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수의 삼라만상 37] 가을비만 내리면 시인은 잠을 잔다

정리=박명기 기자 2021. 10. 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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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만 내리면 일부러 창문 쪽으로 머리를 놓고 시인은 잠을 잔다고 했다.

눈이 내리면 즐겁고 풍요로운 겨울의 상징으로 볼 수도 있지만, 가을비만 내리면 나는 왠지 삶에서 지나간 사람들이 더 생각이 난다.

막걸리 한 사발이 청력을 높여 내 두 귀에 이 가을비 내리는 톡톡 튀는 소리를 스테레오로 들려준다.

이 밤 가을비가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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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만 내리면 나는 왠지 삶에서 지나간 사람들이 더 생각이 나..

가을비만 내리면 일부러 창문 쪽으로 머리를 놓고 시인은 잠을 잔다고 했다.

그리고 빗소리가 이 가을의 풍경을 빗자루처럼 모두 쓸어내린다고 표현을 했다. 아~얼마나 멋진 문장인지 온종일 나는 되뇐다.

겨울을 맞이하기 위해 청사초롱을 들고 나가는 새색시처럼 나는 겨울이 오기 전 이 계절이 무척이나 설렜다.

여름보다 가을이 좋고 가을보다 겨울이 훨씬 좋다. 이 가을에 곧 떨어질 오색의 잎이 땅속에서 삭혀져 내 년 한 해 먹여 살리려 장 담그며 기다리는 산골 할머니의 시간처럼 여유가 생겨 즐겁다.

봄 바람은 시고, 여름 바람은 쓰다. 가슴을 열고 크게 숨을 들이시면 가을바람에 단맛이 숨어 있다는 걸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아마 모를 거야. 

가을은 여름 내내 잎사귀며 풀잎에 머물던 단내를 말려 다시 품어 땅 위로 내려준다. 겨울을 준비하는 자연에 지혜가 담겨있다.

가을비가 내릴 때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최헌의 '가을비 우산 속'의 노래가 생각난다.

비가 올 때, 젊은 시절에도 우산을 들고 비를 맞으며 혼자 불렀다. 최헌의 노래가 인제야 내 반백의 머리에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을 한다.

눈이 내리면 즐겁고 풍요로운 겨울의 상징으로 볼 수도 있지만, 가을비만 내리면 나는 왠지 삶에서 지나간 사람들이 더 생각이 난다.

막걸리 한 사발이 청력을 높여 내 두 귀에 이 가을비 내리는 톡톡 튀는 소리를 스테레오로 들려준다.

이 밤 가을비가 내리고 있다. 시간이 정말 예쁘다. 지난 사람들이 없지만 나는 여전히 새로운 가을에 여전히 살아있다.

글쓴이=주홍수 애니메이션 감독 sisi9000@naver.com

주홍수 감독은?

주홍수 감독은 30년 가까이 애니메이터로 만화가로 활동을 해왔다. 현재 극장용 애니메이션과 여러 작품을 기획 중이며 올해 출판이 예정된 산문집을 준비 중이다.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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