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감정 느낄 자유가 있다" 주사 강요하는 독재자에 저항한 남자..'이퀼리브리엄' 영화 리뷰 [씨네프레소]
*주의 : 이 기사에는 영화의 전개 방향을 추측할 수 있는 스포일러가 다소 포함돼 있습니다.
[씨네프레소]⑤ 영화 '이퀼리브리엄' 리뷰
대부분 독재자는 사회 혼란을 원하지 않는다. 사실은 질서를 바란다. 자신의 이상이 순조로이 실현되는 세계를 꿈꾼다. 지도자의 바람에 따라주지 않는 이들을 반동분자로 규정하고 체제에 순응시킬 뿐이다. 하지만 반골에 대한 처벌이 거듭되는 과정에서 사회 불안은 점점 커진다. 그래서 보통 사회가 극도로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권좌에서 축출된다.
절멸 위기를 겪었던 리브리아 시민들은 정부의 급진적 정책에 동의한다. 그들은 옆에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하루 세 번 목에 약물을 주사한다. 하지만 이에 동의하지 못하는 이들이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정부는 주사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색출할 법의 수호자 집단을 만든다. 이름하여 그라마톤 클레릭이다. 타인 감정 변화를 느끼는 능력을 타고난 이들은 고도의 훈련을 통해 프로지움을 거부하는 범법자들을 찾아낸다.
탄탄대로처럼 펼쳐지던 그의 커리어에 균열이 생기는 건 작은 우연 때문이다. 출근 준비를 하던 그는 투약 직전에 프로지움 병을 깨뜨리고 만다. 약을 다시 받으러 갔으나 때마침 발발한 테러 때문에 센터가 폐쇄돼 수령하지 못한다. 그는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슬픔, 기쁨, 감동, 분노를 다시금 느끼게 된다. 창 너머 쏟아지는 햇살에 감격하고, 베토벤 교향곡을 들으며 눈물 흘린다.
이 작품은 다소 억지스러운 면이 없진 않다. 이를테면 특수요원들 역시 프로지움을 맞아 감정이 없긴 마찬가지인데 왜 '좋은 경력'을 만드는 데 집착하는지 질문이 생긴다. 그들이 '좋은 경력'에 관심을 보인다는 건 반대로 '나쁜 경력'은 피하고 싶다는 의미인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어떤 기준으로 경력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가 하는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허술한 부분이 곳곳에 있는 영화지만 현실과 비교하며 보기에 재미난 지점도 많다. 하나는 독재의 속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는 것이다. '이퀼리브리엄'에서 독재사회를 유지하는 데 경찰과 군인보다 더 효과적인 도구는 시민들 간 자발적인 감시 체계였다. 친구들끼리 서로를 고발하고, 아들이 아버지의 규율 준수 여부를 감시하게 하는 것이다. 자기에게 주목하는 눈이 많다고 생각되면 인간은 자기검열에 철저해지게 된다.
이런 사회에선 자기 주장을 논리적으로 전달하고, 타인 것과 조율하며 보다 나은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 대신, 평균적 의견에 자기 감정을 맞춰가려는 시도가 합리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나 집권 세력이 자신에 대한 팬덤을 잘 활용하는 국가에선 소수의 목소리를 듣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정부 정책으로 인해 불편감, 실망, 슬픔, 분노, 좌절을 못 느낀 것처럼 행동하는 게 스스로를 지키는 데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시민들에겐 최소한의 것만 누리길 강요하는 독재자가 스스로는 최대한 많이 누리려고 하는 위선적 행태도 묘사한다. 주인공 프레스턴은 인간에게 이토록 끔찍한 일을 벌인 사람 얼굴을 보기 위해 사회 지도층의 방에 들어선 뒤 놀라고 만다. 바로 그곳은 색채 없는 도시와 완벽히 대조될 만큼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기 때문이다. 시민에겐 감정이 질병이라며 철저히 억압했던 이들이 뒤에선 누구보다도 다채로운 감정을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인간 욕망을 통제함으로써 평화를 이루려는 시도는 자기 방 안에서조차 성공하기 어렵단 메시지다.
장르: 액션, 드라마, SF
주연: 크리스천 베일, 에밀리 왓슨, 타이 디그스
감독: 커트 위머
평점: 왓챠피디아(3.7), 로튼토마토 토마토지수(41%) 팝콘지수(81%)
※ 10월8일 기준
감상 가능한 곳: 넷플릭스, 왓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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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프레소 지난 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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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75세 아버지가 '나는 게이'라고 고백했습니다"…'비기너스'
4회-"엄마가 공산당 추억에서 벗어나질 못합니다"…'굿바이 레닌'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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