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독일은 바이에른 선수들이 잘해야 이긴다 [김현민의 푸스발 리베로]

김현민 2021. 10. 9. 14:4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독일, 루마니아전 2-1 역전승
▲ 그나브리 동점골 넣으며 A매치 30경기 20골 달성
▲ 키미히 코너킥->고레츠카 헤딩 패스->뮐러 역전골
▲ 독일, 홈에서 전반전 지고 있다가 후반전 역전승 거둔 건 역사상 2번째

[골닷컴] 김현민 기자 = 독일이 루마니아와의 경기에서 세르지 그나브리와 토마스 뮐러, 레온 고레츠카, 니클라스 쥘레 같은 바이에른 뮌헨 소속 선수들의 맹활약에 힘입어 2-1 역전승을 거두며 한스-디터 플릭 감독 체제에서 4전 전승 행진을 이어나갔다.

독일이 볼프스부르크에 위치한 폴크스파크슈타디온에서 열린 루마니아와의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 J조 7차전에서 2-1로 승리했다. 이와 함께 독일은 4연승을 달리며 6승 1패 승점 18점으로 2위 북마케도니아와의 승점 차를 6점으로 벌리며 1위를 독주하는 데 성공했다.

독일은 이 경기 이전까지 플릭 감독 체제에서 3전 전승을 이어오고 있었다. 리히텐슈타인전 2-0 승리를 시작으로 아르메니아전 6-0 대승에 이어 아이슬란드전 4-0 대승에 이르기까지 3경기 12득점(경기당 4골) 무실점을 기록하며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경기는 달랐다. 독일은 경기 시작하고 8분 만에 '발칸의 마라도나'로 불리던 루마니아의 전설적인 미드필더 게오르게 하지의 아들로 유명한 이아니스 하지에게 먼저 실점을 허용하며 불안한 출발을 알렸다. 이는 플릭 감독 부임 이래로 독일이 허용한 첫 실점이었다. 이후에도 독일은 15분경까지 상대에게 슈팅 3회를 내주는 동안 단 한 번의 슈팅도 기록해보지 못하면서 초반 루마니아의 공세에 고전하는 모양새였다.

밀리던 경기 흐름을 바꾼 건 그나브리였다. 그는 16분 첫 슈팅을 시작으로 18분과 23분까지 독일 대표팀이 기록한 3번의 슈팅을 홀로 시도하며 흐름을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이를 기점으로 기세를 타기 시작한 독일은 파상공세에 나섰으나 득점에 실패하며 전반전을 0-1로 마무리했다. 특히 전반 종료 직전 그나브리의 왼발 중거리 슈팅이 골대를 아슬아슬하게 빗나간 게 가장 골과 근접했던 장면이었다.

후반에도 독일의 공세가 이루어졌다. 선제골의 주인공은 바로 그나브리였다. 후반 7분경, 고레츠카가 볼을 끌고 가다가 패스를 준 걸 공격형 미드필더 마르코 로이스가 뒤로 패스를 내주었고, 이를 그나브리가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이후에도 독일은 주도권을 지속적으로 잡아나갔으나 최전방 공격수 티모 베르너와 로이스에 더해 왼쪽 측면 공격수 르로이 사네가 결정력 부족으로 득점 찬스들을 살리지 못하는 문제를 노출했다. 이에 플릭 감독은 후반 22분경에 로이스와 베르너를 빼고 토마스 뮐러와 카이 하베르츠를 교체 출전시켰다.

이는 주효했다. 비록 하베르츠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으나 뮐러는 독일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어주었다. 결국 뮐러로부터 독일의 역전골이 터져나왔다. 후반 36분경, 키미히의 코너킥을 고레츠카가 헤딩으로 떨구어주었고, 이를 먼포스트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뮐러가 논스톱 발리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킨 것. 이대로 경기는 독일의 2-1 역전승으로 막을 내렸다.

