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저감이냐, 석탄 증산이냐' 정책 딜레마 빠진 中..전 세계 에너지 대란

최정희 2021. 10. 1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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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아이폰부터 우유까지 모든 것에 타격"
코로나발 물류 적체·공급난에 이어 전력난까지
전력난 中 성장 악영향..한국 등 주요 교역국도 악영향
"전 세계 제조업체, 스태그플레이션 충격"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중국의 전력난 등 에너지 공급 비상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아이폰부터 우유까지 영향을 받지 않은 곳을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중국 전력난은 중국 경기 둔화로 이어져 우리나라 등 중국 교역국에 타격을 가할 것임은 물론 글로벌 공급망 악화,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며 전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진=AFP)
◇ 탄소 중립에 석탄 공급 줄인 데다…수입도 제한

8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중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에너지 공급난으로 영국, 유럽, 아시아 지역에서 천연가스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주 천연가스 11월 인도분은 MMBtu(1MMBtu는 25만kcal를 내는 가스 양)당 6.46달러에 거래돼 2008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8일엔 5.56달러까지 내려 앉았으나 연초 이후 119.8%가량 급등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8일 장중 배럴당 80.11달러까지 상승하는 등 연초 이후 63.5% 급등했다.

시장 정보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액화천연가스(LNG)에 대한 글로벌 수요는 올 들어 9월까지 누적 기준으로 전년 동기보다 5.3% 급증했다. 이는 전 세계적인 탄소 저감 정책, 특히 중국이 탄소 저감 정책을 강화하면서 석탄 공급을 줄였고 대신 천연가스에 대한 소비를 늘리면서 천연가스 수요가 급증, 전 세계 에너지 대란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간) 중국이 에너지 정책 딜레마를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전력의 약 70%를 석탄 화력으로 조달하고 있는데 중국 당국이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밝히면서 수 년간 탄광, 발전소 등을 폐쇄해왔다. 이와 함께 안전 지침을 준수하지 않은 광부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면서 중국 국무원의 석탄 생산량 증산 명령에도 광부들은 증산을 꺼리고 있다.

탄소 중립 정책에 따라 중국 지방 정부에선 경쟁적으로 높은 에너지가 수반되는 전력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조달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 반면 중앙정부에선 전략난에 석탄 공급을 확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석탄 소비의 10%만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만 호주와의 갈등에 호주로부터의 석탄 수입이 중단된 것도 에너지난을 부추기는 원인이 됐다. 중국은 작년 호주가 중국에 대해 코로나19 발원지 조사를 해야 한다고 밝히자 호주 석탄 수입을 제재했다. 이후 제재 완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인도네시아 홍수, 몽골의 코로나19 확산 등도 석탄 수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에너지난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IHS마킷의 라라 동 애널리스트는 “중국 당국이 석탄에 대한 환경적 우려와 에너지 안보 필요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면서도 “여러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우리는 이것을 에너지 딜레마라고 부른다”고 밝혔다.

전 세계 제품의 3분의 1이 중국에서 생산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2주간 수 천개의 공장이 일시적으로 폐쇄됐고 중국 남동부의 저층 건물에선 엘리베이터가 작동되지 않았다. 가정에서도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문제는 중국은 세계 공장 제품의 3분의 1을 생산하는 국가라는 점이다. 이는 중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에너지난에 고통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에너지난이 아이폰에서 우유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강타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해운업계에선 이미 연말을 앞두고 의류, 장난감 배송이 지연되는 등 공급난에 이어 전력난까지 겹치면서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루이 쿠이즈 아시아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전력 부족와 감산이 지속된다면 특히 수출 제품 생산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경우 글로벌 공급 측면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라보뱅크에 따르면 중국 공장의 일시 중단에 9~10월 종이 공급이 10~15%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동물 사료용과 요리용 기름을 생산하기 위해 콩을 분쇄하는 대두 가공업체들이 전기를 아끼기 위해 가동을 줄이면서 식품도 공급난, 가격 급등에 처해 있다. 낙농 부문은 정전에 따른 착유기 작동 차질로, 돼지고기 공급업체는 저온 저장고 공급난을 겪고 있다.

중국이 아이폰 뿐 아니라 게임 콘솔 등 IT기기의 세계 최대 생산 기지이자 자동차,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반도체 패키징 산업의 주요 중심지라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애플의 핵심 파트너사인 페가트론은 지난 달 에너지 절약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고 세계 최대 칩 패키지 업체인 ASE테크놀러지 홀딩스는 며칠 동안 생산을 중단했다. 중국 톈진과 광저우 등에서 연간 100만대 이상의 차량을 생산하는 도요타는 전력난을 겪고 있다.

중국 내 공장들이 에너지난에 가동 중단 사태를 겪으면서 경제 성장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한국, 대만과 같은 이웃 국가와 호주, 칠레와 같은 금속 수출국, 독일 등 주요 교역국이 중국 제조업, 원자재 수출 둔화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난, 공급난 등은 원자재부터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제조업체, 소매업체들이 높아진 원가를 소비자 가격에 전가해 인플레이션을 더욱 촉진할지, 아니면 원가를 흡수해 채산성 악화로 나타날지 등이 주목된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크레이그 보탐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중국 뿐 아니라 전 세계 제조업체 또 다른 스태그플레이션 충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최정희 (jhid02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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