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에 한방 먹인 中 시골 노총각 한마디 "장가 보내달라"[김지산의 '군맹무中']
[편집자주] 군맹무상(群盲撫象). 장님들이 코끼리를 더듬고는 나름대로 판단한다는 고사성어입니다. 잘 보이지 않고, 보여도 도무지 판단하기 어려운 중국을 이리저리 만져보고 그려보는 코너입니다.

지난달 16일 중국 리커창 총리가 남부 광시좡족 자치구 위린시 루촨현 내 한 작은 마을을 방문했다. 농촌 현장 시찰이었다. 리 총리는 사탕수수밭 농부들에게 다가갔다. 농사에 어려움이 뭐냐고 묻자 한 노총각이 말했다.
"농촌에서 장가 가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리커창 총리는 파안대소했다고 한다. 그러나 해당 지역 공무원들은 등골이 오싹했던 모양이다. 바로 다음날 루촨현 당위원회 사무국은 시골 총각들이 배우자를 찾지 못하는 원인과 대책을 보고하라고 각 마을에 지시했다.
이 일이 벌어진 며칠 후 정말로 후난성 웨양시 샹인현에서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대책'이 나왔다. 소개팅 플랫폼 구축과 고가 선물, 접대 등 결혼 비용 줄이기, 신혼부부 지역 등록 및 절차 간소화 등이었다. 여기에 다양한 종류의 무료 기술교육과 양질의 일자리 제공, 임금 인상 등 방안이 더해졌다.
시골 처녀들을 고향에 머물게끔 유도하는 게 핵심이다. 홍콩 명보는 이 소식을 접한 중국 누리꾼들이 '황후의 꿈을 포기하라고 권하는 거냐' '우등생들 데려다 하향 평준화하겠다는 거냐'고 불평했다고 보도했다.
농촌에서 총각들이 결혼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건 중국이라고 다르지 않다. 젊은이들이 시골을 떠나 도시로 향하는 통에 그나마 남은 총각들이 배우자를 구하지 못한다.
여기까지는 상식적인 해석이다. 중국 상황은 조금 더 복잡하다. 중국이 법으로 아이 수를 제한한 산아제한 정책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1980년부터 2015년까지 실행됐던 중국의 산아제한 정책은 여러 단계에 걸쳤다.
초기에는 대부분 도시와 베이징, 톈진, 상하이, 장쑤, 쓰촨, 충칭 등 지역에 속한 농촌을 대상으로 한 자녀 정책이 시행되다 이후에는 한 자녀 반 정책으로 바뀌었다. 첫 아이가 아들면 둘째는 낳지 못하고 첫 아이가 딸일 경우 4년 이후 둘째를 낳을 수 있게 한 정책이었다. 한 자녀 반 정책은 칭하이성, 신장위구르 자치구, 시짱 자치구 등 일부 서부 지역을 제외한 중국 내 거의 모든 지역 농촌에 걸쳐 집행됐다. 농사에 유리한 아들이 곧 재산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는데 한 자녀 정책 때문에 농사를 포기해야 할 지경이라는 농민들의 원성에 정부가 한 발 양보한 결과였다.

인구학자 허야푸는 이 한 자녀 반 정책이 농촌 내 노총각들이 넘쳐나게 한 핵심 이유라고 지적한다. 허씨에 따르면 2000년 인구 조사 결과 그 해 중국 전역의 첫째 아이 출생 성비는 107.1명(여성이 100명일 때 남성 수)이었던 반면 둘째 출생 성비는 151.9명에 이르렀다. 마지막 기회인 둘째 아이에 이르러 선택적 출산, 즉 낙태가 빈번했다는 의미다.
중국 출생 성비는 2004년 121.18명을 찍은 뒤 서서히 낮아지고 있다. 그러나 2030년 결혼 적령기 젊은 남성 3000만~5000만명은 국제결혼이 아니고서는 홀아비 신세를 면키 어려워 보인다.
한국도 얼마 전까지 '성비 인플레'를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레온틴 알케마 미국 매사추세츠애머스트대 교수(공중보건학)가 이끄는 국제공동연구진이 2019년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상승 △안정 △하락 등 성비 인플레 3단계에서 한국은 2007년 세 단계를 모두 졸업했다. 중국은 안정 단계에 들어선 상태다.
허리 휘는 결혼비용도 농촌 노총각 현상의 한 원인이다. 중국 남자들은 집과 차, 예물 등을 준비해야 하는데 적게 잡아도 50만~60만위안(약 9000만~1억1000만원) 비용이 든다. 어떤 경우는 100만위안이 들기도 한다. 이제 막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어선 상황을 고려하면 상당한 부담이다(물론 1인당 소득이 3만달러 중반인 처지에 신혼 전셋집 하나 얻는 데 수억원을 들여야 하는 한국 총각들의 고충이 결코 덜하다고 할 수 없다). 농촌 여성들이 가뜩이나 도시 총각을 선호하는 마당에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농촌 총각으로서는 여간 불리한 게 아니다.
한국과 유사하게 중국 농촌에는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여성들로 채워지고 있다. 단란한 다문화 가정을 이루는 데 성공한 이들이 있는 반면 불법 국제결혼 브로커와 위장 결혼, 가정폭력 등 부작용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노총각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자 중국 여성들의 국제 결혼을 엄격히 금지해야 한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는 이들까지 등장했다.
농촌 문제에 집중하는 한 블로거는 "중국에서 여성은 일종의 '결혼자원'으로서 자원의 해외 유출은 홀아비 문제를 심화시킨다"며 "따라서 여성의 국제 결혼을 엄격히 관리하고 숭양미외(서양을 섬기고 외세에 꼬리친다) 구도를 파괴해 중국 남성의 호쾌한 풍모를 널리 알려야 한다"고 쓰기도 했다.
도시화와 여성의 활발한 사회 진출 흐름에서 중국이라고 뾰족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다. 허야푸씨는 "농촌진흥 사업을 통해 농촌의 면모를 일신하는 한편 농촌 총각들이 자신의 지적 수준을 높이고 새로운 기술을 습득한 뒤 부지런히 일해 수입을 올려야 배우자 선택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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