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유동성 흡수하면 한국은?

한겨레 2021. 10. 1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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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가 불안하다. 7월에 3305로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9월 초까지 3100~3200대에서 지지되던 코스피는 10월 들어 빠르게 내려왔다. 현재 코스피는 2950선으로 1월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주가가 내린 이유는 기본적으로 글로벌 통화정책 정상화와 조만간 나타날 유동성 환경의 악화, 그 배경이 되는 물가 상승으로 요약할 수 있다. 증시를 뒷받침해 왔던 유동성 부분이 높은 물가 때문에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우려다. 특히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미국 중앙은행(연준)이 물가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조정하면서 투자자들은 조만간 나타날 유동성 흡수 정책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미국 연준의 물가 전망이 크게 바뀐 것은 아니다. 제롬 파월 의장을 비롯한 다수의 연준 위원들은 장기적으로 2%의 물가 목표가 달성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즉, 현재의 물가 상승은 코로나19 이후 나타나고 있는 일부 제품으로 수요 쏠림과 생산 측면의 차질, 즉 병목 현상에 의한 것으로 시간에 걸쳐 해소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이들도 인정하는 것은 그 정도를 너무 낙관적으로 봤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연준의 통화정책회의는 이미 자산매입 규모를 축소하는 테이퍼링을 준비하는 모습이고, 금리 인상 시점 전망치도 조금 앞당기는 모습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 변화가 이머징 마켓 증시에 더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7월 고점 이후 주가 하락 폭이 10%를 넘어섰는데, 미국의 4~5% 하락에 비해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달러화는 기축통화이고, 달러 유동성의 흡수는 그동안 해외로 나가 있던 달러 자금의 미국 회귀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 연준의 유동성 흡수 또는 금리 인상, 그 결과로 나타나는 달러화 강세는 사실상 미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해외로 수출된다는 점을 의미한다. 미국은 국내총생산(GDP) 내 소비의 비중이 70%에 달하고,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바탕으로 막대한 무역·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달러화 강세는 미국 내 물가를 안정시킨다. 하지만 동시에 상대국이 수입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자국 통화 기준 가격은 올라간다.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는 상대국의 통화정책 방향은 제한된다. 경기가 나빠도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지난 8월 기준금리를 올린 한국은행이 이러한 점들을 반영해 인상을 결정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보다는 가계대출의 급증과 부동산 가격 급등이 주된 이유일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물가는 여전히 2%대 중반으로 미국 등 주요국에 비해 안정되어 있다. 구조적인 저물가 압력이 높아 수입물가 상승에 대한 통화정책적 대응의 필요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미국이 본격적으로 유동성 흡수에 들어가고, 원-달러 환율이 더 큰 폭으로 오르면 한은의 행보 역시 더욱 달라질 수 있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이 늘어나고, 수출 기업들은 이익을 보지 않을까? 그럴 수 있다. 헷지하지 않은 달러 자산을 많이 보유한 기업들의 경우 자국 통화표시 자산가치가 올라가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 역사를 보면 달러 대비 원화의 가치와 증시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 즉, 원화 약세 시기에 증시가 떨어지고 강세 시기에 증시가 오른 것이다. 환율의 상승은 외국인 입장에서 원화 표시 자산의 가치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미국이 유동성을 흡수하고, 환율이 움직인다고 증시가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이라 맹신할 필요는 없다. 증시는 금리와 유동성에 의해 영향을 받지만, 또 다른 한 축인 경제성장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최근 변이 바이러스 확산 때문에 엇갈리게 발표되던 경제지표는 조금씩 회복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미국 연준의 정책이 경제, 환율, 이머징 국가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당분간 우리 증시는 조정 국면에 놓여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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