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아빠처럼 털이 탈출 하는것?" 깜놀하는 아이들의 말

권한울 2021. 10. 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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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말을 기록해보자. 1년, 2년 시간이 지나면 한 권의 시가 되고 책이 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초보엄마 잡학사전-149] 작은 인기척에도 반응하는 큰아이에게 외할머니가 어쩜 그리 귀가 밝느냐고 물었다. "내 귀 새거잖아. 엄마 배 속에서 샀어." 큰아이는 할머니에게 이렇게 대답하고는 해맑게 웃는다. 평소 멀리 있는 것도 잘 보고 작은 소리도 잘 듣는 아이들에게 할머니가 "너희들 눈과 귀는 새것이라 잘 보고 잘 듣는다"고 말한 것을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이들에게 '새것'이란 주로 장난감이나 학용품 같은 것들이라, 아마도 귀가 새것이려면 엄마 배 속에서 사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걸까. 아이들의 말은 늘 상상 그 이상이다.

그런가 하면 아이들과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작은아이가 "우리가 왜 여기 숨어서 먹는 거야?"라고 물은 적이 있다. 몇 년 만의 외식이지만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식당의 작은 방을 예약해서 먹었는데, 아이는 그런 광경이 낯설었나 보다. 식사하는 사람들을 지나 문을 열고 밀폐된 공간으로 들어와 밥을 먹는 게, 다른 사람들 몰래 밥을 먹는 것처럼 느껴졌나 보다.

그런가 하면 큰아이는 여섯 살 때 "눈을 뜨면 우리 집만 보이는데 눈을 감으면 전 세계가 다 보여"라고 말해 엄마를 놀라게 한 적이 있다. 상상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이렇게 아름답고 시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 감탄이 절로 나왔다. 가끔은 "나 편의점 주인 되면 안 돼? 사람들이 와서 돈을 주잖아"라는 엉뚱한 말을 하기도 한다.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아이들의 말들을 감탄만 하지 말고 기록하라는 인생 선배의 조언에 따라 생각날 때마다 휴대폰에 메모해뒀는데 지나고 나서야 기록의 힘을 실감한다. 뉴스에서 '탈모' 이야기가 나오자 큰아이는 "탈모? 털이 탈출하는 것?"이라고 재치 있게 표현해 집안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작은아이가 '맛있다'고 해 뭐가 맛있냐고 묻자 '바람'이라고 답하거나, 엄마 그림자를 밟으며 "엄마 안 아파?"라고 묻기도 한다.

어른들은 알고도 상처가 될까봐 하지 못한 말들을 아이들은 직설적으로 하기도 한다. 최근 작은아이는 내게 "엄마 눈에 왜 줄무늬가 있어?"라고 물은 적이 있다. 눈가에 생긴 주름살을 두고 한 말이다. 하고 싶어도 쉽게 하지 못하는 말도 아이들은 서슴없이 한다. 작은아이는 내게 "엄마 나 계속 사랑해줘"라고 끊임없이 말한다.

말을 막 시작하는 아이들을 둔 부모라면 아이들의 놀라운 말들을 기록으로 남겨보라고 권하고 싶다. 1년, 2년 시간이 지나다 보면 한 권의 시가 되고 책이 될 것이다.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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