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으로 쑥밭 된 브라질, 이번엔 인플레이션에 몸살

송경재 2021. 10. 10.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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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8일(현지시간) 시위대가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코로나19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60만명이 사망했다는 펼침막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브라질은 높은 백신접종률을 바탕으로 팬데믹 최악에서는 벗어났지만 심각한 가뭄에 따른 두자리수 인플레이션으로 또 다른 위기를 맞고 있다. 로이터뉴스1

중남미 최대 경제국 브라질에 위기가 거듭되고 있다.

미국, 인도 등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브라질은 이제 에너지·식료품 가격 폭등세에 따른 심각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팬데믹 수렁을 가까스로 헤치고 나오자 인플레이션이라는 큰 산이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전기비, 가스비가 1년 사이 30% 넘게 폭등했고, 목축의 나라임에도 고기값이 25%나 뛰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이하 현지시간) 브라질이 최근 최악의 팬데믹에서 벗어나자마자 이번에는 수년만에 최고 수준의 가파른 인플레이션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17년만에 최고 물가상승률
8일 브라질 통계청 IBGE에 따르면 브라질 9월 물가는 1994년 이후 17년만에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브라질의 9월 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비 10.25%로 17년만에 최고 수준이었다. 5년여만에 처음으로 물가 오름세가 두자리수를 기록했다.

팬데믹 최악을 지나고 나오자 인플레이션이 버티고 있더라는 소식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영국부터 캐나다, 인도네시아 등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국가들이 지금 공통적으로 겪는 현상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백신 접종 확대 속에 정점을 찍고 하강 국면으로 접어들자 일상생활 복귀에 속도가 붙어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반면 글로벌 공급망, 물류 적체에 인력 부족 문제까지 겹치며 공급이 차질을 빚어 세계 각국에서 물가가 치솟고 있다.

100년만의 최악 가뭄에 에너지·식료품 가격 폭등
브라질은 여기에 사상최악의 가뭄이라는 내부 요인까지 더해졌다.

거의 100년만에 가장 심각한 가뭄에 내몰리면서 에너지 가격과 식료품 가격 폭등을 부르고 있다.

수자원이 고갈돼 수력발전이 일부 멈추면서 브라질은 비용이 더 많이 드는 화력발전을 확대하고 있다.

아마존강을 품고 있는 브라질은 그동안 값 싼 수력발전에 의지해 낮은 전기비를 유지해왔다. 수력발전은 브라질 전력 생산의 약 70%를 차지한다.

그러나 가뭄으로 수력발전이 멈추고 화력발전 가동이 늘면서 9월 전기비는 8월에 비해서는 6.47%, 1년 전에 비해서는 30% 가까이 폭등했다.

가정의 취사용 도시가스 가격도 폭등하고 있다. 전세계 천연가스 가격 폭등세 속에 브라질 도시가스 가격은 9월 전년동월비 35% 폭등했다.

브라질 빈민들이 치솟는 가스 가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야외에서 불을 때 취사를 하기 시작해 화재 위험이 높아지고, 또 대기 오염 문제까지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가뭄은 또 농산물 작황과 목축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혀 식료품 가격 폭등을 부르고 있다.

브라질의 지난달 육류 가격은 지난해 9월에 비해 25% 가까이 폭등했다. 또 브라질 시민들의 필수 식료품인 쌀은 11% 넘게 값이 뛰었다.

전세계 주요 곡창지대 가운데 한 곳인 브라질의 심각한 가뭄과 이에따른 작황 악화는 전세계 곡물 가격을 끌어올리는 배경 가운데 하나다.

중남미도 브라질식 위기 직면
중남미 국가들은 최악의 팬데믹을 거치면서 다른 나라들에 비해 비교적 신속히 백신 접종에 나서 이제 팬데믹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그러나 브라질의 경우에서 보듯 심각한 인플레이션은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골드막삭스의 알베르토 라모스 이코노미스트는 "중남미 거의 모든 나라 경제활동이 상당히 활발해졌다"면서 "높은 백신 접종률로 일상생활 복귀가 빨라지면서 팬데믹 기간 크게 억눌려 있던 물가, 특히 서비스 가격이 상당한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브라질 백신 접종률은 미국보다 높다.

최소 1차례 이상 백신 접종률이 72%로 64%에 그친 미국을 앞지르고 있다.

그러나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 국가들의 이같은 높은 백신접종률은 인플레이션의 씨앗이 됐다.

브라질 외에도 멕시코, 칠레, 콜롬비아, 페루의 9월 소비자물가가 급격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칠레는 전년동월비 물가상승률이 지난달 5.3%, 멕시코는 6%를 기록했고, 콜롬비아도 4.51%로 치솟았다.

보우소나루 재선에 먹구름
브라질은 인플레이션이 특히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팬데믹 기간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많은데다, 가뜩이나 어려운 저소득층의 삶이 높은 물가로 더 팍팍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인플레이션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재선에도 심각한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브라질은 1980~1990년대 물가가 폭등하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겪은 나라여서 나이 많은 세대들은 인플레이션 트라우마까지 안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브라질 정권교체 방아쇠가 되곤 했다.

인기 높던 루이스 이냐시오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이 실각한 것도 높은 인플레이션이 방아쇠 역할을 했기 때문이었다.

2018년 선거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지지했던 고령층과 저소득층이 인플레이션 속에 그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면 재선은 물거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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