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20주년 특집]카카오 김범수의 도전과 꿈..초심으로 사회적 책임

오동현 2021. 10. 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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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카카오의 사명…'기술과 사람이 만드는 더 나은 세상'
"성장에 취해 사회적 책임 부족…초심으로 돌아가 쇄신"
"플랫폼 기업의 모범될 것…글로벌 시장과 미래 집중"

[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자회사들의 성장에 취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통렬한 반성을 한다.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기업으로서 초심으로 돌아가는 노력을 정말 뼈를 깎는 심정으로 하겠다."

김범수(55) 카카오 의장이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밝힌 약속이다. 이는 국내 대표 플랫폼 사업자인 카카오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 골목상권 침해, 불투명한 지배구조 등 각종 논란에 대한 깊은 반성과 함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특히 김 의장은 "카카오의 철학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초심의 다짐을 되새기며 "카카오는 다른 플랫폼 진출 사업자들의 모범이 되는 선도기업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카카오는 논란이 되는 사업 영역은 자제하겠다. 카카오의 이상에 맞게 글로벌 시장과 미래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카카오는 국내 시장에서 스크린골프, 택시·대리운전, 꽃배달, 완구점, 미용실 등 골목상권으로까지 사업을 무분별하게 확장하면서 내수용 기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김 의장의 과거 행보나 철학을 보면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도전과 의욕이 강하다. 대표적으로 카카오페이지의 경우 일본·태국 만화시장에 진출해 1위 웹툰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그 스스로도 도전에 익숙하다. 김 의장은 직원들에게 "배는 항구에 정박할 때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그것은 배의 존재 이유가 아니다"라는 말을 자주 꺼내면서 도전할 것을 주문하고, 본인 역시 끊임없이 기술 트렌드를 탐구한다. 2017년 인공지능(AI)이 대세라는 말이 나왔을 때 '카카오브레인'을 세워 직접 대표를 맡았고, 2018년에는 블록체인 계열사인 '그라운드X'를 설립했다. 2019년에는 전세계적으로 B2B가 화두에 올랐고, 카카오의 AI 기술과 서비스 운영 노하우를 토대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를 설립했다.

카카오는 김 의장이 창업한 두 번째 회사다. 삼성SDS에 입사해 1996년 1월 PC통신 유니텔을 출시했던 그는 인터넷 세상의 빠른 성장과 사람들이 간단한 게임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며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인터넷 세상에서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아이디어가 1998년 11월 결실을 맺으면서 '한게임커뮤니케이션'이 탄생했다.

이어 1999년 12월 1일 국내 최초 게임 포털 '한게임'이 출범했고 출시 세 달 만에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했다. 한게임은 음향과 그래픽은 클라이언트 서버에서 처리하고, 게임 자체는 웹에서 구동시키는 세계 최초의 윈도우 기반 인터넷 게임이었다. 가입자 수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시장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2000년 2월에는 이해진 네이버컴 대표를 만나 합병을 논의했고 그해 7월 네이버컴과 한게임, 원큐, 서치솔루션이 합병했다. 김 의장은 이해진 대표와 함께 공동 대표를 맡았다. 한게임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네이버 검색 엔진을 개발하는 데 사용됐고 2003년 네이버는 국내 포털 1위에 올랐다.

2003년 12월 30일에는 NHN(네이버컴에서 사명 변경) 단독 대표에 선임됐다. 이후 2005년에는 NHN USA를 설립했고, 2006년 NHN 대표직에서 물러나 미국 법인 대표에 취임했다. 이때 카카오의 전신인 '아이위랩'이 탄생했다. 회사 운영보다 뭔가를 상상하고 만드는 일에 더 희열을 느꼈던 그는 2007년 7월 NHN을 퇴사하고 다시 새로운 인터넷 비즈니스에 도전했다.

그는 미국에 머물던 2007년 아이폰을 처음 접하며 모바일 혁명을 예감했다. 국내에 아이폰이 들어온 시점은 2009년 11월이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모바일 시대 출현을 직감하고 모바일 서비스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스마트폰의 커뮤니케이션 기능에 주목했고, 2010년 3월 카카오톡이 등장하게 됐다.

카카오톡은 출시 하루 만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1위, 전체 2위에 올랐다. 무료 정책과 세계 최초로 도입한 그룹 채팅의 반응이 뜨거웠다. 출시 6개월만인 2010년 9월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했다. 대기업들도 최신 기술을 적용해 메신저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카카오톡의 시장 선점 효과를 넘지 못했다. 카카오톡은 2012년 6월 가입자 5000만명을 돌파하며 국민 메신저가 됐다. 2010년 9월 아이위랩은 카카오로 사명을 변경했다.

사용자를 충분히 확보한 카카오톡은 2012년부터 단순 메신저 서비스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2012년 7월 카카오게임을 출시하고 애니팡과 쿠키런 등 국민 게임을 내놓으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13년에는 웹툰과 웹소설을 서비스하는 카카오페이지를 선보였다. 카카오는 막대한 회원 수를 바탕으로 커머스, 콘텐츠, O2O 등 다양한 영역에서 수익 모델 발굴에 나섰다. 카카오가 직접 만들어 서비스하기 보다는 ‘connect everything’이라는 기업 초기 비전에 맞춰 소비자와 다양한 분야의 연결에 집중했다.

그 결과 카카오는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재계 순위 18위에 이름을 올린 대한민국 대표 IT 기업이 됐다. 총 자산도 20조원에 달한다. 카카오가 수익을 내기 시작한 건 3년 전부터다 2017년 총 자산 6조8000억원으로 재계 순위 50위였던 카카오가 이제는 118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명실상부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50대그룹 가운데 SK그룹 다음으로 계열사 수가 많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김 의장이 말한대로 카카오와 계열사들은 성장에 취해 주위를 둘러보지 못하고 무리한 사업 확장에 집중한 것도 사실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김 의장은 지난 날을 곰곰이 돌아보겠다면서 "더는 카카오가 지향할 바와 하지 말아야 할 바를 정리해 최대한 신속하게 상생 실천 방안을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술과 사람이 만드는 더 나은 세상'. 이를 위해 존재한다는 카카오에게 최근 사회적 논란은 커다란 점환점이 되고 있다. 김 의장은 이미 이런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는 답을 제시한 바 있다. 다음은 김 의장의 2019년 2월 카카오 크리에이터스 데이 강연과 2020년 3월 카카오톡 10주년 맞아 크루들에게 보낸 메시지 중 일부다.

"문제가 가지고 있는 모순을 제대로 정의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사고의 전환이 일어날 때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한게임에 부분 유료화를 도입하고, 카카오톡의 플랫폼화를 통해 수익을 창출했던 지난 과정들 모두,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케이스를 만들며 문제를 해결해 나갔던 사례이다. 플랫폼을 만들어 사회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찾고, 문제정의를 올바르게 해두면 해결은 다양한 방법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몇 년 전부터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조직이 기업'이라는 것을 자주 얘기해왔어요. 기업이 선한 의지를 갖는다면 확실히 더 나은 세상이 되는데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거예요. 카카오의 10년 역사를 돌이켜보면 성장하는 과정에서 일자리를 많이 창출했고 세상을 더 편리하게 만드는 데에 어느정도 기여했다는 생각이에요. 하지만 조금 더 나은 세상에 많은 영향을 미쳤는지 자문을 해보면 사실 좀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요즘과 같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카카오가 할 수 있는 것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는 것을 절감했어요. 그런 맥락에서 조금 더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더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싶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odong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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