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네트, 과작, 팬데믹..레오스 카락스 "극장 위협받는 건 슬픈 현실" [BIFF](종합)

고승아 기자 2021. 10. 10.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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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 '아네트'로 부산 온 카락스 감독
"내가 변했을 때, 비로소 새로운 작품 만들 수 있어"
'마스터 클래스'에 참석한 레오스 카락스 감독/부산국제영화제 제공 © 뉴스1

(부산=뉴스1) 고승아 기자 = 프랑스 출신 거장인 레오스 카락스 감독이 부산을 찾았다. 그는 신작 '아네트'는 물론, 영화에 대한 확고한 소신을 전했다.

카락스 감독은 10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마스터 클래스 : 레오스 카락스, 그는 영화다'를 열고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8년 만에 발표하는 신작 '아네트'는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 앤(마리옹 꼬띠아르)과 스탠드업 코미디언 헨리(아담 드라이버)에게 특별한 딸 아네트가 생기며 일어나는 일을 다룬 뮤지컬 영화로, 갈라 프레젠테이션 공식 초청작이다. 레오스 카락스 감독은 이 영화로 올해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카락스 감독은 당초 지난 9일 공식 일정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항공 운행의 갑작스러운 변경으로 이날부터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자리에 온 카락스 감독은 "살아있는 걸 느낀다"고 인사하며 클래스를 열었다. 진행을 맡은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감독님이 '클래스'라는 걸 좋아하지 않으셔서, 오늘은 특별히 관객들의 질문을 중심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카락스 감독은 자신이 영화를 시작한 계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사실 너무 오래 전이라 기억을 더듬어야 할 것 같은데 영화를 시작한 건 16살, 이 때 즈음이다, 시골에서 살다가 파리로 이사가면서 영화를 많이 보기 시작했다"라며 "그때 당시에는 카메라 뒤에 사람이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고, 그냥 배우들 보러 가고 싶었고 거기서 연기와 액션을 봤다, 영화를 보면서 아 이걸 만드는 사람이 있구나, 카메라 뒤에 사람이 있고 앞에 여배우가 있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건 강렬한 인상이었다. 여배우는, 남배우도 있지만 감독과 연인 관계이기도 하고, 그렇게 카메라 감독 여배우 사이의 관계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라며 "당시 무성영화를 많이 봤는데 강렬했다, 어둠 속에 들어가서 조용하게 관객들과 보는 게 저한테 정말 큰 충격이었다, 그때 여러 국가의 영화를 봤고, 아시아 영화는 못 봤지만 정말 다양한 영화를 즐길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리고 16mm 카메라를 손에 넣어서 촬영을 시작했는데 머릿속에서는 막 장편을 만드는 그런 상상을 했는데 청소년이라 사람들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편을 만들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그는 19살 때부터 장편을 만들기 시작, 22세의 나이인 1984년 '소년 소녀를 만나다'를 발표하며 영화 '신동' 수식어를 얻었다. 카락스 감독은 '지니어스'(신동)라는 말이 나오자 웃으며 부인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영화 '아네트' 기자회견에 참석한 레오스 카락스 감독/부산국제영화제 제공 © 뉴스1

특히 카락스 감독은 과작(寡作)으로 유명하다. 1984년부터 장편 데뷔작을 발표했지만, 이후 '나쁜 피' '퐁네프의 연인들' '폴라 X' '홀리 모터스' '아네트' 등의 작품만 세상에 내놨다.

이에 대해 "예산적인 이유도 있었고, 악명을 쌓은 적도 있고 캐스팅이 어려울 수도 있었다"라며 "이게 프로젝트를 배우가 누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머리속에서만 상상을 많이 하다보면 맞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그래서 시간이 오래 가기도 했고, 어떨 땐 고갈된 느낌. 상상을 할 수 없는 그런 느낌도 있었고 에너지가 없다는 생각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근데 이 세상 모든 걸 다 캐스팅할 수가 있다고 해도, 저는 지금까지 서너작품 정도 만들지 않았을까, 저는 다작을 할 수 없는 사람이다"라며 "저는 매 작품마다 이전에 나와 다른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내가 변화했을 때 달라졌을 때 비로소 새로운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전했다.

감독은 '자신의 영화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냐'는 물음에 "전 남의 영화도 안 보고, 내 영화도 안 본다"라며 "편집을 하면서 물론 보지만 완성된 버전은 보지 않는다, '아네트'는 칸에서 상영했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본 건 칸에서 본 게 마지막"이라고 했다. 이어 "그렇게 보는 게 사실 자연스럽고 좋다고 생각하겠지만, 일단 저는 다시 보거나 하지는 않고 보고나면 실망감, 우울감이 들기도 하고 영화를 다시 보지 않으면 실제보다 더 낫다고 저 혼자서라도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그렇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카락스 감독은 '최근에 본 영화' '추천 영화' 등에 대해서는 "영화를 잘 안 본다"고 단언했다. 이어 "16살 때부터 20살 때까지 정말 많은 영화를 봤고 거기서 영화에 대한 애정을 많이 키웠고, 영화를 지금도 많이 사랑하지만 더 이상 영화를 보지 않고 필요한 부분이 있을 때 부분만 찾아서 본다"며 "그리고 신뢰하는 사람이 영화를 꼭 보라고 하면 찾아보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군중' '선라이즈' 'La Petite Lise' 등 무성영화를 추천했다.

