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임대인에 의한 보증사고 피해자 3명중 2명은 2030

김호경 기자 2021. 10. 10. 18:5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2017년 서울 강서구의 신축빌라에 전세로 입주한 A 씨(37)는 2년 전 계약 기간이 끝났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계속 거주하고 있다.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HUG로부터 악성 임대인인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 8월 기준 임대인 129명이 세입자 보증금 4284억 원을 제때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 중구 남산N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 모습. 2021.10.5/뉴스1 © News1
2017년 서울 강서구의 신축빌라에 전세로 입주한 A 씨(37)는 2년 전 계약 기간이 끝났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계속 거주하고 있다. 집주인은 다음 세입자를 나타나면 주겠다며 전세금 1억9000만 원을 안주고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한 덕에 1억6000만 원은 HUG로부터 받았지만, 나머지 3000만 원은 날릴 위기에 처했다. 그가 사는 집이 경매에 붙여져 이 돈을 경매로 회수해야 하지만 낙찰자가 없어 경매 최저가가 2800만 원까지로 떨어졌다. 그도 보증금을 회수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HUG로부터 악성 임대인인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 8월 기준 임대인 129명이 세입자 보증금 4284억 원을 제때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를 HUG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준 사례가 3건 이상이면서 그 액수가 2억 원 이상이거나 연락 두절 등으로 상환의지가 없는 임대인을 뜻한다.

악성 임대인에 의한 보증사고 피해자 절반 이상(54.1%)은 30대였다. 20대 피해자(13.5%)까지 합치면 피해자 3명 중 2명이 20, 30대인 셈이다. 젊은 피해자가 많은 건 보증사고 위험이 큰 빌라 세입자 상당수가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젊은층이기 때문이다. HUG 통계는 세입자가 보증금을 떼일 경우를 대비해 전세보증금보증보험을 가입한 경우만 집계한 수치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피해까지 감안하면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빌라는 신축일지라도 매매가와 전세가가 거의 비슷하거나 심지어 전세가가 더 높다보니 현금 한 푼 없이 세입자 보증금만으로 집을 사는 ‘무(無) 갭투기’도 가능하다. 실제 이런 수법으로 수백여 채를 사들인 임대인이 적지 않다. 문제는 다음 세입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기존 세입자는 보증금을 돌려받기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20, 30대 보증사고 피해 34.1%가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몰린 것도 화곡동에 신축 빌라가 밀집된 영향이 크다. 세입자 70여 명의 보증금 300억 원 가량을 돌려주지 않고 잠적한 일명 ‘세 모녀 갭투기단’도 화곡동 일대 빌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김 의원은 “‘갭투기꾼 공개법(가칭) 등을 마련해 세입자가 계약 전 임대인의 위험도를 알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적은 빌라 전세는 피하고, 불가피하다면 전세보증금보증보험을 가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호경기자 kimhk@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