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신 김에 저도 보고가시라" 美 에너지기업 CEO 붙잡은 최태원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이 미국 그린에너지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잇달아 회동을 한 가운데, 이 회동을 직접 주선한 것으로 확인됐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두시간가량을 할애해 이들과 의견을 나눌 정도로 최 회장이 열정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SK는 최근 친환경 분야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는데, 최 회장은 이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물론 현장도 빼놓지 않고 참석해 관련 사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미국 그리드 솔루션 기업 키캡처에너지(KCE)의 제프 비숍 CEO를, 오후엔 수소기업 플러그파워의 앤드류 마시 CEO를 만났다. SK측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날 일정이 모두 차있었음에도 이들과 각각 한시간씩 면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동은 최 회장 측이 먼저 제안해 성사됐다. 이들이 한국에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최 회장이 직접 면담을 요청한 것이다. 플러스파워와 KCE는 SK그룹에서 수소 사업을 맡고 있는 SK E&S의 사업 파트너다. 플러그파워는 SK㈜가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한 곳이기도 하다. 이날 플러그파워의 마시 CEO는 SK E&S와 아시아 수소 사업을 공동 추진하는 합작법인을 설립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KCE 역시 SK E&S가 지난달 지분 95%를 확보한 곳으로, 비숍 CEO는 향후 비즈니스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SK E&S를 찾았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이 워낙 친환경 사업과 탄소중립 조기 이행 등에 관심이 많다보니 이번 회동도 먼저 적극적으로 주선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날 탄소중립을 조속히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통에너지에서 그린에너지로 전환이 필수적인만큼 수소에너지와 그리드 솔루션을 주도하고 있는 이들과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그리드 솔루션이란 재생에너지가 증가함에 따라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전력공급의 변동성과 전력망의 불안정성을 보완하는 에너지 분야 신산업이다. 전기를 저장하는 시설인 에너지저장시설(ESS)을 활용하되, 송전망과 배전망에 연계된 ESS를 인공지능(AI)기술과 접목시켜 전기 수요·공급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한다. 최 회장은 기업이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SK의 경영철학인 ‘더블 바텀 라인(DBL)’을 실천하기 위해 넷제로(탄소중립) 활동을 측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 회장은 친환경 관련 사업에 그룹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대체 단백질 기업인 퍼펙트데이에 54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최근 650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이사회 의석을 확보했다. 최 회장은 지난 8월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이곳 제품을 직접 미국에서 구매한 뒤 소개하기도 했다. 친환경 에너지인 수소 사업에도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수소기업협의체인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에 참여 중인 SK그룹은 15개 회원사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인 18조5000억원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놨다. 2025년까지 수소 생산, 유통, 공급에 이르는 수소 밸류체인 전 과정을 통합 운영하는 국내 유일 사업자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청록수소 생산체제를 세계 최초로 구축한 미국 모놀리스에 투자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SK가 친환경 사업으로 방향성을 설정했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 관련 현장에도 직접 참석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7월 또다른 친환경 사업으로 꼽히는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해 정의선 현대차(005380) 회장을 만나 사업 협력을 약속했고, 지난달 초 경기도 일산에서 열린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 출범식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플러그파워·KCE CEO와 연쇄회동을 한 직후인 7일에도 인천 청라지구 현대모비스(012330) 수소연료전지 공장 예정부지에서 열린 ‘수소경제 성과 및 수소선도국가 비전 발표’ 행사에 참석했다. 최 회장은 이날 정 회장과 최정우 포스코(POSCO(005490)) 회장 등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비공개 환담을 가졌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은 올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으면서 소화해야 하는 일정이 부쩍 늘었다”며 “그룹 일정을 소화할 시간이 부족해진 것은 물론 외부 CEO들을 만날 기회가 대폭 줄어든 와중에도 6~7일에 연달아 친환경 사업 일정에 참석한 것은 그만큼 관련 사업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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