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후 건축계 중심 인물' 원정수 전 인하대 교수 별세

2013년 7월5일 목천문화재단 자료기증식 당시의 고인 [간삼건축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일양건축과 간삼건축을 세우는 등 해방후 건축계를 이끈 중심 인물 중 한명인 원정수(元正洙) 전 인하대 건축공학과 교수가 10일 오전 6시10분께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7세.

1957년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고인은 1959년 한국 최초 여성건축가 지순(池淳·1935∼2021)씨와 결혼, 부부가 함께 일양건축사사무소에 이어 1983년 ㈜간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간삼건축)를 세워 현대 건축을 이끌었다. 1963∼1999년 인하대 건축공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후학 양성에도 힘썼다. 건축 설계 디테일에 능숙했지만, 대학 교수가 건축 설계 실무에 관여하는 걸 비판하는 분위기 탓에 부인 지순씨가 간삼건축 대표를 맡았다. 실제 건축 설계는 부부가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 본점과 포항공대, 포스코센터, 태평로 삼성빌딩, 동숭아트센터, LG(구 금성) 중앙연구소 등을 설계했고, 최근에는 천주교 명동대성당 성지화 작업과 은평성모병원 설계에 관여했다. 고 이건희(李健熙·1942∼2020) 삼성그룹 회장의 자택과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 등도 원 교수의 작품이다. 2000∼2006년 한국건축가학교 교장, 미국 하와이대 건축대학 실무지도교수 등을 역임했다.

'한국 건축 어디로 가고 있나'(1998·미건사), '부부 건축가의 건축외길 50년'(2010·상상디자인), '건축 세상만사'(2010·상상디자인), '집-한국 주택의 어제와 오늘'(2014·간삼건축), '원정수·지순 구술집'(2015·마티) 등 저서를 남겼다. 서울특별시 건축상, 한국건축문화대상, 국민훈장 목련장, 예총 예술문화상 대상 등을 받았다. 오동희 ㈜간삼(간삼건축 지주회사) 대표이사는 "해방후 건축계를 이끈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생들로 이뤄진 목구회에서도 가장 선배로 일제시대 1세대 건축가와 현대 건축의 가교 역할을 분 분"이라고 말했다.

한국실내건축가협회 회장을 지낸 박인학 월간인테리어 발행인은 "실무와 학문을 겸비하고 (실무의) 후진과 (학문의) 후학 양성을 같이 하셨다"며 "건축계에서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華而不侈·'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았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았다'는 뜻)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젊어서부터 이 말에 어울리게 살며 건축계의 밑거름이 되신 분"이라고 말했다.

유족은 딸 원순영(재미 사회학자)·원선(스웨덴 에릭슨 근무)·원혜원(바이올리니스트)·원혜성(그래픽디자이너)씨와 사위 송규진·박대민·이종한씨가 있다. 지난달 21일 부인 지순씨가 세상을 떠난 지 19일 만에, 62주년 결혼기념일에 세상을 떠나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빈소는 본인인 설계한 은평성모병원의 장례식장 6호실에 마련됐고, 발인은 12일 오전 6시, 유골은 부인이 먼저 안장된 절두산 부활의 집에 모셔진다. ☎ 02-2030-4463

2019년의 고 원정수 교수와 고 지순 전 간삼건축 대표 부부 [유족 제공]

chung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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