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 건강지킴이 ○○치약' 무슨 문제가?..놀라운 연구 [KISTI 과학향기]

2021. 10. 9.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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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rf]

최근 다소 놀라운 연구결과가 하나 발표됐다. 바로 임신 중 불소가 포함된 물을 마셨을 경우 자녀, 특히 아들의 지능지수(IQ)가 낮을 수 있다는 것. 불소는 치아를 감싸고 있는 법랑질을 강화해 충치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어 많은 치약에 활용된다. 또 미국, 호주, 캐나다, 영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는 불소화한 수돗물을 공급한다. 이런 불소가 어쩌다 불명예를 얻게 됐을까?

캐나다 요크대학과 사이먼프레이저대학 공동 연구팀은 캐나다 밴쿠버와 몬트리올, 토론토 등 6개 도시에 살았던 임산부와 그들이 낳은 자녀, 총 601명의 건강에 대해 장기 추적조사를 실시했다.

이 중 약 41%는 불소화 수돗물을 식수로 공급하는 지역에 살았다. 연구팀은 이들의 소변을 검사해 불소 농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불소 농도는 ℓ1L당 약 0.69mg로 나타났다. 반면 수돗물에 불소를 넣지 않은 지역에 살았던 여성의 소변에서는 불소 농도가 1L당 0.4mg 정도로 낮게 나타났다.

다음으로 연구팀은 불소 농도를 측정한 두 집단의 여성들이 출산하고 3~4년 지난 뒤 자녀의 IQ를 측정했다. 그러자 소변 내 불소 농도가 ℓ당 1㎎ 높아질수록 자녀 중 아들의 IQ가 4.5%씩 떨어진다는 결과를 얻었다. 여러 언론 매체는 이번 연구결과를 보도하며 이것이 사실이라면 불소를 활용하는 공중보건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아직 속단을 내리기는 이르다. 불소가 정말로 아들의 지능지수를 낮추는 원인으로 작용하는지는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먼저 왜 딸이 아니라 아들에게서만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는 잘 설명되지 않는다. 정말로 불소가 원인이라면 성별에 따른 차이는 없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 논문을 비평한 과학자들은 방법론에 결함이 있다고 지적한다. 통계적으로 그 결과가 지지되는 정도가 매우 약하고 연구팀이 모은 데이터도 매우 빈약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불소와 지능지수가 관계된 논문은 이번 연구 하나이므로 다른 실험에서는 똑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123rf]

불소의 정식 명칭은 ‘플루오린’으로, 프랑스의 화학자 앙리 무아상이 처음으로 분리해냈다. 무아상은 이 공로를 인정받아 1906년에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이 플루오린을 수소와 결합하면 ‘플루오린화수소’가 되는데 이것이 바로 반도체 생산공정에 쓰는 ‘불산’이다.

불소를 이용하는 상품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치약이다. 불소는 치아가 산에 잘 녹지 않도록 만들고 초기 충치에서는 산에 녹은 에나멜질을 보수하는 효과도 낸다. 이 때문에 적정량의 불소를 수돗물에 넣어 국민의 충치 발병률을 줄이는 수돗물 불소화사업이 여러 나라에서 시작됐다. 연구에 따르면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아일랜드, 말레이시아 등에서는 수돗물 불소화사업을 통해 충치예방 효과가 20~40%로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지역에서 수돗물 불소화사업을 하기도 했다.

문제는 불소를 과다 섭취할 경우 뼈가 약해지거나 중독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불거졌다. 치약은 입을 잘 헹구면 불소를 흡수하는 양이 적지만 수돗물을 마시면 흡수될 가능성이 더 크다. 이 때문에 수돗물 불소화사업을 취소하는 나라도 있다.

[KISTI 제공]

그러나 이 문제 역시 아직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 보건 당국은 문제가 생길 정도로 많은 양을 넣지 않으며 따라서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한다. 사실 불소를 둘러싼 논쟁은 과학적 결과로는 해소되지 않는다.

과학이라는 것은 통념과 달리, 문제를 해결하는 완벽한 결과를 보여주지 못한다. 과학활동 역시 불완전한 인간의 활동이며 언제든 틀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건강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악영향이 없더라도 불안을 느끼는 사람의 심리는 이해가 간다. 따라서 과학적 결론만으로는 부족하다. 비록 불소 활용이 자녀의 지능지수를 낮추고 뼈를 약하게 한다는 명확한 근거는 없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고, 그래도 불소를 활용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서면 불안을 해소할,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글: 홍종래 과학칼럼니스트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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