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흔드는 MZ 조직.. MZ세대 겨냥 신상품 직접 기획

배동주 기자 2021. 10. 10.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내 인구의 약 32%.. 새로운 소비 권력 MZ

MZ세대(밀레니얼과 Z세대를 합한 말·1981~2010년생)만으로 이뤄진 독립 조직 구성이 유통가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소비력이 높고 트렌드를 주도하는 MZ세대가 새로운 소비 권력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MZ세대 독립 조직은 상품 개발부터 마케팅 등을 주도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MZ세대는 아무래도 MZ세대가 가장 잘 알지 않겠느냐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MZ세대는 국내 전체 인구의 약 32%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 8월 ‘MZ세대가 주도하는 금융업의 미래’ 보고서에서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고 유행에 민감한 국내 MZ세대는 2030년 기준 생산연령 인구(15~64세)의 약 60%를 차지할 것으로 봤다. 우리금융연구소는 “8년 후면 부와 소비 중심이 완전히 이동한다”고 분석했다.

GS리테일 '갓생기획-신상기획팀' 구성원들이 기획 상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 GS리테일 제공

20대 1~2인 가구가 주 고객층인 편의점 업계가 독립 조직 구성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세계(004170)그룹 편의점 이마트24는 지난 8월 ‘딜리셔스 비밀탐험대’를 꾸리고 조직을 20~30대 직원 10여명으로 구성했다. MZ세대 직원이 또래에게 ‘먹힐 것 같은’ 상품을 발굴해 출시한다는 전략이다. 이장욱 이마트24 대표이사가 직접 MZ세대만의 조직 출범을 추진했다.

편의점 GS25 운영사 GS리테일(007070)은 지난 9월 ‘갓생기획-신상기획팀’ 프로젝트를 출범했다. 갓생기획 프로젝트는 20~30대 MZ세대들로 이뤄진 팀을 만들고, 상품 기획부터 디자인, 마케팅 등을 직접 주도하는 활동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MZ세대 감성을 그대로 녹인 제품을 만드는 게 목표”라며 “사업 진행 권한까지 모두 부여됐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밀레니얼 트렌드 테이블(MTT)’ 팀을 운영하고 있다. MTT는 20~30대 직원 10여명이 아이디어를 내는 기획팀으로 대표와 주요 경영진에게 사업을 제안한 후 채택되면 직접 현업에 적용한다. 2019년 3월 “MZ세대는 왜 백화점에 오지 않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해 최근 4기까지 출범했다. 취미생활 커뮤니티 ‘디그디그 액티비티’가 롯데백화점 MTT 작품이다.

독립 조직은 MZ세대의 펀슈머(재미+소비자) 취향을 적극 공략하며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빙그레는 의사 결정권과 실행 권한을 가진 MZ세대 직원들이 지난해 선보인 소셜미디어(SNS) 마케팅용 캐릭터 ‘빙그레우스’ 덕분에 톡톡한 홍보 효과를 누렸다. ‘B급 감성’이 젊은 층 소비자 사이에 인기를 끌며 팬덤까지 형성, 식품업계 SNS 계정 중 팔로워 수 1위 자리에 섰다.

빙그레가 지난해 선보인 캐릭터 '빙그레우스'. / 빙그레 인스타그램 캡처

GS리테일 갓생기획-신상기획팀이 편의점 GS25에 내놓은 ‘틈새오모리김치찌개라면’ 등 MZ세대 겨냥 상품은 지난 9월 9일 최초 출시 이후 10월 5일까지 약 한 달 동안 200만개 넘는 판매 기록을 세웠다. 안병훈 GS25 기획부문장(상무)은 “틈새라면과 오모리김치찌개라면을 합해 출시해도 임원과 팀장이 절대 간섭하지 않았다”면서 “창의력과 자율성이 통했다”고 말했다.

MZ세대는 신상품 기획·발굴 역할을 넘어, 기업의 전략과 방향성을 정하는 핵심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069960)이 지난 8월 진행한 30억원 규모의 ‘나이스웨더’ 투자는 MZ세대로 구성된 미래사업팀이 주도했다. 나이스웨더는 신개념 라이프스타일 매장을 운영하는 곳이다. 미래사업팀은 유망 업체를 발굴하고 본업과 시너지를 도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기업 티몬도 MZ세대 직원을 앞세웠다. 티몬은 지난 7월 20~30대로 구성됐다는 뜻과 이커머스3.0이란 의미를 함께 담은 ‘이삼팀’을 장윤석 티몬 대표 직속 독립 조직으로 만들었다. 예정했던 기업공개(IPO)가 무산된 시점이었다. 티몬 관계자는 “2030세대로 이뤄진 이삼팀은 티몬의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전략과 기획 강화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