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제조업 비중높아 산재잦아..처벌보단 예방에 초점을"

김희래,김대영 2021. 10. 1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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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산재사망률 OECD 5위
제조업 96%가 50인 미만
영세사업장 안전대책 시급
사후처벌 위주론 실효성 없어
기업 특성에 맞는 예방책 필요
산재예방 기금 대폭 확대해야

◆ 기업 옥죄는 중대재해법 ④ / 경총·한국노총 좌담회 ◆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 안전보건본부장(오른쪽)과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장(왼쪽)이 최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개최된 `중대재해처벌법 좌담회`에 참석해 산업재해 감소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충우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중대법) 시행령 제정안이 지난달 28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재계에서는 즉각 "내용이 여전히 모호해 향후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사측인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 안전보건본부장과 근로자 측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이 산업재해 감축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노사 모두 정부의 입법 과정에서 소통 부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보강해야 할 부분으로 사측은 처벌 강화 대신 기업 특성에 맞는 사고 예방 지원을, 근로자 측은 산업재해예방기금의 대폭 확대를 주장했다.

―주요 국가와 비교했을 때 한국의 산업재해 발생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김광일 본부장=국제적으로 비교 가능한 사고사망만인율(사망자 수×10000/전체 근로자 수)을 보면 한국(0.46)이 주요 비교 대상국인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 선진국보다 2~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7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35개국) 국가 중에서는 5위를 차지할 정도로 상위권이다.

▷임우택 본부장=사고 사망자 수의 절대적 수치는 줄어들고 있다. 사고 사망자 수는 2003년 1311명에서 2019년 최초로 800명대에 진입했다. 다만, 얼마나 더 빨리 감소시키느냐가 사회적 과제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산재가 많이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임 본부장=한국은 전체 산업에서 제조업 비중이 선진국 대비 2~3배 높다. 높은 제조업 비중 때문이다. 2019년 기준 한국 제조업 중 96.4%가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해당되는데, 같은 해 전체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 중 77.2%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김 본부장=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은 산업안전보건법에서도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방치되다시피 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또 리스크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이뤄지는 '위험의 외주화'도 산업재해 개선을 막는 구조적 문제점이다.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사용자와 근로자는 각각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임 본부장=인공지능(AI), 드론 등을 활용한 안전관리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이런 움직임이 아직은 대기업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중소 규모 사업장과 취약계층 사업장 등에 산업재해 예방 활동을 위한 지원이 시급하다.

▷김 본부장=한국노총은 회원조합과 소속 조합원들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참여형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고 포스터, 카드뉴스 등 홍보물을 배포하고 있다. 다만, 노조의 산업안전보건 활동에 대한 시간 보장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노동자의 참여가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사용자, 근로자의 산업재해 감축 노력을 각각 점수로 평가한다면 몇 점인가.

▷김 본부장=정부 50점, 사용자 60점, 근로자 70점이다. 특히 정부는 정책을 수립할 때 노사와 소통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이번 중대법 시행령도 마찬가지다. 만들기 전에 노사 의견을 미리 듣는 것이 아니라 다 만든 다음에 통보하는 등 소통이 부족했다.

▷임 본부장=저는 노사정을 한 팀으로 보기 때문에 모두 70점으로 평가하겠다. 정부의 소통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은 공감한다. '국민정서법'을 의식한 처벌 위주 행정보다 실효성 있는 예방 중심의 지원 정책을 펴주기를 기대한다.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선결돼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가.

▷임 본부장=한국의 각종 안전 관련 규제는 업종과 규모를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마련돼 있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서류 중심의 불필요한 규제 준수에만 시간을 빼앗기며 형식적인 법률 준수 여부만을 살펴보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기업 규모와 업종을 고려한 안전관리 정책을 펴야 한다.

▷김 본부장=산업재해예방기금을 확대해야 한다. 정부는 산업재해예방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해마다 기금 지출예산 총액의 100분의 3 범위에서 정부 출연금으로 세출예산에 계상해야 한다. 그러나 2006년부터 최근까지 10분의 1 수준인 0.3%, 100억원 미만에 그치고 있다.

―내년 1월 27일 시행 예정인 중대법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면.

▷임 본부장=실효성 있고 예방 중심의 행정조직 강화와 정책 추진이 시급한 상황에서 이와 관련한 논의는 전혀 없이 처벌 위주 법률이 성급하게 제정돼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김 본부장=법안 제정 과정에서 법의 취지가 상당 부분 훼손되고, 그 근본 취지가 많이 희석됐다. 이를테면 처벌 관련 규정은 경영책임자 처벌 명시, 처벌의 하한선 확보(징역 1년 이상), 징벌적 손해배상(최대 5배)인데 이는 사실상 산업안전보건법에 들어가도 충분할 법한 내용이었고 과연 경영책임자와 법인에 제대로 된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종전에 비해 중대법으로 개선되는 부분과 개악을 만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임 본부장=안전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제고된 부분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산업현장에서 안전보건관리 체계 구축과 이행에 초점을 맞추도록 한 법률 내용 또한 시의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중대법은 경영책임자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형벌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법률 규정이 불명확해 누가 어떤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지 예측하기 어렵다.

▷김 본부장=중대재해 발생과 관련해 하한형을 도입한 부분은 산업안전법에서 솜방망이 처벌을 개선시킬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5인 미만 사업장을 적용 제외함으로써 사망사고가 다발하는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처벌이 불가능해졌다.

[정리 = 김희래 기자 / 사회 = 김대영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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