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지각변동..현대車·GM "테슬라 잡는다"

서동철,박윤구 2021. 10. 1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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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전면 전동화전략 돌입
GM 2025년 점유율 1위 도전
포드·SK 손잡고 배터리 생산

◆ 격화되는 전기차 전쟁 ◆

세계 전기차 시장을 장악해온 미국 테슬라의 독주 시대가 저물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 순수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수소전기차) 출시를 강화하고 전동화 전략까지 발표한 현대자동차그룹뿐 아니라 미국 최대 완성차 회사 GM과 현지 2위 업체 포드도 전기차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세계 전기차 분야 지각변동이 예고되면서 자동차업계 순위도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GM은 최근 2030년까지 연간 매출을 지금의 2배인 2800억달러(약 355조원)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2025년까지 미국 내 전기차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하겠다고 천명했다.

공식적으로 테슬라를 제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메리 배라 GM 회장은 "GM은 성장 기회에 초기 투자함으로써 자동차 제조사에서 고객 중심 플랫폼 혁신기업으로 변모했다"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통해 모든 이들의 일상을 혁신하고 그들을 완전히 전동화된 미래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포드 역시 국내 SK이노베이션과 손잡고 미국 내 최대 규모 차량용 배터리 생산기지 건설에 나섰다. 해당 공장이 완공되면 매년 215만대 전기차가 생산된다. 특히 제조사마다 전기차 '뼈대'에 해당하는 전용 생산 플랫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뼈대가 달라야 외형도 다르고 주행거리 성능도 더 확보할 수 있다.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가 워낙 무거워 전기차 무게나 크기, 투입 부품 수 등을 획기적으로 줄일 플랫폼을 개발해야만 차량 실내 공간도 커진다.

그간 전기차에선 배터리 중요성만 강조돼 왔지만 내연기관차의 파워트레인 역할을 전기차에선 '구동모터'가 대신하기 때문에 이 전기모터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해졌다.

[서동철 기자]

새 플랫폼 갖춘 車전통강호…'비용·안전' 무기로 전기차 판 흔든다

車기업 '전기차 뼈대' 승부수

전기차 전용 플랫폼 적용 땐
배터리 폭발위험 크게 낮추고
연비 개선·실내 공간 극대화

폭스바겐, 1조원 들여 개발
현대차·벤츠 등도 속속 참전

GM-LG엔솔, 포드-SK이노
전기차 플랫폼發 동맹 활발
세계 각국이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강화에 나서면서 전 세계 완성차 브랜드들이 잇달아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을 예고하고 있다. 20년 뒤에는 전 세계 신차 시장의 70%를 전기차가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가운데 '지금보다 편안하게 더 오래 달릴 수 있는 전기차' 출시를 위한 전용 플랫폼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자동차 플랫폼은 서스펜션(바퀴와 차체 연결 장치)과 엔진·변속기 등 파워트레인 배치, 중량 배분과 무게중심 등 차량의 핵심 요소를 구성하는 구조물이다. 차의 '뼈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주행 성능과 연비, 승차감, 안전성, 내부 공간 등 제품 경쟁력을 좌우하고 표준화된 설계로 자동차 개발 비용과 기간 등을 크게 단축시킨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전 세계 완성차 업계에서는 내연기관차 플랫폼에 엔진 대신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장착한 '파생 전기차'가 주류를 이뤘다. 현대자동차 코나 일렉트릭, 기아 니로 EV, 르노삼성자동차 SM3 Z.E., 메르세데스-벤츠 EQC 등이 이에 해당된다. 다만 파생 전기차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좁은 실내 공간과 짧은 주행거리가 약점으로 꼽힌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세계 각국의 구매보조금 지원 정책으로 전기차 신차 판매 비중이 현행 4~5%에서 10~15%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전용 전기차는 최적의 실내 공간과 주행 성능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하나의 플랫폼으로 다양한 모델을 생산할 수 있어 수익성 측면에서도 제조업체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10일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전기차 판매실적은 총 178만7300대로 전년 동기보다 172.4% 급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 세계 신차 판매량(4142만대)의 4.2% 수준에 해당한다. 파생 전기차의 한계를 뛰어넘고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전 세계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세계 최대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그룹은 모듈형 전기차용 'MEB', 세로 배치형 모듈 전기차용 'MLB evo', 고성능 전기차용 'J1', 프리미엄 전기차용 'PPE' 등 총 네 가지 플랫폼을 기반으로 산하 12개 브랜드에서 ID.3, ID.4, e-트론, 타이칸 등 순수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다.

최근 폭스바겐그룹은 8억유로(약 1조1000억원)를 투자해 모든 모델에 적용할 수 있는 차세대 플랫폼 'SSP' 개발에 착수했다. 기존 내연기관차 플랫폼 3종(MQB, MSB, MLB)을 통합한 플랫폼으로 2026년부터 이를 기반으로 한 순수 전기차를 출시한다. 세계 4위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 또한 CMP, eVMP 등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2023년까지 차급과 차종에 따라 4개의 전기차 플랫폼을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최근 EVA2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순수 전기 세단 EQE, EQS 등을 출시하며 전용 전기차 시대에 합류했다.

현대차그룹 역시 지난해 말 공개한 E-GMP 플랫폼으로 전용 전기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 적용을 시작으로 2024년까지 아이오닉6, 아이오닉7까지 E-GMP를 기반으로 설계·출시한다. 2026년까지 전기차 11개 차종 출시를 예고한 기아 역시 E-GMP를 적용한 전용 전기차를 연이어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전동화 라인업을 확대하는 등 미래사업 분야에 2025년까지 14조9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전기차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업체별 합종연횡은 물론 산업 간 동맹까지 일어나고 있다. 미국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손잡고 BEV2, BEV3 등 플랫폼의 뒤를 이을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얼티엄'을 올해 초 공개했다. 포드는 폭스바겐그룹과 MEB 플랫폼을 공유하고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 합작법인을 세우기로 했다.

하이브리드차 중심의 전략을 고집했던 일본 차 브랜드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혼다는 미국 GM과 북미용 전기차 부품 50%를 공유하기로 했고 르노·닛산·미쓰비시 3사 연합은 모터, 배터리, 차대 등 전기차 부품의 70%를 함께 쓰기로 했다. 주요 완성차 브랜드들이 전기차 배터리뿐만 아니라 플랫폼 개발에 공들이는 또 다른 이유는 다양한 용도로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플랫폼 위에 어떠한 동력장치와 차체를 올려 조립하느냐에 따라 세단부터 스포츠유틸리티차량,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까지 다양한 차종을 생산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 시장에서 유럽·미국계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고 지적한다. 이 교수는 "전기차 각축장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인도 시장 등을 겨냥해 대당 2000만원 미만의 초저가형 전기차를 위한 플랫폼도 준비해야 한다"며 "친환경 브랜드로 변신을 선언한 제네시스 또한 별도 고급 전기차 플랫폼으로 수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현대차그룹이 올해 들어 도심항공교통(UAM), 수소전기차 등 다양한 사업에 대한 구상을 밝혔지만 이와 관련된 세부 계획을 아직 내놓지 않았다"며 "전기차에 올인하지 않을 경우 내연기관차 시장에서처럼 추격자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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