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환자 이송에 필수 '음압구급차' 타보니 [남돈남산]

신수현 2021. 10. 9.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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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장차 제조업체 '오텍', 국내 유일 음압구급차 생산
8일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도화동에 위치한 `미추홀구 보건소`. 보건소 앞쪽 도로에 보건소가 사용하는 `음압구급차`가 주차돼 있다. 왼쪽에는 코로나19 선별진로소가 마련돼 있다. <신수현 기자>
[남돈남산] 8일 오전 지하철 주안역에서 자동차로 3분가량 이동해 도착한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도화동에 위치한 '미추홀구 보건소'. 보건소 앞은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오전 9시부터 줄을 서 있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대기 줄 옆 도로에는 여러 대의 구급차(앰뷸런스)가 주차돼 있었다. 그중 다른 구급차보다 크기가 더 크고 구급차 측면이 붉은색 띠로 둘러져 있는 구급차 1대가 눈에 띄었다. 코로나19 환자 이송에 필수적인 '음압구급차'였다.

미추홀보건소 보건행정과에서 근무하는 방홍식 주무관은 "미추홀보건소가 사용 중인 음압구급차는 1대로, 지난해부터 음압구급차를 이용하기 시작했다"며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 확진자를 음압구급차에 태워 병원에 이송한다"고 밝혔다. 방 주무관은 또 “확진자를 병원에 이송한 후 음압구급차를 반드시 꼼꼼히 소독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성 질환은 환자 이송 시 환자가 내뿜는 바이러스를 외부와 차단하면서 동시에 특수 필터를 이용한 환기로 119 구급대원, 의료진 등을 보호하고 추가 감염을 막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럴 때 필요한 차량이 음압구급차다. 코로나19 확진자를 이송할 때 코로나19의 2차 감염과 지역사회 전파를 막기 위해 음압구급차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얘기다.

음압구급차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지카바이러스 등 심각한 감염성 질환에 걸린 환자를 이송 단계부터 격리 조치해 2·3차 감염을 막는 선진형 응급구조 차량이다. 공기의 압력 차를 이용해 특정 구간에 있는 공기가 바깥 공기와 섞이는 것을 차단하는 최고급 구급차다.

일반 구급차에는 감염병을 차단하는 기능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음압구급차를 생산하는 기업은 오텍이 유일하다. 오텍은 냉장차, 구급차, 장애인차 등 특수목적차량 제조 분야에서 국내 1위를 달리고 있는 기업으로 '캐리어에어컨' 제조회사 오텍캐리어를 거느린 오텍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한다.

주차돼 있는 음압구급차 뒷문을 열고 내부를 살펴봤다. 왼쪽 문 위쪽에는 환자를 들어올릴 때 필요한 노란색으로 된 '분리형 들것'이 놓여 있었다. 뒷문 부근에는 왼쪽과 오른쪽 양쪽으로 배출기가 장착돼 있었다.

`음압구급차` 뒷문 왼쪽에 노란색으로 된 `분리형 들것`이 고정돼 있다. <신수현 기자>
오텍 특장사업부의 김선용 책임은 "배출기는 필터를 통해 음압구급차 내부 공기를 깨끗하게 정화한 후 바깥으로 내보낸다"며 "외부 공기 유입 장치는 구급차 밖 측면에 설치돼 있는데, 외부 공기가 들어올 때도 특수 필터를 통해 정화된 공기가 유입된다"고 말했다.
`음압구급차` 내부 모습. 환자가 누울 수 있는 공간 양옆에 배출기가 설치돼 있다. <신수현 기자>
운전석과 환자를 싣는 공간은 서로 차단·분리돼 있다. 운전석과 가장 가까운 곳이자 환자를 싣는 공간의 맨 앞부분에는 음압을 걸거나 조절하는 '음압제어기'가 설치돼 있었다. 차량에 있는 모든 문을 닫고 운전석에만 있는 음압 스위치를 눌렀다. 음압 스위치를 누르자 '삐~' 하는 소리가 크게 났다. 음압제어기를 이용해 음압을 조절하자 '삐~' 하는 소리가 멈췄다.

