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친절한 금자씨' 속 광기, 누구에게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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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이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 16년 전 개봉작인 '친절한 금자씨'(2005)에 관한 해석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박 감독은 10일 중구 롯데시네마대영에서 '금자씨로 보는 광기의 형상'이라는 주제로 열린 커뮤니티비프 행사에 참석해 "우리가 거창하게 생각해서 광기라고 말하지만, 사실 사소한 미친 짓은 모두가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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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박찬욱 감독이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 16년 전 개봉작인 '친절한 금자씨'(2005)에 관한 해석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박 감독은 10일 중구 롯데시네마대영에서 '금자씨로 보는 광기의 형상'이라는 주제로 열린 커뮤니티비프 행사에 참석해 "우리가 거창하게 생각해서 광기라고 말하지만, 사실 사소한 미친 짓은 모두가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친절한 금자씨'는 사람들을 사로잡는 미모의 금자(이영애)가 13년간 교도소에서 복역하고 나와 그동안 치밀하게 준비해 온 복수를 펼치는 이야기다. '복수는 나의 것'(2002)과, '올드보이'(2003)에 이은 박 감독의 '복수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그는 "보통 복수를 법적 절차를 거쳐서 해야 할 일을 개인이 대신하는 것이라고 보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작은 것들은 법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 나를 섭섭하게 한 친구를 다른 친구에게 험담한다든지 하는 이런 사소하고 소심한 복수극이 벌어진다"며 "광기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겪는 감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면 가까운 사람이 죽었을 때 비탄한 마음은 어디까지 가는 것이 용인되는지, 교통사고 가해자에 대한 분노는 어디까지 괜찮은 건지 생각해볼 수 있다"며 "결국 광기와 정상 사이를 구분하는 선이 취약하다. 선이라기보다는 중간지대가 있는 건데, (우리는 중간지대에 들어섰다가) 어딘가에서 발길을 돌려 정상, 이성이라고 불리는 영토로 복귀한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런 광기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
"영화에서는 그런(광기라고 불리는) 배제된 감정과 욕망에 관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걸 인정하고, 그런 부분을 제대로 들여다봐야 인간이 뭔지 알 수 있는 거죠. 아름답고, 따뜻하고, 희망스럽고, 낙관적인 것만 추구해서는 인간을 온전히 파악할 수 없어요. 결국 이건 반쪽짜리 묘사와 이해죠."
영화는 배우 이영애가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표정으로 "너나 잘하세요"라고 내뱉은 대사가 패러디되면서도 유명해졌는데, 박 감독은 이 대사를 젊은 시절 자신의 경험에서 가져왔다고 했다.
그는 "90년대 후반에 영화사에서 너무 많이 거절당해 힘들어할 때였다. 친구가 왜 그런지 한번 보자길래 보여줬는데 왜 내가 이 모양 이 꼴인지 설교를 했다"며 "듣다 듣다 일어서서 그 대사를 했다. 내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 몰라 나도 놀랐는데, 그 기억이 잊히지 않아서 대사로 썼다. 그 친구와의 마지막 대화였다"고 일화를 전했다.
이어 "존댓말과 반발이 섞인 이상한 뉘앙스인데, 최소한의 예의를 표현하는 것일 수도, 반말보다 더한 분노의 메시지가 담긴 것일 수도 있다"며 "그런데 외국어 자막 작업을 하면서 아주 완벽히 후회했다. 어떤 번역을 해도 그 맛을 살릴 수가 없었다. 결국 딱 맞는 표현은 찾지 못했다"며 웃었다.
이날 오랜만에 '친절한 금자씨'를 다시 봤다는 박 감독은 "'감독이 젊었으니 영화가 참 젊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필름으로 찍었었는데 그 질감이 기가 막히게 멋있다는 생각도 들고, 노출을 잘못 설정해 너무 어둡게 찍힌 장면도 눈에 보인다"고 감상평을 전했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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