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의 3분의 1 청년층, '지지후보 없음'

신진욱 2021. 10. 9.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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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대선을 앞두고 양대 정당의 후보 경쟁이 흥미진진하다.

지난 19대 대선을 앞둔 2017년 1월 실시한 동일 조사에서 '없음·유보' 응답이 전체의 13%, 모든 연령대에서 10~16%였다.

민주화 직후인 1990년대에는 다수 시민이 우리 정치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정치개혁을 꼽은 데 비해, 2000년대에는 일자리, 소득격차, 부동산 등 경제 문제를 꼽았다.

유권자의 3분의 1, 청년층의 절반이 '지지 후보 없음'이라는, 냉랭한 시선으로 정치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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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벅찬 감동을 느꼈던 많은 이가 지금은 실망과 냉소, 무관심에 빠졌다. 유권자의 3분의 1, 청년층의 절반이 '지지 후보 없음'이라는, 냉랭한 시선으로 정치를 보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운데)가 9월7일 오후 서울 서초구 KT융합기술원에서 열린 '청년희망ON' 프로젝트 행사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양대 정당의 후보 경쟁이 흥미진진하다. 누구 한 명이 일찌감치 승기를 잡으면 싱거울 텐데 주자들이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으니 말이다. 여당에선 이재명 지사가 선두에 있지만 이낙연 전 의원과 여야 양자 대결 경쟁력이 엇비슷하고, 야당에선 윤석열씨가 대세인 것 같더니 홍준표 의원이 혜성처럼 나타나 판을 재밌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 혹시 이런 경험이 있는가? 재미난 삼류 영화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고 나서 텔레비전을 끄자마자 기분 나쁜 공허함이 밀려온 경험 말이다. 이번 선거가 이런 식으로 간다면 어쩌면 내년 3월쯤 그런 느낌이 아닐까 싶다. 어떤 이슈도, 희망도, 감동도, 기대도, 열정도 없다. 그래서일까. ‘이렇게 찍고 싶은 사람이 없는 선거는 처음’이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누가 51%를 가지느냐보다 본질적인 질문

한국갤럽 9월 첫째 주 리포트에서 ‘다음번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없음’과 ‘모름’ 응답이 32%나 나왔다. 특히 20대의 50%, 30대의 40%가 지지 후보가 없다는 게 충격이다. 지난 19대 대선을 앞둔 2017년 1월 실시한 동일 조사에서 ‘없음·유보’ 응답이 전체의 13%, 모든 연령대에서 10~16%였다. 그사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2016년 겨울에 많은 시민들은 가슴에 큰 희망을 품었던 것 같다.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오세제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내가 정부 일에 의견을 피력해서 뭔가 바꿀 수 있다는 정치 효능감은 촛불집회를 겪으며 크게 높아졌다. 특히 20대는 2015년에 비해 38%포인트가 오른 70%가 자신감을 보였고, 30대는 59%, 40대는 58%가 그러했다. 이 시민들 중 많은 사람이 지금 여든 야든 정치에 기대가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

원인은 여러 가지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실망, 보수 정치가 탄핵 후에도 쇄신이 없었던 점, 그렇다고 강력한 제3세력이 부상하지도 않은 점 등 문제가 총체적이다. 이러한 시대적 한계를 넘어 변화를 개시할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 차기 대통령을 뽑는 선거다. 그런데 지금 대선 경쟁은 많은 유권자에게 실망을 주고 있다. 나의 대표자가 될 그들이 나의 문제로 싸우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갤럽이 재작년에 수행한 대규모 인식조사에서 우리나라의 가장 심각한 문제를 고르라는 질문에 44.6%가 ‘일자리’라고 답했고 그다음이 ‘빈부격차’로 25.6%였다. 둘을 합치면 70.2%다. 우리 사회의 문제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는 84.6%,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는 81.2%, 기업가와 노동자 갈등은 78.3%가 ‘문제가 크다’고 답했다. 그런데 지금 여야 후보들은 이에 대한 비전을 놓고 다투고 있지 않다.

어떤 면에서 이런 괴리는 새롭지 않다. 2015년 나는 ‘불평등과 한국 민주주의의 질’에 관한 논문에서 국민 여론과 선거 정치 간의 깊은 간극을 보고한 바 있다. 민주화 직후인 1990년대에는 다수 시민이 우리 정치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정치개혁을 꼽은 데 비해, 2000년대에는 일자리, 소득격차, 부동산 등 경제 문제를 꼽았다. 하지만 2000년대에 치른 대부분의 선거는 후보의 인물과 스캔들 사건이 좌우했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은 우리 사회가 이런 과거와 단절하고 새 출발을 하기 바라는 많은 시민의 꿈을 담고 있었다. 이처럼 한때 벅찬 감동을 느꼈던 많은 이가 지금은 실망과 냉소, 무관심에 빠졌다. 유권자의 3분의 1, 청년층의 절반이 ‘지지 후보 없음’이라는, 냉랭한 시선으로 정치를 보고 있다. 촛불의 환희 뒤에 찾아온 이 우울의 시대를 여기서 멈추고 사람들의 가슴이 다시 뛰게 할 수 있을까? 그것이 누가 51%를 가지느냐보다 더 본질적인 시대의 질문이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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