김 책임은 "사용 권장 음압은 -50~-80파스칼(㎩)"이라며 "이 정도의 음압이 구급차를 장시간 타더라도 멀미가 덜 나고 속이 덜 거북한 정도"라고 전했다.

`음압구급차` 내부에 장착된 음압제어기. <신수현 기자>
구급차 문을 완전히 닫고 압력을 -80㎩로 설정해놓은 채 10분가량 있자 머리가 약간 띵한 상태가 됐다. 환자가 누울 수 있는 공간 왼쪽 부근의 위쪽에는 심장이 멈춘 사람에게 전기충격 등을 가해 심장이 다시 뛸 수 있도록 해주는 응급처치기기인 '자동제세동기(심장충격기)'와 고정식 산소공급장치 등이 설치돼 있었다.
`음압구급차` 내부 모습. 컴퓨터 모니터처럼 생긴 기기가 `자동제세동기`다. <신수현 기자>
오텍의 음압구급차는 운전석과 환자실 간 공기 흐름을 완벽하게 차단하며 환자실 내부압을 대기압보다 최대 200㎩ 낮게 조성해 바이러스의 외부 유출을 막는다. 오텍 음압구급차는 유럽 선진국에서 적용하는 기준인 -100㎩보다 기준을 더 엄격하게 적용해 1~7단계까지 압력 조절이 가능해 최대 -200㎩까지 압력을 낮출 수 있다는 게 오텍의 설명이다. 일반적으로는 권장 음압(-50~-80㎩)으로 설정해 사용한다.

오텍 관계자는 "오텍의 음압구급차는 급제동, 급출발, 급선회 등 다양한 상황에서도 음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기술이 적용돼 지진, 태풍 등 재난 현장 응급 상황에서 환자의 신속한 응급처치를 돕는다"고 말했다.

오텍은 2013년부터 공기 압력 차를 이용해 특정 구간에 있는 공기가 바깥 공기와 섞이는 것을 차단하는 음압구급차를 개발해왔다. 지속적인 연구개발(R&D) 끝에 2016년 음압구급차를 우리나라 최초로 출시하고 그해 국립중앙의료원과 약 100억원 규모로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전국 병·의원, 소방서 등이 오텍이 생산한 음압구급차를 사용하고 있다.

오텍은 한 발 더 나아가 코로나19 사태로 부족해진 음압병실을 대체할 수 있는 '이동형 의료 음압병동'을 개발하고 지난해 말 출시했다.

이동형 의료 음압병동은 긴급한 감염환자 발생 시 환자 보호·치료를 위한 음압병실이다. 음압병동은 길이 12m, 너비 3m, 높이 3m로 '프리필터'와 '헤파필터'가 적용된 정격용량 0.4㎾의 음압기가 탑재됐고, 화장실이 포함된 음압병실 2개와 대기실 1개로 구성됐다.

오텍의 `이동형 의료 음압병동`. <신수현 기자>
음압병동에는 산소 공급 장치와 응급 의료 장비, 이동식 흡인기, 제세동기 등 각종 의료장비가 설치돼 있고, 밀폐성이 뛰어난 자동문과 창문이 장착됐다. 여기에 안정적인 음압 기능은 물론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 오텍은 '캐리어에어컨'의 벽걸이 에어컨을 음압병실 2개와 대기실 1개에 각 1대씩 총 3대 설치했다.

내부에 마련된 화장실에는 700ℓ 용량의 급수탱크와 좌변기, 세면대, 온수기, 샤워기가 있으며 화장실 밑에는 2250ℓ 용량의 오폐수용 탱크도 장착돼 의료진과 환자의 편의성을 높였다. 정전 발생 시 20분가량 전기가 공급될 수 있도록 무정전시스템도 설치됐다.

이동형 의료 음압병동은 수술장비 등을 넣어 음압수술실, 음압 ICU(Intensive Care Unit·중환자실) 등 고객의 상황에 맞게 다양한 용도로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 오텍 관계자는 "이동형 의료 음압병동은 이동 진료소, 이동 휴게소, 대형 재난 시 이동 지휘소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신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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