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연기자→감독 김소이, "'난자 얼려라'는 엄마 말 듣고 만든 작품이 '마이 에그즈'예요."

김인구 기자 2021. 10. 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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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배우전 “지치지 않고 뭔가 만들어온 게 참 다행인 순간”

부산=김인구 기자

가수 출신의 배우 김소이(41)가 부산에서 연출자 데뷔를 본격적으로 알렸다. 김소이는 7일 부산 남포동 대영시네마에서 열린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김소이 배우전’에서 자신이 출연한 작품 ‘컨버세이션’과 그동안 연출한 단편 3편을 가지고 관객들과 만났다. ‘컨버세이션’은 ‘한국 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 초청됐다.

김소이는 소이로 잘 알려진 가수 출신의 배우다. 1999년 그룹 티티마로 데뷔한 후 고려대 중문과 출신의 똑똑하고 귀여운 이미지로 큰 인기를 누렸다. 그룹 해체 후인 2004년엔 시트콤 ‘두근두근 체인지’를 하면서 예능 연기에서도 활약했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밝고 즐거운 모습과 마음속 자신과의 괴리를 느꼈다. 연기자 중심의 소속사로 옮기고 2005년 원신연 감독의 공포영화 ‘가발’로 첫 스크린 신고식을 치렀다. 반전의 실마리를 가진 정체불명의 소녀 역할이었다. 얼굴을 알아보지도 못할 정도의 작은 캐릭터였지만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이렇게 분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후 ‘프랑스 영화처럼’ ‘폭력의 씨앗’ 등 다양한 독립영화에 참여했다. 그러다가 2011년에는 처음으로 단편 ‘검지손가락’을 직접 연출했다.

“2009년부터 원 우먼 밴드 라즈베리필드를 하면서 연기를 병행하고 있었어요. 뮤직비디오를 만들 수 있는 돈 200만 원이 주어졌는데 차라리 단편영화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원래 20대 중반부터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고 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을 꿈꿔왔거든요. 200만 원에 제 사비 100만 원쯤을 더해 반나절 동안 1회차 촬영으로 완성했어요. 그래서 2011년 유튜브로 공개했고, 2012년 상상마당 음악영화제에 올렸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DCP(극장 상영용 디지털영화) 작업을 해서 처음으로 정식 상영할 수 있었습니다.”

‘검지손가락’은 소울 메이트에 관한 이야기다. 10분짜리 단편이지만 주인공으로 류덕환을 캐스팅했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친구 정려원이 도와줬다. 김소이는 의상부터 소품까지 모든 것을 꼼꼼하게 챙겼다. 옥상에서 벌어지는 10분간의 미장센에는 하얀 빨래, 김애란 작가의 책, 선풍기 등 김소이가 고집스럽게 집에서 챙겨온 소품들이 고스란히 활용됐다.

“제가 출연, 연출, 제작한 첫 작품입니다. 10년 전 만든 영상을 다시 보니 마치 시간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네요. 지금은 친해진 류덕환 씨에게 너무 감사하고 있습니다. 캐스팅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정려원 씨에게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연출작 ‘리바운드’는 2018년 지독한 슬럼프에 빠졌을 때 김소이를 지탱해준 작품이다.

“2018년은 제게 힘겨운 한해였어요. 그 전까지 작은 역할이라도 꾸준히 해오고 있었는데 그 해엔 작품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어요. 오디션도 떨어졌고요. 이대로 1년을 보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2016∼2017년 써두었던 시나리오를 꺼냈습니다. 그리고 친한 뮤직비디오 감독님과 함께 1회차 촬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역시 제 사비를 털었고요. 배우 차영남, 모델 겸 배우 이재민 씨 등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17분짜리인 ‘리바운드’는 한 여성의 반나절을 다룬 작품이다. 일상을 다뤘다는 점에서 평범한 단편이다. 그러나 형식이 독특하다. 시간 순서대로 찍고 편집할 때 전체 시간을 반으로 접어서 대사가 대칭이 되도록 했다. 이런 형식이 높은 평가를 받아 전주국제영화제, 서울초단편국제영화제 등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공개한 ‘마이 에그즈’에도 김소이의 이야기가 녹아들어 있다.

“30대 중반까지는 가족 모임만 되면 엄마가 ‘선 봐라’고 재촉하셨고 저는 항상 피하는 입장이었죠.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는 엄마가 그러시는 거예요. ‘난자를 얼려두라’고요. 그때 충격과 동시에 영감을 얻었죠. 비혼주의 여성이 난자를 얼리는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하고요. 그리고 때마침 배우 김꽃비 씨에게 연락이 왔어요. 배우들이 연출하는 프로젝트가 있는데 해보지 않겠냐고요. 원래는 시동이 늦게 걸리는 스타일인데 그 김에 바로 시나리오를 썼고 촬영을 해서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프리미어를 할 수 있었어요.”

김소이는 부산에서 11일까지 머물며 관객과 만남의 시간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후엔 새 소속사에서 새로운 활동을 위한 길도 찾을 예정이다.

“제가 활동했을 때는 아이돌 여성 가수에서 배우로 전향하는 게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미지가 한정되고 편견이 심했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아직도 티티마 소이로 불릴 때가 있어요. 과거엔 이런 게 싫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감사하고 저를 인정하게 됐어요. 생애 첫 배우전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할 수 있어 무척 기쁩니다. 지치지 않고 꿈을 꾸고 무언가 계속 만들어 온 게 참 다행인 순간이었습니다. 꿈이 있는 모든 분과 서로를 격려하며 이 자리를 즐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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