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오빠생각·봉선화·선구자..잠들어 있던 우리 가곡 깨웠다

오수현 2021. 10. 1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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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굿모닝 가곡'
고성현·김현수·박미자 등
스타 음악가들 총출동
배우 김명곤 변사로 나서
20세기 음악 역사극 펼쳐
지난 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굿모닝 가곡` 무대. 바리톤 고성현, 소프라노 박미자, 테너 김우경·이정원(왼쪽부터)이 가곡 `강 건너 봄이 오듯`을 부르고 있다. [사진 제공 = 예술의전당]
한국 가곡 28곡을 무대에 올린 예술의전당 기획공연 '굿모닝 가곡'은 가곡으로 엮어낸 대한민국 근현대사 이야기였다. 음악회인 동시에 역사극이었고, 20세기 한국 음악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했다. 지난 8~1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우리 가곡 100년의 드라마'라는 부제로 열린 이번 공연은 사람들 관심에서 멀어진 채 한구석에서 깊은 잠에 들어 있던 우리 가곡을 힘차게 흔들어 깨웠다.

현란할 정도로 다채로워 자칫 산만할 수 있었던 이 공연을 하나의 궤로 엮어낸 사람은 변사(辯士)로 무대에 오른 배우 김명곤(68)이었다. 그는 독립군으로, 독립운동가로, 일제시대 때의 천진난만한 어린이로, 중국 공산당 간부로 변신해 무대에 등장해 맛깔스러운 멘트로 가곡의 탄생 배경과 의미를 풀어냈다. 때로는 가곡의 한 소절을 불러 젖히며 흥을 돋우기도 했고, 노래할 가수를 소개할 때면 옛 변사 특유의 억양을 살려 '박수~'를 외치며 분위기를 띄웠다. 그 덕분에 1920년 작곡된 '봉선화'(홍난파 작곡)를 시작으로 1990년 작품 '강 건너 봄이 오듯'(임긍수 작곡)까지 이어진 이번 가곡의 향연은 내내 한바탕 축제 같았다.

출연진 면면도 화려했다. 푸치니 국제콩쿠르, 밀라노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스타 바리톤 고성현을 비롯해 소프라노 박미자·홍주영, 테너 이정원·김우경·김현수, 바리톤 공병우·양준모가 저마다 색깔을 담아 우리 가곡을 재해석하며 수준 높은 예술 가곡으로 재탄생시켰다. 사실 한국 가곡은 단조로운 화성과 반주로 가곡의 본고장인 유럽에 비해 예술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힘든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공연을 앞두고 수준 높은 오케스트라 편곡을 거치면서 단순한 노래를 넘어선 수준 높은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지휘자 김광현은 중간휴식 없이 2시간여 진행된 연주회에서 쉼 없이 지휘대를 지키며 오케스트라를 이끌었고, 곡마다 원곡 분위기에 충실하면서도 다채롭고 풍성한 소리를 만들어 냈다.

연주 내내 오케스트라 뒤편 가로 14m, 세로 10m 크기 대형 스크린에는 다큐멘터리를 방불케 할 정도로 풍부한 시각 자료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변사 김명곤이 우리나라 초기 동요 '반달'과 '오빠생각' 이야기를 풀어낼 때는 1920년대 촬영된 어린이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무성 다큐멘터리 영상이 띄워지는가 하면, 광복 직후 가곡인 '동심초'와 '산유화' '고풍의상' 노래 전엔 월북 작곡가들 관련 영상이 소개됐다.

친일 논란에 휩싸인 가곡 '선구자' '희망의 나라로'에 관한 김명곤 이야기는 다소 아슬아슬했다. 다만 논란의 노래를 있는 그대로 들려주고 음악 그 자체로 감상하도록 한 부분은 긍정적이었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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