그러면서 "영화라는 자체가 역사가 짧다, 이제 100년 정도 넘었으니까 영화를 하는 세대마다 새로운 것을 재창조하지 않으면 영화를 끌고 갈 수 없었다"라며 "처음에 영화가 발명됐을 때 엄청난 파워, 효과가 있었는데 사람들에게 그걸 서서히 보여주면 힘을 잃었고, 그 때 유성으로, 이어 컬러로 넘어가면서 계속 재창조하고 힘을 이어나가려고 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불씨를 꺼트리지 않고, 여기서 지금 3D 디지털까지 왓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3D를 쓴다고 더 파워풀하다고 느끼지 않고 실험 정신에 있고 거기에 감독의 정신이 덧붙여져야 하는데, 그 정신이라는 건 이미지를 캡처하고 찍어낸다는 기본적인 원칙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힘이 무엇인지 알고 싶으면 무성영화를 많이 찾아보시길 추천한다"고 강력하게 말했다.

'마스터 클래스'에 참석한 레오스 카락스 감독/부산국제영화제 제공 © 뉴스1

8년 만의 신작 '아네트'에 대해 "'아네트'는 상황이 좀 달랐다, 제안을 받아서 동의해서 진행된 작품이고 그들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거라 상황이 다르다"라며 "20살 때부터 언제나 뮤지컬 영화를 만들고 싶어했다, 그래서 이번엔 다른 경험이었다, 그리고 제작비 때문에 4~5년은 지연되기도 했는데 이 영화는 진짜 음악 때문에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영화를 제안한 밴드) 스팍스, 제가 진짜 좋아하던 음악이고, 또 영어는 제 첫 번째 모국어다"라며 "프랑스에서 자라면서 영어를 까먹기도 했는데 영어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고, 그래서 이번에 내가 좋아하는 음악, 그리고 영어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또 내가 아빠가 되면서 나쁜 아빠에 대한 얘기를 다루는 거라 의미 있다"고 말했다.

스팍스와의 호흡에 대해선 "내가 좋아하는 음악 자체를 배경으로 쓰는 건 쉬운데, 오리지널 뮤직을 만든다고 하면 어떤 작곡가를 불러야 하는지, 어떻게 내가 원하는 걸 소통해야 하는지, 어떻게 논의해야 하는지 그렇게 만들어서 왔는데 마음에 안 들면 어떻게 바꿔야 할지 그 언어조차 모르겠더라, 그래서 음악 작업에 있어서 어려웠다"라며 "그런데 스팍스와의 작업은 달랐고, 편하고 심플했다. 16살 때부터 (스팍스의 노래를) 들어와서 그런지 몰라도, 스팍스가 자기 주장을 내세우는 편도 아니고 내 의견을 잘 들어주고 작업도 빠르고 1주일 안에 데모가 나오기도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좋지 않아도 부분부분 좋으면 그걸로 작업하고. 모든 작업을 제가 맡긴 게 아니고 같이 하는 느낌이었다. 농담조로 세 번째 브라더, 형제라고 말할 정도였다"라고 자신했다.

카락스 감독은 코로나19로 인한 극장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소신을 밝혔다. 그는 "지금 극장이 목도한 문제는 코로나 때문은 아닌 것 같고 코로나 전에도 있었다. 코로나가 원하는 것, 스트리밍 플랫폼이 원하는 거 딱 하나, 그건 관객이 극장을 가지 않고 집에 있는 것"이라며 "그건 슬픈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플랫폼에서도 제게 돈을 주고 하겠다고 하지만, 극장이 사라지는 게 우려스럽고 너무 슬프다, 극장은 사람들이 모이는곳이라 사회가 만들어지는 공간이다, 먼저 교회가 있었고, 그 다음에 극장, 그 다음이 바(BAR)다. 사회가 만들어지는 중심이었는데 그 공간이 위협받고 있는 건 너무 슬픈 현실이라 생각한다"고 생각을 전했다.

카락스 감독은 OTT(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측에서 제작 제안이 온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물음에 "영화가 아니라 다른 거라면 의향이 있다. 영화를 사람들에게 상영을 하고, 사람들이 만나는 장소는 꼭 극장이라고 생각한다, 큰 스크린에서 만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라 생각한다"라며 "시리즈나 다른 형식이라면 고려를 하겠다. 그리고 OTT라면 오리지널 콘텐츠가 아니라 다시 한번 VOD 재상영이라면 괜찮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마스터 클래스'에 참석한 레오스 카락스 감독/부산국제영화제 제공 © 뉴스1

한편 이날 관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분위기는 한층 뜨거웠다. 한 관객은 카락스 감독에게 '담배를 많이 피우는 모습이 나오는데, 담배는 어떤 의미냐'라는 질문했고, 이에 "제가 세 번째 작품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는데 어릴 땐 안 피웠고, 그때는 사람들을 직접 만날 일이 없었는데 세 번째 작품부터 사람들을 만나야 하고 투자나 제작이나 변호사들을 만나야 하고 그 사람들과 친해지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담배를 배웠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다고 아주 딱히 사회적인 사람은 안 됐지만 그 이후로 끊을 수가 없어서 여전히 담배를 피우고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후 카락스 감독은 잠시 담배를 피우기 위해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떴다. 이에 허문영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원래 70분 행사라고 고지하면서 괜찮겠냐고 물었을 때 괜찮다고 하셨는데, 담배 질문에 참지 못하셨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seung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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