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배추 갈아엎고 양파라도 심어야 하는데"..중간상인은 연락두절

박진규 기자 2021. 10. 10.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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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배추를 빨리 갈아엎고 양파라도 심어야 한디, 사가기로 약속한 상인들이 전화를 안받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당께. 이러다가 내년 농사까지 망칠 판인데 어찌면 좋겄소."

박씨는 "양배추 농사 시작전에 찾아오는 중간상인들과 파종시 30%를 지불하고 나머지 70%는 수확철에 지불하는 계약을 맺는다"면서 "올해는 30% 선불도 받지 못하고 종자만 제공받아 농사를 지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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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폭락으로 수확은커녕 선금 지급 않고 전화도 거절
일방 해지하면 농민 피해..10월 파종 양파농사도 타격
전남 무안군 해제면의 농부 박승록씨(70)가 9일 수확시기를 놓쳐 쫑이 올라온 양배추를 보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2021.10.9/뉴스1

(무안=뉴스1) 박진규 기자 = "양배추를 빨리 갈아엎고 양파라도 심어야 한디, 사가기로 약속한 상인들이 전화를 안받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당께. 이러다가 내년 농사까지 망칠 판인데 어찌면 좋겄소."

9일 전남 무안군 해제면에서 만난 농부 박승록씨(70)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올해 8월초부터 3000평에 양배추를 심어 재배했으나 수확철이 도래했음에도 계약재배한 상인이 연락이 닿지 않아 매일 속이 타들어간다.

박씨는 "양배추 농사 시작전에 찾아오는 중간상인들과 파종시 30%를 지불하고 나머지 70%는 수확철에 지불하는 계약을 맺는다"면서 "올해는 30% 선불도 받지 못하고 종자만 제공받아 농사를 지었다"고 밝혔다.

무안군 해제면에는 무안 양배추 재배면적의 70%가 집중 재배되고 있으며 조생종 양배추의 경우 이달부터 수확이 시작됐지만, 아직 출하되는 곳은 한 곳도 없다.

농민들은 통상 유통상인들과 계약을 맺고 양배추를 재배하는 경우가 대다수로, 밭 임대료와 관리비 명목으로 농가에 일정금액을 지급하고 종자대와 수확은 상인들이 책임진다. 돈은 추석 전에 계약금액의 30%를 지급하고 나머지 70%는 수확할 때 지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양배추 가격이 폭락하면서 상인들이 추석 명절 전 선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박씨는 "코로나가 터지고 수요가 줄면서 양배추값이 똥값이 됐다"며 "현재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서 양배추 3~4개 들어가는 1망에 1500~1600원 정도에 거래되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배추 값이 폭락했을 뿐 아니라 인건비도 크게 올라 상인들이 약속된 계약을 이행할 경우 손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자 연락을 피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9일 전남 무안군 해제면 일대 양배추밭. 유통 상인들이 가격 폭락으로 수확을 미루고 연락이 안되면서 다 자란 양배추가 밭에서 방치되고 있다. 2021.10.9/뉴스1

실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10월8일 기준 양배추 8㎏ 상품 가격은 1만8865원이나 올해 같은 날(10월8일) 가격은 3231원으로 말 그대로 폭락이다.

양파 주산지인 무안에서는 양파 수확철이 끝나고 휴식기인 8월부터 10월 사이 양배추를 심어왔다. 지난해에는 415㏊에서 양배추를 재배했으나 가격이 좋아 올해는 3배 이상 재배면적인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가격 폭락으로 양배추를 포기하고 양파라도 심어야 하나 계약재배로 묶은 탓에 갈아엎지도 못하는 상태다.

박씨는 "올해 유난히 가물어 물도 많이 주고 미국흰불나방이 극성을 부리면서 농약값은 배 이상 들었다"며 "그냥 포기하고 양파농사를 시작해야 하지만 중간 상인과 계약한 것을 어겼다가 나중에 배상을 요구하면 나만 이중으로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농협 이자는 토·일요일도 없다"면서 "농사를 하면 할수록 빚만 늘어 죽을 때까지 빚이나 갚을수 있을지 걱정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농민들은 정부와 지자체에서 수급안정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자동 계약해지 조항 등 농민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2013년 의무화된 '농산물 포전매매 표준계약서' 작성을 더 강력하게 시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양파, 마늘과 같이 양배추도 정부가 관할하는 채소류 주산지 품목 지정이 필요하다.

무안군 관계자는 "농협과 수출을 논의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며 "전남도와 농식품부에 산지폐기나 시장격리 등 수급안정대책 마련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04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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