독일이 홈에서 전반전에 지고 있다가 역전승을 거둔 건 1937년 8월에 있었던 에스토니아전(4-1 승) 이후 무려 8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심지어 이번이 독일 축구 역사상 두 번째 있는 일이다.


그 중심엔 바로 바이에른 선수들이 있었다. 먼저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그나브리는 동점골을 넣으며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그는 A매치 30번째 출전 경기에서 20골 고지를 점령하면서 높은 득점 생산성을 자랑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7회의 슈팅을 시도하며 독일 공격을 주도했다. 그가 있었기에 독일은 슈팅 숫자에서 22대9로 크게 앞설 수 있었다. 특히 적극적인 슈팅으로 초반 밀리던 흐름을 뒤바꾼 게 바로 그나브리였다.


더블 볼란테(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지칭하는 포지션 용어)로 선발 출전한 키미히와 고레츠카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키미히는 출전 선수들 중 독보적으로 많은 볼터치(162회)와 패스(144회)를 자랑했고, 91%의 높은 패스 성공률에 더해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4회의 찬스메이킹을 기록하며 공격의 기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독일의 역전골도 키미히의 정교한 코너킥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고레츠카는 직선적인 움직임으로 공격과 수비를 오가며 높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 과정에서 찬스메이킹 3회와 슈팅 2회를 기록했고, 헤딩 패스로 뮐러의 역전골을 이끌어냈다.

로이스를 대신해 교체 출전한 뮐러는 25분 남짓한 짧은 출전 시간 속에서도 '라움도이터(Raumdeuter: 독일어로 공간 해석자라는 의미)'라는 포지션을 창조해낸 선수답게 뛰어난 위치 선정을 발판으로 역전골을 넣으며 영웅으로 등극했다.


그 외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한 쥘레 역시 다소 기복이 있었던 그의 중앙 수비수 파트너 안토니오 뤼디거와는 달리 시종일관 안정적인 수비를 펼치며 중심을 잡아주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5회의 태클과 4회의 걷어내기를 기록했고, 2회의 가로채기를 성공시켰다. 실점 장면은 뤼디거의 실수였기에 그와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사네는 마무리에서 아쉬움을 드러내긴 했으나 그래도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드리블 돌파 3회를 성공시키며 측면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어준 측면이 있긴 하다.

당연히 독일 최다 부수 판매를 자랑하는 '빌트'지 평점에서도 바이에른 선수들이 높은 평점을 독식했다. 그나브리와 키미히, 뮐러는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높은 평점 2점(독일은 1점부터 6점까지 평점이 주어지고, 숫자가 낮을수록 높은 평점에 해당한다)을 받았고, 고레츠카와 쥘레, 사네, 그리고 골키퍼로 선발 출전한 마르크 안드레 테어 슈테겐이 평점 3점으로 그 뒤를 따랐다. 나머지 선수들의 평점은 4점이었고, 베르너가 평점 5점으로 가장 나쁜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다. 이에 '빌트'지는 "바이에른 스타들이 플릭을 구했다"를 헤드라인으로 뽑았다.


이렇듯 독일은 (마무리가 아쉬웠던 사네를 제외한) 바이에른 선수들의 활약 덕에 2-1 역전승을 거두며 플릭 감독에게 4전 전승을 선사했다. 플릭이 지난 시즌까지 바이에른 감독 직을 수행했던 만큼 다른 구단 선수들보다 바이에른 선수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성은 있다.

하지만 플릭 감독과는 별개로 전통적으로 독일 대표팀 전성기의 중심엔 항상 바이에른 선수들이 있었다. 독일 축구의 근간을 지탱하고 있는 팀이 바로 분데스리가의 독보적 1강 바이에른이기에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이유이다. 즉 독일이 2018년 러시아 월드컵과 유로 2020에서의 실패를 뒤로 하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선 바이에른 소속 선수들의 어깨가 무겁다.

Copyright © 골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