후보께서 어떤 생각을 했을지 생각하면 너무 쑥스럽다. 좋은 경험이었지만 지금도 얼굴이 뜨거워진다"고 자세를 낮췄다.
이 후보는 문 대통령 아들 준용씨에 대해서도 "좋아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예술지원금 '특혜 의혹'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혀온 준용씨에 대해 "'대통령에 혜택 안 받겠다, 피해도 안 받겠다, 원칙대로 하겠다'고 당당하게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4년 전 일'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에게 크게 서운한 마음을 쌓아오지는 않은 듯하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이 후보의 '청년수당' 정책을 이어받으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 강민석 전 청와대 대변인이 펴낸 책 '승부사 문재인'에는 이 후보에 대한 문 대통령의 후한 평가도 적지 않게 담겨 있다.
강 전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코로나 초기 상황이던 지난해 3월 청와대 참모들에게 "이 지사 방식이 (국민에게) 메시지가 있는 것이다. 이 지사처럼 빨리빨리 액션을 취해야지"라고 지시했다.
이 후보가 교회 예배 등에 대해 강경한 조처를 했을 때는 "이 지사가 취하는 조치를 적극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대변인실에 전달하며 "그대로 발표하라"고 했다고 한다.
강 전 대변인은 "세간에는 이 지사를 '비문'으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문 대통령과 이 지사는 '케미'(Chemistry·호흡)가 맞았다"고 주장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최근 이 후보를 둘러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선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지난 5일 청와대의 첫 공식입장은 "엄중하게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원칙론자'인 문 대통령이 이 후보가 연루된 의심을 받고 있는 이번 사태에 대해 이 후보의 '깨끗한 해결'을 요구하는 것으로 풀이하는 시각도 있다.
한편 이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결정되면서 문 대통령과의 만남이 성사될지 여부도 주목된다. 만약 문 대통령이 이 후보를 만나게 된다면 이는 세 번째 '여당 소속 현직 대통령과 여당 대통령 후보' 간 회동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2002년 4월 당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와 만났고 2012년 9월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만남을 가진 적이 있다. 두 대통령 모두 여당 당적을 가진 채 여당 대선 후보와 회동했다.
문 대통령과 이 후보 간 만남은 청와대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상황 때문에 이 후보 측 요청에 따른 청와대의 수용 형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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