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늘 당하기만 한다고? 착각입니다

하진수 금융증권부장 2021. 10. 9.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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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는 개인이 살아보려고 발버둥친다.

패배한 개인은 선이 되고, 세력은 악이 된다.

주식 시장에서 개인은 늘 당하기만 하는 존재로 비친다.

늘 그래 왔듯, 개인은 참으로 어리석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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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는 개인이 살아보려고 발버둥친다. 적은 잘 드러나지 않지만 거대한 세력이다. 이 싸움에서 개인은 간혹 승리를 거두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압도적인 힘에 밀려 주저앉는다. 패배한 개인은 선이 되고, 세력은 악이 된다. 소설이나 영화 얘기가 아니다. 주식 시장에서 개인은 늘 당하기만 하는 존재로 비친다. 힘없고 나약한 존재라는 의미에서 개미라고도 통칭한다. 요즘 같이 증시가 횡보하거나 하락하는 모습을 보일 때면 어김없이 ‘개미만 당했다’는 푸념들이 쏟아진다.

상식선에서 생각을 해보자. 정말 주식 시장이 외국인이나 기관이 판을 짜둔 곳이라면, 개인은 왜 주식 투자를 할까. 개인이 투기(投機)를 좋아하는 불나방 같은 존재라서? 아니면 주식시장이 돌아가는 시스템에는 무지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러한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할 만큼 순진해서? 당연한 얘기지만, 답은 뻔하다. 개인도 주식 시장에서 얼마든지 돈을 벌기 때문이다. 믿지 못하겠는가. 개미만 당했다는 얘기가 왜 엉터리 주장일 수밖에 없는지 살펴보자.

A 주식이 있다. 1000원이었던 A 주식은 6개월 사이에 두배로 뛰며 2000원까지 올랐다가 이후 하락하며 현재는 15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 기간 개인은 1000원에 A 주식을 사서 2000원에 팔았다. 개인이 판 주식은 외국인이 사들였다. 앞서 언급했듯, 이후 주가는 500원이 내려 1500원이 됐다. 자, 이 거래에서 돈을 번 주체는 누구인가? 개인은 1000원을 벌었고, 외국인은 500원을 잃었다. 승패를 따지자면 개인이 이겼고, 외국인은 당했다.

그러나 위 거래를 ‘불쌍한 개미’의 시각에서 보면 완전히 다른 얘기가 된다. 6개월 수익률을 놓고 보면, A 주식은 1000원에서 1500원으로 50%나 오른 알짜 주식이다. 개인은 이렇게나 좋은 주식을 팔아치웠다. 늘 그래 왔듯, 개인은 참으로 어리석었다. 반대로 이번에도 외국인은 현명한 투자를 했다.

이를 토대로 기사를 써보자. 제목은 ‘개미가 던지자 50% 올랐다’ 정도가 될터다. 이런 주식들이 모이면 ‘개미가 판 종목 다 올랐다’ 혹은 더 나아가 ‘반복되는 개미 지옥… 외국인만 배 불렸다’ 등의 기사가 쏟아진다. 어떤 생각이 드나. 아직도 개인이 피해자인가.

이제 개미 필패(必敗) 공식이 어떻게 도출되는지 알았다. 증시에서 활동하는 모든 투자자의 매수·매도 시기, 투자 기간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므로 ‘누구만 잃었다’, ‘누구만 벌었다’ 등의 얘기는 대부분 낭설일 가능성이 크다.

외국인과 기관이 그간의 경험이나 조직력, 자금과 정보력 등에서 개인보다 우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개인 위에 군림하며, 개인은 이들의 이득을 위해 착취당한다는 논리가 성립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억울해하지 말자. 불리한 위치에서 싸우는 마당에 근거 없는 논리에 빠져 패배의식까지 가질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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