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은 다른 종교를 적대하나?..한국 신자들에게 물어봤습니다

김민호 2021. 10. 10.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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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사원을 건축하려는 무슬림과 이에 반대하는 주민 사이에 갈등이 벌어진 대구 대현동에서는 지난 5월 ‘이슬람의 위험성’이란 제목의 전단이 배포됐다. 이슬람은 교리상 다른 문화와 종교를 적대하며 사원은 불신자들과 싸우기 위한 전쟁을 논의하는 장소라는 주장이 골자다. 그 근거로는 꾸란(이슬람 성서)의 내용이 제시됐다. 예컨대 “너희가 발견하는 불신자마다 그들을 포로로 잡거나 그들을 포위하라”는 구절을 제시하면서 이슬람 교리가 이슬람을 믿지 않는 사람에 대한 살인을 정당화한다고 주장하는 방식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득세한 이후로 국내 온라인 공간에서도 이러한 우려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국내 이슬람 신자들은 이러한 주장을 어떻게 생각할까. 지난 5일 서울 한남동의 한국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을 찾아 지도자(이맘) 등 관계자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중앙성원은 1976년 개원한 국내 첫 이슬람 사원으로 국내에 20개 성원을 두고 있다. 이주화 이맘은 ‘이슬람이 무력으로 교세를 전파한다’는 인식은 “이슬람을 이슬람으로 보고자 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오해와 편견”이라고 주장했다. 유럽과 중동에서 테러리스트들이 이슬람 교리를 명분으로 테러를 벌여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은 무슬림 가운데 일부이며 ‘진짜 이슬람’을 믿는 무리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한국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의 장 후세인 선교차장이 5일 한남동 서울중앙성원에서 이슬람 교리를 설명하고 있다. 장 차장은 1994년 입국해 귀화한 한국인으로 배우자도 한국인이다. 장 차장은 유창한 한국어로 한국인과 무슬림들이 서로 이해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우한 기자

"이슬람 신자 19억 명인데 극단적 사례 일반화 안 돼"

이슬람이 이슬람 극단주의가 발호한 중동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에서 믿는 세계적 종교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이슬람이 다른 문화와 공존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극단적 사례를 일반화한다는 것이다. 이 이맘은 “이슬람 신도가 20억 명에 육박하는데 그 가운데는 이슬람을 잘못 알고 그것이 전부인 양 광신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라면서 “무고한 사람을 살해하는 행위를 이슬람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이맘은 “2005년 영국에서 지하철 테러가 일어났을 때 처음에는 이슬람이 원인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여러 조사가 진행된 이후에는 이민 정책의 실패가 원인이라는 발표들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장 후세인 선교차장은 “이슬람국가(IS)는 이슬람에서도 인정하지 않는 단체”라면서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친 사람은 하나님 앞에서 심판을 받을 때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슬람 사원은 중앙집권적 조직 아냐"

사원이 특정 지역을 ‘이슬람화’하는 전초 기지로 작동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이들은 이슬람은 천주교와 달리 중앙집권적 조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슬람 신자라면 누구나 사원을 세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와끄프’라는 공익재단을 만들어 여러 신자들이 사원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 이맘은 “사원끼리 재정적으로 지원할 수는 있겠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조직이 한국을 지배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라면서 대구 대현동도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현동에 건립이 추진 중인 사원은 서울중앙성원 소속은 아니다. 장 차장은 “우리처럼 형태를 갖춘 사원은 전국에 25개 정도 된다”면서 “예배소까지 합치면 대략 135개 정도의 사원이 있고 그보다 작은 모임은 더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차장에 따르면 국내 무슬림 가운데 한국인은 3만 명 정도이고 해외에서 입국한 노동자 등 외국인은 15만~16만 명 정도다.


"꾸란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안 돼"

꾸란의 극단적 표현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이슬람 학자들이 보는 견해를 알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신학적 의미를 모르면서 문장 그대로의 뜻만 강조하면 안 된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대현동 전단에도 담긴 ‘박해가 사라지고 종교가 온전히 하나님만의 것이 될 때까지 성전하라’는 문구는 ‘가서 전쟁하라’는 뜻이 아니다.

이 이맘은 “그 부분의 의미는 누군가 이슬람에 입교해서 예배를 하기까지 겪는 내적 갈등을 이겨내라는 것”이라면서 “술도 마시고 싶고, 하고 싶은 일들이 많을 텐데 그것을 이겨내라는 이야기”라고 전했다. 이 이맘은 “(성서를 문자 그대로 해석한다면) 기독교에는 그보다 더 심한 말도 많다”면서 신학적 의미를 이해해달라고 강조했다. 이 이맘은 “꾸란에는 ‘우리가 선량한 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살해하는 것은, 인류 전체를 다 죽인 것과 같다’는 표현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이맘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난민들이 들어오기 이전에 몇 년 전에는 예멘 사람들이 제주도에 들어왔을 때 얼마나 말이 많았느냐"라면서 "예멘 사람들 들어오면 제주도에서 여자들은 밤에 이제 외출도 못 한다고 이야기했는데 지금까지 정말 그랬느냐"라고 되물었다.


"기독교와 이슬람 공존하는 국가들 존재"

이슬람이 다른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서 장 차장은 이슬람과 기독교가 공존하는 국가들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 차장은 “이슬람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기독교인이며 그다음이 유대인이고 똑같은 하나님을 믿는 종교들”이라면서 “(이슬람 국가로 알려진) 이집트는 인구의 10%가 기독교인이고 레바논은 30%가 기독교인”이라고 설명했다.

터키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1994년 한국정부초청 장학생으로 입국해 서울대에서 국어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장 차장은 “여기는 한국이기 때문에 (무슬림이) 한국 사람을 이해해야 하는 것도 맞지만 서로 주고받는 것도 필요하다”면서 “세계인의 4분의 1이 이슬람을 믿는 사람들인 만큼 이슬람을 이해하는 것은 세계의 4분의 1을 이해하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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